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전국소년체전 중학교 남자부 사브르 단체전 우승 반 백년의 긴 역사.. 명맥만 유지하다 96년 이후 상승세 선수들의 열정과 주변의 전폭적인 지원.. 우수성적 유지
남자 펜싱 사브르 종목의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장 이리중학교 펜싱부. 지난 9일 찾아간 교내 펜싱 연습장은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 사이에서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살피는 코칭스텝들의 눈빛이 한 낯 햇살 처럼 번뜩이고 범같은 불호령이 그 사이를 가르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었다.
“셋! 알레!” 채수근 감독의 출발 신호와 동시에 레일 위에서 대전을 준비 중이던 양 선수는 자세를 낮추며 준비자세를 취했다. 선수들은 큰 움직임 없이 서로의 칼을 맞대가며 거리를 재면서 흡사 탭댄스 같은 현란한 발 놀림으로 상대방의 빈 틈을 노렸다. 간결하고 재빠른 발놀림 속에서 마스크 너머로 슬그머니 보이는 강렬한 눈빛이 긴장감을 더했다. 한동안 적막한 시간이 흘러갔다. 양 선수는 서로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듯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장 안에는 오직 검과 검이 부딪치는 둔탁한 굉음과 선수들의 발놀림이 만들어내는 소리만 들렸다.
“자세 낮춰! 더 낮춰!” 매의 눈으로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채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를 지적하며 잘못된 부분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계속 움직여! 칼이라도 맞대면서 액션이라도 취하란 말이야!”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는 선수들을 보자 채 감독은 불같은 호통으로 선수들을 다그쳤다. 그러자 선수들은 긴장한 듯 잠시 더욱 경직돼 보였지만, 금세 정신을 다잡은 듯 검을 꽉 움켜쥐었다. 채 감독의 지도 아래 양 선수는 앞으로 달려들기 시작했고, 양 선수의 검은 쉴 세 없이 부딪치며 허공에 검의 잔상을 남겼다.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한 선수가 공중으로 점프를 하더니 상대 선수의 머리를 향해 칼을 쩔러 들어갔다. 반대선수는 예상이라도 한 듯 머리 위로 칼을 올려 받치며 방어를 시도했지만, 그 순간 머리 쪽을 찔러 오던 칼이 원을 그리 듯 방향을 급선회하며 몸통에 꽂혔다. “하!” 팽팽한 공방전을 마무리 하듯 점수를 획득한 선수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경기장 안의 적막을 찢었다. ◇ 남자 사브르 펜싱계.. 살아 있는 역사의 장 이리중학교 펜싱부는 지난 1962년 10월 창단돼 53년차에 접어들며 반백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1학년 9명, 2학년 5명, 3학년 4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는 이리중 펜싱부는 2006년 제44회 전국종별펜싱선수권대회 우숭, 2008년 제3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준우승, 2009년 제21회 한국 중고펜싱연맹 전국펜싱선수권대회 3위,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준우승, 2014년 제12회 한국 중고펜싱연맹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제44회 회장배 전국 남녀 펜싱선수권대회 우승,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 등 꾸준한 성적유지로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리중 펜싱부가 배출한 선수 중에는 한국체육대학교 최태석 교수, 세계 펜싱연맹 심판위원 김창곤 심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오승환 선수 등 각자의 위치에서 이리중 펜싱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 소년체전 우승의 주역들.. 펜싱계 바람의 검객 4인방 지난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44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이리중 펜싱부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는 영예를 안았다. 고등부, 대학팀이 참가하는 전국체전은 경기규정 상 단일팀만이 출전이 가능하지만, 초등부, 중등부가 참가하는 소년체전은 전국체전과 달리 지역 규모가 큰 광역시 등에서 지역 내 유능한 선수를 선발해 연합팀을 만들어 출전할 수 있다. 이에 지방 중·소 도시들은 광역시의 드림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리중 펜싱부는 준결승전에서 대전선발팀을 45대 33으로, 결승전에서 경기선발팀을 45대 34라는 큰 점수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채수근 감독은 “펜싱에서 10점이라는 점수 차이는 농구경기에 빗대봤을 때 20점이 넘는 점수 차이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전했다. 이에 대도시의 연합팀을 꺾고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이 바로 3학년 윤성현, 한웅희, 유준선, 최민규 선수이다. 윤성현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펜싱선수로 활동 중인 친 형의 경기를 보러갔다가 펜싱 경기의 모습에 반해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앞으로의 목표는 남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어 한웅희 선수는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중계를 시청하다가 펜싱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윤성현 선수와 같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유준선 선수에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감독 선생님의 스카웃으로 펜싱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코치 선생님처럼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민규 선수는 한웅희 선수와 같이 런던올림픽 펜싱 경기를 시청하던 중 펜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운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미래의 꿈은 실업팀으로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3학년 선수들은 팀 내 맏형답게 ‘운동할 땐 운동하고, 놀 땐 놀자’라는 마인드로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채 감독은 “현재 3학년 4명의 선수들은 중학교 사브르 펜싱부에서 최상위 클래스를 자랑하는 선수들이다”라며 “기량도 높고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2018년에 익산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서 대회를 휩 쓸 가능성이 무수히 높은 선수들이다”라고 전했다. ◇ 명맥 유지에서.. 전국 최강자까지 1962년 창단된 이리중 펜싱부는 1996년 전까지만 해도 펜싱을 전공하지 않은 감독이 부임해 선수들을 육성했다. 이에 선수들은 전문성이 가미되지 못했으며,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지 못해 명맥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1996년 이리중 펜싱부와 전북제일고 펜싱부를 졸업하고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동한 채수근 감독이 부임하고 난 후 이리중 펜싱부는 180도 바뀐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선수 시절 채 감독은 1981년 제6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전라북도 최초 금메달 1호를 획득한 선수였으며, 당시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사브르, 플뢰레, 에페 등 전 종목을 다룰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이에 학교 후배들을 만나 제대로 된 펜싱을 지도해야겠다는 선수 육성 철학을 토대로 채 감독은 선수 육성에 나섰으며 선수들은 차츰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채 감독은 “모교 펜싱부를 졸업하고 난 뒤 다시 찾아오게 돼 너무나 기쁘고 후배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라며 “부임 당시 팀을 재정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기쁜 마음이 앞선다”라고 전했다. 이어 “실력 향상을 위한 훈련도 매우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선수 생활에 있어 긍정적인 사고 방식도 중요할뿐더러 내성적인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개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의 노력과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팀워크, 그리고 재단 및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좋은 성적 유지에 한 몫하고 있다 매일 선수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정규수업을 마치고 난 뒤 오후 3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끊임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주말도 잊은 채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선수들의 쾌적한 운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리학원재단 박영희 이사장과 이리중 이진택 교장은 선수들의 경기장 문제와 식사 문제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채 감독은 “선수들이 주말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에 많이 힘들어 하지만 전국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이보다 더 힘든 일이란 것을 선수들이 잘 알기에 열심히 따라와 주고 있다”라며 “재단이나 학교 측에서는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 냉방이나 식사 등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도시에 비해 중·소 도시의 운동 여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불만을 갖고 불평하는 법이 한번도 없었다”라며 “비록 작은 도시의 선수들이지만 자신감도 있고, 주눅드는 법 없이 성격들이 밝아 든든하다”라고 전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이리중학교 펜싱부의 앞으로의 목표는 7월에 개최되는 제4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 중고펜싱선수권대회와 8월 제12회 한국중고펜싱연맹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는 것이다. 채수근 감독은 “남은 2개의 대회는 3학년 선수들이 아닌, 2학년 선수들 위주로 출전 할 계획”이라며 “2학년 선수들의 내년을 대비해 대회에 참가하는데 의미가 있지만, 선수들 기량이 3학년 학생들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어 우수한 성적을 도출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록 명맥만을 유지해오던 펜싱부에서 1996년 새로운 감독의 부임으로 놀라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이리중학교 펜싱부. 전국 중등부 펜싱의 최강자 자리에 서있는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전국대회는 물론 나아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영예를 드높이게 될 모습을 기대해본다. 강정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