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교육 등을 비롯해 사회전반에 있어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민주당(새정연) 일색의 정치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안타깝게 고배를 마시고, 이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익산시협의회장으로 시민들 앞에 다시 돌아온 김영배 협의회장이 그 주인공.

그는, 위기에 빠져 있는 익산이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교육에 있어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와 여건 마련, 그리고 익산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새누리당 소속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과 활발한 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 그간의 근황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를 들어봤다.

◇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이후 그간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난 19대 총선 즈음,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을 그만두고 일선에 나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개인적인 역량부족과 지역정서 등의 이유로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나름의 활동을 열심히 해 왔다고 자부한다.

지역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새정연)이 아닌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비록 지역 내에서는 목소리가 미비했지만 호남지역 외에서는 설득력 있고 파급력 있는 활동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당내 아름다운 국토가꾸기 지원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당시 위원장이었던 정몽준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강 사업 관련 활동을 펼쳤다. 총 30명의 위원 중 20여명 이상이 현역 국회의원이었고 전국에서 당협위원장은 5명뿐이었지만,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전북지역 대표로 참여해 활발히 활동했다.

지역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에도 전북대표 2명 중 한명으로 참여했고, 호남발전 특별위원회와 농어촌발전대책 특별위원회에도 참여했다.

특히 전북은 물론 광주·전남의 현안을 끊임없이 중앙당에 전달하고 의제로 삼아 토의하고 정책을 입안하여 건의했다. 새만금개발청 및 새만금특별회계 설치를 비롯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익산 평화고가도로 개보수 등을 건의한 바 있다.

또한 정운천 전 장관, 원희룡 전 국회의원(현 제주지사) 등과 함께 왕궁 축산단지를 방문해 오염된 하천의 수질 개선, 열악한 돈사 문제 등에 대해 지역민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과 예산에 반영시키고자 노력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전국 90여곳의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원외위원장협의회 총괄간사를 맡아 전국적인 교류에 나섰고, 국회에 참석해 지역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펼쳤다.

◇ 익산지역을 비롯한 호남지역은 과거부터 일당독주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입장에서 선뜻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형성돼 있는 지역정서 또한 정치인들에게는 무시 못 할 요소다. 일당독재라는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정치에 있어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주장을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 얘기할 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무대가 없는 셈이다.

당을 떠나서 시민의 선택을 받은 이들은 각자 나름의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는 토끼라도 도중에 잠을 자면 거북이보다도 못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된다.

지난 6·4지방선거나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난 민주당(새정연)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은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에 있어서도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 개개인의 역량이나 정당의 정책방향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 동네 부자가 한 마을의 많은 부분을 지탱해 나갔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관심과 눈길은 지역 유지에게 쏠렸고, 이러한 모습이 바로 표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먹고 사는 일차원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자유스러운 소통과 의사표시가 가능한 시대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판단이 자연스럽다.

시대에 맞는 다양성이 오늘날 선거에 있어 표심으로 이어지면, 정치는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위기의 익산이라는 말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역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생각은 어떠한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인구, 경기침체, 정치에 있어서의 소통부재 등 현재 익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과연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뒤쳐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와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특별한 누군가가 나서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산적해 있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익산이 원래 어떤 도시였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극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익산은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교통의 중심지였다. 또한 전도유망한 도내의 대표적인 교육도시였다.

기존 철도교통의 중심지라는 이점에 새만금 배후도시로의 입지와 최근 KTX 호남선 개통으로 교통도시의 명맥은 그나마 이어가고 있는 듯하지만, 교육도시로서의 명성은 이미 빛이 바랜 지 오래된 느낌이다.

과거 어느 지역이든지 공립학교가 으뜸인 시절에도 남성고등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사립고교가 매년 우수인재를 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전북을 대표하는 교육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자고로 인성교육이 화두인 시대다.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결국은 새롭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 더불어 살 수 있는 역량과 품성을 기르는 것, 이런 것들이 다름 아닌 인성교육이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민주시민으로서 사람을 존중하고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마인드를 함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목표는 제도권이 요구하는 성적 위주로는 가능하지 않다.

교육에 있어서도 국·영·수 못지않게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에 가도 사회에 나오면 전공은 호구지책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오늘날의 모습은 바로 이 점을 대변한다.

비단 공부가 아니라도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산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교육은 이를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수많은 정책이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좌지우지된다면, 앞서 말한 과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목표다.

어떤 교육정책을 펼치든지 교육부와 교육청을 비롯한 행정과 일선 학교,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교육하기 좋은 도시의 토대가 마련된다.

익산이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몰려든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교육을 위해 사람들이 익산을 주목하면, 일자리는 물론이고 사람이 모이는 데 부수되는 먹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는 자동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현재 익산의 위기를 영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업유치를 통한 인구유입과 일자리창출도 좋지만, 기업여건과 경제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육도시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여건마련에 대한 집중은 변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익산의 대표적인 지역사학인 원광대학교를 활용한 전략도 필요하다.

역사적인 기공식을 마치고 동북아 식품산업의 허브가 될 국가식품클러스터도 결국 인재가 있어야 돌아간다. 원광대에서 배출한 우수인재 채용을 물론이고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특산품 개발 등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 지난달 29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익산시협의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는 무엇인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평화통일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건의하는 헌법상의 대통령 자문기구로, 대통령에게 위촉받은 자문위원은 오는 2017년 6월까지 임기 2년 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 통일운동 중심체의 일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된다.

사실, 오늘을 사는 청소년 세대는 통일이 왜 필요한지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평통이 시민들 속에 들어가 같이 호흡하며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통일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화합과 발전에 부합할 수 있는 통일정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상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들만의 리그’ 내지는 ‘관변단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은 이러한 시각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어렸을 적 학교가 파하고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만 알아도 안심이 되고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민주평통을 시민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가는 단체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간담회나 골든벨 행사는 물론이고, 정당이나 이념, 사회계층을 떠나 통일과 지역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북측에 농기계를 기증한 바 있는 익산농기계 김완수 대표가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돼, 이와 연계한 남북교류사업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구상하는 바가 이뤄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