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없어 힘든 시기.. 긍정에너지로 극복
새로운 선수단 선발.. 1년 만에 메달 획득

◇ 우아한 자태, 신사적인 스포츠

반백년 전통을 자랑하며 펜싱 재목들을 배출하고 있는 익산지원중학교 펜싱부.

지난달 29일 찾아간 제일고 체육관에는 이리여고, 이리중, 제일고 펜싱선수들이 뒤섞여 열기를 뿜고 있었다. 학교 단위로 나뉜 대련팀을 비롯해 기초 다지기나 체력 훈련, 기술연마 등에 열중하는 현장은 흡사 올림픽 경기장을 옮겨놓은 듯 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김용태 코치의 구령에 맞춰 2인 1조로 팀을 이룬 선수들은 찌르기 훈련에 돌입했다.

“팅! 탁!”

길이 105cm, 무게 500g 이하, 칼몸의 최대 길이 88cm인 ‘사브르’라는 선수들의 검이 서로 부딪치더니 맑고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찌르기 훈련에 이어 연습대련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개선장군처럼 경기장 안 피스트에 우두커니 서서 상대 선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보호를 위해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마스크 안으로 살짝 비치는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강렬한 투지가 뿜어져 나왔다.

“알 레”

김 코치의 전투개시 구령이 떨어지자 양 선수는 경쾌하게 스텝을 밟았다.

손에는 검을 쥐고 발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몸의 온 신경은 상대선수의 빈틈을 노리는 눈으로 집중돼 있었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하기 전까지는 반격 할 수 없는 ‘사브르’ 경기의 규칙 상 선수들은 먼저 공격에 나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장이 큰 선수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칼을 툭툭 맞댔다.

그 순간 비교적 신장이 작은 선수가 들어오는 칼을 옆으로 툭 쳐내더니 빠르게 육박해 상대 선수 진영으로 파고들어 몸통을 순식간에 찔러 들어갔다.

“득점!”

김 코치의 신호에 짧은 시간 펼쳐진 공방이 마무리 되더니 각 선수들은 본인들의 자리로 이동해 다시 펼쳐질 전투를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지원중학교 펜싱부는 지난 1965년 창단 돼 50년이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1학년 1명, 2학년 3명, 3학년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는 지원중 펜싱부는 제53회 전국남녀 펜싱 종별선수권대회 동매달, 제42회 회장배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8강, 제3회 전북펜싱선수권대회 1,2,3위 석권 등 우수한 성적을 이어왔다.

또한 지원중 펜싱부가 배출한 선수 중에는 안산시청 4명, 전남도청 2명, 충남체육회 1명, 익산시청 임수현 선수 등 실업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리북중학교 김시원 에페 코치 등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 펜싱계를 이끌어 나갈 유망주

김용태 코치는 제일고등학교 펜싱부 코치로 10여년을 역임하다 지난 2014년 3월 지원중학교로 보금자리를 옮긴 펜싱계의 명장이다.

김 코치는 부임과 동시에 1학년부터 새로운 선수를 선발해 팀의 재정비에 나섰으며, 이 때 선발된 3학년 이진주, 2학년 최지영, 오세연, 김아름, 1학년 하시은 선수가 여자 사브르 펜싱계를 이끌어 나갈 재목들이다.

팀의 왕언니 이진주 선수는 중학교 1학년 시절이 끝나갈 무렵, 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펜싱부에 입단하게 됐다. 그러나 같이 운동을 시작한 친구는 사정상 운동을 그만두게 됐지만, 이 선수는 끝까지 ‘전국대회에서의 금메달 획득’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웃음이 매력적인 최지영 선수는 신장이 175cm로 중등부 선수 중 신장이 독보적으로 큰 편이다. 최 선수는 펜싱부 생활을 하기 전까지 운동경험이 전무할 정도로 운동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없었다.

최 선수에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묻자 “중학교 입학 후 체육활동을 하던 도중 현재 펜싱부 코치님이 키가 크다는 이유로 운동해볼 생각이 없는지에 대해 물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며 “전국대회에서 꾸준하게 금메달을 획득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연 선수는 신장은 작지만 날렵한 움직임과 상대방의 빈틈을 찾아내는 안목을 갖춘 인재이다.

오 선수는 펜싱을 시작한지 1년도 체 안 된 지난 전국대회에서 8강까지 올라가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오 선수는 펜싱을 접하기 전까지 태권도를 꾸준히 해왔으며,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오다가 학교 정식교기로 지정된 운동부에 들어가 체계적인 운동생활을 해보고 싶어 펜싱부에 입단했다.

오 선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실업팀에 진출하고 싶다”며 “익산시청 김지연 선수처럼 국가대표로 활약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무뚝뚝해 보이는 김아름 선수는 중학교에 입학한 뒤 김용태 코치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사브르를 잡기 시작했다. 김 선수는 “각종 대회에 출전해 메달 획득을 통해 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꿈”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재간둥이 막내 하시은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갈 무렵 펜싱을 시작했다. 하 선수는 “런던올림픽 김지연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펜싱에 매력을 느껴 시작하게 됐다”며 “열심히 노력해 국가대표 선발 등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 코치는 “정말 선수가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 다행인 것 같다”며 “펜싱부를 이끌고 있는 김선미 감독의 적극적인 지원과 열정적인 지도가 있어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힘든 상황, 함께 극복하는 소녀검객들

훈련장은 소녀검객들의 생기발랄한 웃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한 때 선수가 1명밖에 없어 펜싱부가 존속 위기에 처했지만, 김 코치는 팀을 새로 꾸려 지원중 펜싱부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새로이 편성된 선수단은 전문적으로 운동을 해 온 선수들이 아니기에 애로사항이 많기도 했다.

그러나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은 매사 긍정적이고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듯 보였다.

김용태 코치는 “당시 선수들이 펜싱을 처음 접해 신생팀을 창단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라며 “운동이 힘들어 튕겨 나가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시 잡아주느라 힘들었던 시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선수들이 다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고, 운동에 대한 욕심이 많다”며 “선수들 모두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기에 1년여 만에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 같다”라고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지원중학교 펜싱부의 앞으로의 목표는 내달 30일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도 아닌 동메달이 목표이다.

또한 소년체전에서의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되는 각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김용태 코치는 “소년체전에서 목표를 높게 잡아 선수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며 “대진운도 필요 하겠지만 선수들이 운동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좋은 성적을 이뤄 낼 것 같다”며 자신감을 비춰보이기도 했다.

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익산지원중학교 펜싱부.

소녀검객들의 긍정에너지를 통해 전국대회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게 될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