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실 도외시한 지도 정책.. 산업 아닌 농민이 주인

도·농 양대 축의 유기적 결합.. 익산 전역이 농업의 토양

  정헌율 시장의 농업행정수도 공약의 첫걸음인 농정국이 들어선 북부권 함열청사 전경

◇ 척박한 토양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농업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났던 게 사실이다. 서비스와 같은 타 산업에 비해 농업관련 기업이 성장하지 못했던 배경이다. 이에 농업 현장의 현실 또한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할 정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텨온 상황이며 이는 익산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정헌율 시장의 농업행정수도 조성 정책은 농업을 통한 익산시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아스팔트에 씨를 뿌리는 무모한 행위라는 우려도 불러오고 있다.

◇ 가뭄을 극복하고

북부권 농업행정수도의 첨병인 농정국이 출범한 후 익산시는 20여개의 혁신과제를 발굴·추진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익산시 농업행정에 힘을 싣고 있다. 허나 성과위주의 보여주기 식 정책 추진과 하향식 공공주도 농업정책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익산시가 바라는 농업 혁신을 위해서는 직접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에서 선회해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과 토양조성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농정국이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22개 과제만 봐도 그렇다. 농업의 모든 분야에 골고루 투자가 이어지지만 마른 땅에 이제 겨우 물을 주는 격이다. 농정거버넌스 구축과 유통혁신, 스마트팜 도입 등은 미래농정을 위한 혁신보다는 당장 해갈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행정에서의 농업을 지도·보급하는 방식은 이미 국가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 농정국 역시 지도부분과 갈라져 정책과 행정기능을 담당하려는 구상이지만 현행대로의 농업기술센터 역할의 존치는 기능상의 역효과를 불러올 우려를 낳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농업혁신지원센터 형식으로 지도보급이 이뤄지고 네덜란드는 농업컨설팅 회사를 통해 농업의 지도가 이뤄지며 농업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사례로 볼 때 농업행정수도의 미래는 민간 차원의 농업 보급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농업행정은 그러한 민간 차원의 농업 보급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한 급급한 정책 추진이 아니라 현재의 척박한 농산업의 토양이 혁신이 자랄 수 있는 기름진 토양으로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알을 낳는 것은 암탉이지 암탉을 키우는 주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 지속가능성 확보

농업은 기후의 변화나 질병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만이 제품이 아니라 식품안전과 식량안보, 기후대응 전략 등 농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산업적 길이 다양한 것이다.

이러한 신산업에 대한 연구는 당장 농민이 나서기 어렵다.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한 익산의 농업연구 시스템과 선도적 연구농업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길에 대한 투자는 당장 결실을 얻기 어렵다는 이유로 망설여서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땅에 흘린 땀이 농민에게 결실로 돌아오듯 익산시 농업의 혁신을 위한 투자는 익산을 혁신된 농업도시로 만들어나갈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