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선긋기 아닌.. 지역공동체 공유하는 도시계획 필요

도심권, 금마·왕궁, 황등·함열, 농촌생활권 맞춤형 전략

[글 싣는 순서]

Ⅰ. 왜 익산이 축소도시인가

Ⅱ. 익산의 잠재력과 가능성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내놓은 국토연구원은 도시기능의 존속을 위해 축소된 인구에 맞게 도시규모를 축소하고 도시생활거점으로 공공서비스의 재배치를 유도하는 적정규모화계획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익산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익산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익산 도시발전의 잠재력은 ▲KTX익산역을 비롯한 편리한 교통 환경과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미륵시지와 왕궁리유적을 비롯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넓은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북측의 금강, 남측의 만경강 등 수자원과 미륵산, 함라산 등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경관 등이다.

또 ▲국토의 중서부, 전북의 북서부 환황해권 중심축에 위치하며 경기·충남·전북·전남으로 이어지는 산업벨트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새만금 배후도시로서의 입지와 행정복합도시, 전북혁신도시 등과 같은 대규모 시장이 인접해 있어 산업도시로서의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국가식품클러스터, 백제 고도보존육성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 ▲전통적인 보석·섬유·석재산업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특화산업 발전의 기회 내재 ▲지역대학과의 접목을 통한 산·학·연 클러스터 구성의 용이성 등을 기회요소로 꼽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인수 감소세와 지역경제 침체 등 도시축소의 경향은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도시계획이 갖고 있는 한계다. 단순히 도시설계자가 주도하는 도식적인 ‘선긋기’로는 도시를 혁신으로 이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번 외부에 용역을 발주하고 납품받는 도시계획은 종종 비효율적인 형식에 치우치거나 지역사회구성원들의 정서와 상반되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역민과 도시가 섞이지 않고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응집력이 약화되는 것은 그 대표적인 폐해다.

익산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도시의 철학과 도시의 역사, 도시의 생활, 도시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긴요하다.

도시계획의 근본적인 목적은 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비용과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도농복합도시 익산의 경우 생태·환경을 강조하면서 시민을 존중하는 마인드만으로도 별도의 비용 없이 도시계획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도심권 다운시프트, 금마·왕궁 Historian & Future, 황등·함열 Cool & Smart Life, 농촌생활권 슬로비

갈수록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도시를 활성화시키고자 정부는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하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2014년 ‘도농복합도시 모델구축을 위한 도심재생과 공간특화발전전략’을 발표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권역별 특화를 통한 도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문했다.

우선 교육·문화·행정의 중심지이자 근대 익산의 상징인 도심권은 ‘다운시프트’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여가를 즐기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시청을 비롯한 행정기관과 KTX익산역 터미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기존에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들 외에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단이나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도서관, 문화적 갈증해소를 위한 예술의 전당 등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식품의 중심지이자 고대 익산의 상징인 금마와 왕궁지역은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발전을 위해 혁신하는 도시로서 역사적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국가식품산업의 선도적 입장을 강화해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조속 추진과 백제 고도보존육성 및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의 원활한 추진이 시급하다.

또 유턴·의료·석재산업의 중심지인 황등·함열지역은 호남의 관문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며 ‘창조의 원천인 산업종사자들을 위한 도시, 일하고 싶은 산업 프리미엄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도농간 매개 공간을 창출하고 신성장산업 동력의 거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특화작물·농촌관광 등을 상징하는 농촌생활권은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특화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또 종교 성지와 금강변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이용해 관광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을 발굴·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강점을 강화해 도농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도시규모와 위계를 고려한 기반시설 기능의 연계 및 공유, 도농간 결핍요소 연계를 통한 상호보완을 통해 도농상생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