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잃지 않는 선수들.. 뜨거운 형제애
대회규정에 부합하는 수영장 건립 ‘시급’

◇ 마린보이와 마린걸의 후예들

지칠줄 모르고 물결을 가르는 어깨에 대한민국을 빛낼 희망이 영그는 이리 동산초등학교 수영부.

지난 8일 찾아간 수영장 물결은 꼬마 수영선수들의 힘찬 발장구와 날렵하게 물살을 가르는 팔 주변에서 거친 파도처럼 일렁였다.

“하나! 둘! 하나! 둘!”

수영장 한켠에 마련된 자리에서 각자의 선수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령을 양손에 움켜 쥔 채 입수 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자유영 4회 왕복!”

김진주 코치의 구령에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레일 안으로 몸을 담구더니, 2인 1조로 1개의 레일을 놀이터 삼아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어푸! 어푸!”

25m 길이의 수영장을 누비는 선수들은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파닥이는 물고기마냥 자유스럽게 수영을 이어 나갔다.

“이어서 접영과 배영, 평영 왕복!”

어린 선수들은 갑자기 변화하는 영법에 당황할 법한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자유자재로 영법을 바꿔가며 감독의 지시를 소화했다.

접영을 하는 선수들은 흡사 나비가 날개짓을 하듯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물살을 갈랐으며, 평영을 하는 선수들은 개구리처럼 양팔과 두 발을 오므렸다 펴가며 헤엄쳐 나갔다.

특히 배영을 훈련하는 선수들의 배가 물표면 위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광경은 귀여움을 더하기도 했다.

동산초 수영부는 지난 2011년 창단돼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만큼은 타 학교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4학년 2명, 5학년 3명, 6학년 3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는 동산초 수영부는 짧은 역사만큼 아직까지 좋은 성적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주말에도 쉴 틈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 앞으로의 대회에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웃음이 매력적인 테리우스

동산초 수영부를 찾아가면 웃음이 매력적인 테리우스를 만나볼 수 있는데,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진두지휘 하며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가 테리우스 남지환 선수이다.

남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처음 수영을 시작한 시기는 3학년 시절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 수영장에 놀러갔다가 수영장 물에 빠져 생사의 위기를 경험한 남 선수는 그 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남 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광고전단지를 보고 수영교실에 보낸 것이 남 선수 수영 인생의 출발점이 됐다.

남지환 선수에게 앞으로의 꿈과 힘든 운동을 버티는 이유에 대해 묻자 “박태환 선수같이 훌륭한 수영선수가 돼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꿈”이라며 “운동이 하기 싫고 힘들 때도 많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 코치는 “남지환 선수는 5학년 임에도 6학년 선배 선수들까지 통솔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며 “훈련 시 지도사항에 대해 귀 기울일 줄 알고 전달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라며 남 선수를 칭찬하기도 했다.

◇ 열약한 환경, 뜨거운 형제애로 극복

정식 수영 대회 규정 레일 길이는 50m이지만, 선수들은 25m 레일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에 훈련할 때는 우수한 성적이 나오지만, 대회장에서는 25m 길이가 증가된 레일에서 시합을 치러야하는 단점으로 애로사항이 많다.

또한 익산시의 수영에 대한 명성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최근 학부모들의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교내 타 정식교기로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화돼 신입 선수 선발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그러나 열약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8명의 선수들은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선수들은 평상시 학교에서 같이 어울려 생활하는 것 외에도 주말마다 모여서 훈련을 하고 같이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유대관계가 깊게 형성돼 있다.

김진주 코치는 “익산에는 정식 수영대회에 맞는 길이의 레일을 갖춘 수영장이 없어 애로사항이 있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만, 막상 시합장에 가면 시합장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러나 선수들 모두가 서로 친형제처럼 대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이지만 가끔 보면 대견한 구석이 많다”고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동산초 수영부의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개최되는 전국소년체전, 대통령기 전국수영대회, 교보생명배 전국수영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도출해 수영부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진주 코치는 “수영대회는 전국적으로 많이 개최되지만, 1년에 3개 대회에 참가가 가능하다”며 “우수한 성적을 도출해 꼭 수영부의 위상을 드높일 계획”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선수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훈련에 열심히 따라와주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박태환 선수와 정다래 선수처럼 미래의 수영영재를 육성하고 있는 이리동산초등학교 수영부.

금빛물살을 가르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통해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고, 나아가 대한민국 수영계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