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익산서동축제가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줄곧 예산이 삭감되며 그 방향성과 집중력, 파급력을 잃어가며 소모성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올해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추진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선6기 박경철 호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잠정 보류’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서동축제 개최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본지는 향후 서동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그간 축제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앞으로 서동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Ⅰ. 문제점 - 방향성을 잃은 축제, 의지도 부족

Ⅱ. 문제점 - 역사와 전통, 기회까지 잃어버릴 위기

지난해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열린 2014익산서동축제는 2013년 5억여원에서 2억4,5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의 예산이 삭감되는 된서리를 맞으며 위기에 처했다.

그간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렸던 것을 서동설화의 생생한 현장인 금마면 일대로 자리를 옮겨 개최함으로써 서동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서동축제 관련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장소를 옮기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세월호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뙤약볕 한여름에 진행된 축제에 대한 불만사항들을 해소하고 본래의 취지인 익산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더욱이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과정에서 의회가 삭감한 것이 아니라, 집행부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 심각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본디 축제는 일회성의 공연이나 문화이벤트와는 달리 여러 가지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복합적인 문화프로그램인 동시에, 연례적으로 축적되며 성과를 쌓아가는 중장기적 관점의 문화전략의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에는 전국적으로 수백여 개에 달하는 지역 대표축제들의 경우 이러한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이를 통해 지역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 각종의 축제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가 이러한 점들을 잘 보여준다.

1969년 구 익산군에서 시작된 마한제에 그 뿌리를 두고 익산시로 행정구역이 통합되며 마한민속예술제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겪으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익산서동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서동축제를 둘러싸고 있는 익산지역의 유무형의 환경을 반영한 정체성 확립 및 방향성 제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축제장소를 중앙체육공원에서 금마 일대로 옮긴 것은 이러한 필요성에 따른 첫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시행착오를 거쳐 도약을 위한 올해 축제를 위한 동력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혹여 추경예산에 관련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가을 시기에 맞춰 성공적인 모습의 축제를 개최하기에는 준비기간 자체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서동축제 개최가 무산된다면 그동안 수십 년간을 지켜온 지역 대표 문화프로그램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서동(무왕)으로 대변되는 백제시대 고도로서의 대외적인 이미지의 실추,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타 지역과의 교류 단절, 대표적인 지역축제를 잃게 될 경우의 지역민들의 실망감 등이 그것이다.

실제 1998년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에 수년째 참여하고 있는 경주문화원과 경주지역에서 선발한 선화, 그리고 백제왕족의 후예로서 백제왕도 익산의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행사 참여나 기탁금을 전달하며 익산시가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한 백제왕족 임성태자 45대 후손 오오우치 기미오 씨 부부 등도 익산서동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부여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백제고도로서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있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익산이, 이를 담아 형상화하는 축제 하나를 지켜내지 못해 야기할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큰 문제다.

특히 이천년 역사고도를 부르짖고 있는 민선6기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축제 개최에 대한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에 대해 서동축제 관계자는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백제시대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익산이기에, 서동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예산을 이유로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문화콘텐츠를 잃어버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동축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정 모(38, 송학동) 씨는 “지난해 금마로 개최장소를 옮기면서 ‘혹시나’ 기대했던 결과가 ‘역시나’로 돌아왔지만 이전 첫 개최인 만큼 앞으로를 내다보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예산이 세워지지 않아 개최 자체가 무산될 위기라니 정말 허탈하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