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선수, 소년체전 레슬링 전북대표 출전

비인기종목이란 편견.. 선수수급 어려움 가중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선수들.. 미래의 주역

익산 유일의 레슬링 유망주를 육성하고 있는 이리영등중학교 레슬링부.

지난달 26일 찾아간 교내 체육관에는 선수들이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근골격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격렬한 움직임은 보는 사람의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1.1m를 넘지 않는 높이에 사방 12m의 규격으로 만들어진 틀 위에 지름 9m의 원형 매트가 깔려 있는 원형 경기장에 선수들은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었다.

“유연성 운동! 준비!”

전충일 코치의 구령아래 제 각기 선수들은 몸을 뒤로 눕히더니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매트 위에 맞대 세웠다. 이는 흡사 개구리가 뒤로 엎어진 자세였다.

그리고 선수들은 팔(八)자 모양으로 지면에 닿아있던 두 다리로 세운 브릿지를 목근육만으로 지탱하며 매트에 맞닿은 머리를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했다.

“체력 단련!”

전 코치의 다음 구령이 이어지자 선수들은 2인 1개조로 팀을 나눴다.

한 선수는 바닥에 손바닥을 맞대며 엎드린 자세를 취했고, 다른 한 선수는 바닥에 있는 선수의 다리를 올려 잡으며 경운기의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오로지 팔의 근력으로만 몸을 지탱하고 있는 선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왕복구간을 오가며 땀을 쏟아냈다.

준비운동이 끝나자 경기장 안으로 거구의 선수 두 명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레코로만형 대회에 출전을 앞둔 두 선수는 공격 시 발을 사용할 수 없고 허리 이하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경기 규정에 따라 양손을 위로 올린 채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두 선수가 대치하며 만들어내는 기세는 폭풍 전야같은 적막감을 자아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몇 분쯤 흘렀을 까, 한 선수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상대선수를 향해 돌진했다.

다른 방향에 서 있던 선수는 예상이라도 한 듯 방어 자세를 취했으며, 두 선수의 충돌이 이어지자 서로의 뼈와 뼈가 맞부딪히는 둔탁한 충돌음이 경기장을 울렸다.

양 선수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으며 힘을 겨루는 듯 보였다. 서로 밀리지도 밀지도 않는 팽팽한 힘의 균형 속에서 투지와 투혼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선수의 팔에 힘이 살짝 빠진 듯 싶더니 다른 선수가 그 상황을 놓치지 않고 상대 선수와 맞잡은 손을 놓은 뒤, 재빠르게 뒤로 달려 들어가 상대 선수의 허리를 휘감아 안고는 머리 뒤로 들어 넘겼다.

“득점!”

전 코치의 신호에 양 선수의 길고 짧았던 공방전이 마무리 됐다.

공방을 펼친 선수들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온 몸에 힘과 정신력을 다 쏟아 부은 듯 거친 숨을 내쉬며 헐떡거렸다.

선수들에게 잠시의 휴식시간이 부여되는 듯 싶더니, 곧바로 훈련은 재개됐다.

◇ 훌륭한 지도자 아래 땀 흘리는 레슬링부

지난 2001년 창단된 영등중 레슬링부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실력만큼은 전국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서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1학년 4명, 2학년 2명, 3학년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는 영등중학교 레슬링부는 제34회 문화관광부장관기 레슬링대회 그레코로만형 42kg 3위, 자유형 69kg 3위, 제35회 문화관광부장관기 레슬링대회 그레코로만형 50kg 1위, 자유형 54kg 3위 등 꾸준한 성적을 이어왔으며, 영등중 레슬링부가 배출한 선수 중에는 인천환경공단 소속 정진웅 선수가 현재 실업팀에서 레슬링부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을 이끌고 있는 전충일 코치는 원광대학교 체육학 레슬링을 전공했으며, 과거 제80회, 81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 46kg, 50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각광받는 레슬링 선수였다.

또한 전 코치는 현재 MMA 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이며, 격투기에 레슬링을 접목시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운동이 하고 싶어 레슬링을 시작하다

영등중 레슬링부를 찾아가면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정도로 체구가 거대한 선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선수가 바로 3학년 이재혁 선수이다.

이재혁 선수는 중학교 3학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100kg에 달하는 거구지만, 이미지 만큼은 타 중학생들과 같이 순수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재간둥이 소년이다.

특히 이재혁 선수는 지난달 30일 개최된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전라북도 레슬링 대표로 선발돼 그레코로만형 100kg급 출전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중등부 레슬링부에서 촉망받고 있는 선수이다.

이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부에 지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에 영등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됐을 당시 교내 레슬링부가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입학 후 바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 선수에게 운동하는 것이 힘들 때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묻자 “운동할 때 힘이 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땐 계획한 목표를 생각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버텼다”며 “코치님이 옆에 계시지만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라고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재혁 선수에게 미래에 대한 꿈에 대해 묻자 “이번에 참가하는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당장 앞에 놓인 과제인 것 같다”며 “나아가 전충일 코치님 처럼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후배 선수 양성에 힘을 쏟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며 “부모님께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전국소년체전에 전라북도를 대표해 레슬링 선수로 선발된 이재혁 선수를 집중 멘토링 하고 있는 전충일 코치는 “이재혁 선수는 항상 활발하고 성격도 밝은 선수”라며 “훈련도 성실하게 임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여 훌륭한 레슬링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인기종목이라는 편견, 선수수급 더 어렵게 해

영등중학교는 레슬링부를 학교 정식 교기로 지정해 선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운동기구, 선수들 회식 등 지원금을 아낌없이 편성해 선수들이 불편함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관내 레슬링부가 없는 형편으로 인해 영등중 레슬링부는 학교 자체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신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학교 측은 학교 게시판에 레슬링부 선수 모집 공고를 통해 학생들의 지원받고 있으며, 학교 체육시간 등 운동시간 중 운동에 자질과 가능성이 엿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동 권유를 통해 선수를 수급하고 있다.

그러나 레슬링이라는 종목이 비인기종목이라는 오명으로 인해 선수수급에 애로사항이 많다.

전충일 코치는 “지역사회에서 레슬링이 비인기종목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지역사회의 관심도 부족하고 학부모님들이 레슬링을 하면 힘들고 나중에 길이 뚜렷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녀들에게 운동을 시키지 않아 선수수급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선수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 코치는 “모든 선수들의 인품과 인성이 좋으며, 팀 분위기도 밝고 재밌어 항상 즐거운 분위기”라며 “보통 선수들은 운동을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내 교장, 교감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으로 인해 선수들이 부족함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선수들 또한 지도에 잘 따라와 주기에 선수들 지도에 대한 애로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이리영등중학교 레슬링부의 앞으로의 목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대통령기 선수권대회, 문화관광부장관기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 또한 그들이 꾸준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유다.

전충일 코치는 “항상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기에 꼭 좋은 성적을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선수들이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기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춰 보이기도 했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선수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이리영등중학교 레슬링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들이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행보와 미래를 향해 당차게 걸어 나갈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