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졌다면, 참으로 바보 같은 모습이었겠죠. 정치인 스스로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우선돼야 하는 게 올바른 정치의 모습 아닙니까.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제 정치적 결정이었고 소신이었습니다. 시민들에게 믿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금배지가 무슨 소용입니까.”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전국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당차게 국회에 입성한 이후 제18·19대 총선에서는 연거푸 공천을 받지 못하며 고배를 마신 한병도 전 국회의원(만 47세)은 당시를 그렇게 회고했다.

그는 현재 한국-이라크우호재단 설립 이후 이사장으로서 양국 간 다양한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제18대 대선 때에는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총무·인사·재무를 아우르는 운영지원단장을 맡아 보좌했으며, 이후 올해 초 새정연 전당대회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조직업무를 도맡아 하는 등 각별한 인연으로 현재 문재인 의원의 정무특보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저녁, 시내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다.

자신감이 묻어나면서도 편안한 말투가 자연스럽게 여유를 만들어 낸다.

그간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많이 탔지요? 매일같이 축구하면서 시민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라며 너스레웃음을 짓는 그는, 그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봐왔던 ‘정치인 한병도’라기보다는 여느 조기축구회의 ‘친한 형님’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는 원광대학교 총학생회장 당시의 경험과 인맥 등을 이유로 자연스레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하며 본격적인 정치 일선에 발을 들여놓고, 이후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치적 소신과 믿음을 토대로 올곧은 정치행보를 보여 왔다는 평가다.

이날 그는,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처럼 정치인에게는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는, 작지만 날카로운 그 특유의 눈빛이 유독 반짝였다.

시민들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는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 지난 총선 이후 근황을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듯한데, 한국-이라크 우호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돈 벌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우호재단을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호재단의 주된 활동은 상호 발전을 위한 교류활동입니다. 특히 이라크 어린이들을 데려와 국내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통해 치료를 하는 이라크 어린이환자 치료 사업은 매우 뜻 깊은 사업이지요.

2003년 당시 정부의 국군의 이라크 파견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평화유지군 파견으로 처음 관계를 맺고 이후, 저는 이라크가 다양한 지하자원을 보유해 에너지 및 건설무역 등에서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라고 판단했습니다.

제17대 국회의원 재임시 2007년 열린우리당 이라크 재건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국회 차원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정부에 요구했고, 당시 이라크 여당의 부대표인 아마르 알 하킴을 초청해 양국 간 상호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초청 방문 등을 통해 교류협력 방안과 현안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현재 우호재단은 우리나라와 이라크의 교류협력을 통해 이라크 내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이를 통한 국익을 증진하는데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라크 어린이환자 치료사업, 이라크 정치지도자 연수사업, 이라크 의사 연수사업, 민간교류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보좌역할을 주로 해왔습니다. 지난 제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총무·인사·재무를 아우르는 운영지원단장을 맡아 보좌했으며, 이후 올해 초 새정연 전당대회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조직업무를 도맡아 했지요. 현재는 문재인 의원의 정무특보를 맡고 있습니다.

◇ 위기의 익산이라는 말들이 많은데요. 현안 중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 많지만, 그 중 익산으로서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적인 수치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핵심 사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이렇다하게 나와 있지 않은 상태라고 판단됩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산업의 하나로 식품산업을 꼽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식품산업은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5억 인구가 사는 동북아의 식품시장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 익산에게는 다시없을 큰 기회입니다. 국내·외 기업과 생산농가 간 상생협약을 계기로 식품수출이 증가하면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농업발전과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외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내부 역량을 키운다면 농식품 산업은 우리 익산경제의 부흥을 이끌 수 있는 미래성장산업 및 수출전략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특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정부의 추진계획 외에 익산만의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지난 6·4지방선거 이후 지역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지난 6·4지방선거 이후 새정연에 대한 민심은 자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무관심을 넘어 회피 수준의 눈길도 적잖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정치인 개개인의 기본자질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치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익산시민들에게 또 다시 구태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작금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민주당과의 통합, 무공천 철회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하던 공천은 파행을 거듭했고 급기야 경선불복 후보들이 부지기수로 생길 정도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요.

소위 기득권이라고 하는 세력이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바로잡아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과감한 인적청산입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도덕성과 더불어 겸손은 정치인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가을에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정치는 계속 후퇴를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최근에는 신당창당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만, 일단 저는 아주 회의적입니다.

새정연이 잘했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현재의 새정연은 시민들의 엄중한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당이라고 해서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당론이 지금의 새정연과 현격한 차이를 보일지도 의문입니다. 얼마나 특별한 신당이 만들어질지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같은 틀, 같은 프레임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위적인 태동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시민적 동의에 근거한 보다 큰 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또 갈라져 싸우고 있네. 싸우지 좀 마”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지 10여년 동안 불복이나 탈당 없이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데요. 애초부터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셨나요.

1986년도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1989년도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해야겠지요.

당시는 원광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민주화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때입니다.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정치적인 부분에 눈을 뜨게 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나름의 인맥도 쌓았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선후배·동료들과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운동으로 수감생활을 한 이력 덕분(?)에 군대는 면제되는 줄 알았지만, 갑작스런 입영 통보에 27세 되던 해에 늦게 입대했지요. 만기전역 후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원광보건대학교 기획실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 시절 지니게 된 사회변혁에 대한 의지라고 해야 할까요. 이후 본격적인 정치 일선에 발을 들이게 됐지요.

당시 가장으로서 적잖은 연봉과 노후가 보장되는 직장을 뒤로 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제 의지도 의지였지만, 묵묵히 바라보며 지금까지도 힘을 듬뿍 실어주고 있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 자신을 스스로 평가할 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굳이 꼽으라면 스스로에게 엄격하다는 점이겠네요. 허허.

정치인의 기반은 도덕성입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요. 원칙과 기준을 지켜나가는 것이, 단순하지만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원칙과 기준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경선 탈락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줄곧 자리를 옮기지 않고 정치적인 소신을 지키려 했던 모습들은 그 일환입니다.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도 정말 많다고 생각했고, 주위의 격려와 함께 불복이나 탈당에 대한 권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불리를 따져 옮겨 다니거나 제3의 선택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최소의 기준점은 지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시민을 위해 심장이 뛰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눈앞에 시민을 위한 현안이 놓여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지요. 구체적인 업무처리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지금은 KTX 익산역이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전주시와 유치를 두고 심각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채수찬 의원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요.

당시 해당 상임위인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는 이미 4명의 선배 의원들이 자리를 선점하다시피 하고 있었지요. 새내기 의원이라는 이유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미쳐서 죽어라고 싸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건설이나 교통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해 공부도 많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뜨겁게 뛰는 심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시민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든지, 자기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시민들의 선택과 부름을 받은 대표이기에, 무릇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현실처럼 정치인들이 희화화되지 않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익산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위축된 상태입니다. 정치적인 실망감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조차 버겁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위축과 실망 등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결국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아 정상화하는 것은 시민들의 힘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 크게 눈 부릅뜨고 지켜봐 주셔야 합니다.

무관심으로 이어져 보지 않으면, 더 마음대로 놔주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우리 익산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