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직원들 덕분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직원들 덕에 겹경사를 맞게 됐다. 조합장은 조정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는 대신 책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노력이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라 믿고 있다. 예대 비율이 전국에서 4번째로 급성장해 최근에는 중앙회 차원의 지도점검이 있었을 정도다.”

지난 6일 만난 익산농협 김병옥 조합장은 반 깁스를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욕이 가득했다. 마주한 상대에게 그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

근육 파열로 깁스를 한 다리가 4개월여가 지나도록 시퍼런 멍이 그대로인 상태지만, 쉬지 않고 발로 뛰어다니는 탓에 도통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머릿속의 이것저것 구상을 설명하면서 전국 각지를 발로 뛰며 가져다 놓은 농산물 가공품 샘플을 가져오느라 “아이고” 소리를 연발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자신이 가진 열정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익산농협은 7월 중 원광대학교병원 입점과 떡 방앗간 개점을 앞두고 있다.

병원 입점은 제2금융권 중 전국 최초로 이뤄낸 쾌거다.

조합원들을 위한 수익창출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 제공과 지점 내 공간에 신선한 우리지역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전시·판매함으로써 지역농협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범적 사례를 꿈꾸고 있다.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떡 방앗간도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

김 조합장은 취임 초기부터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모델 발굴에 고심,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왔고 수많은 아이디어 중 타당성과 현실가능성 있는 것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떡 방앗간(익산농협 본점 뒤 지상 1층)은 익산농협의 주품목인 쌀의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 전략상품 가능성이 있는 쑥 재배 및 가공을 통해 알짜 효자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겹경사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김 조합장의 일하는 방식에 기인한다. 본인 스스로도 솔선수범해 발로 뛰며 얻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이사회의 결정 외에 직원들과의 충분한 검토 작업을 거친다.

어찌 보면 조합장의 왕성한 의욕과 열정 탓에 직원들의 업무가중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대신 잦은 아침회의를 대폭 줄이고 복리후생을 강화하면서 사기를 진작시키고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 입사 후 10년이 지나도록 해외연수 한 번 다녀오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취임 후 하위직 직원들부터 순서대로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원광대병원 지점 개설이 전국 지역농협 사상 최초의 대학병원 입점이라고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어떤 취지로 시작된 일인가.

이제 지역농협이 신용사업 위주의 구조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1금융권도 경기불황에 허덕이며 나가떨어지는 게 예삿일처럼 여겨질 정도다.

현재 익산농협은 자산 7,900억원 규모로 전국 지역농협 중 100위권 정도인데, 조합원 대부분이 수도작 위주이기 때문에 경제사업 부문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려 조합원 소득증대를 꾀할 수 있을까를 매일같이 고민했다.

농가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경제사업이나 전략사업의 발굴 및 추진이 절실하다고 판단, 백방으로 뛰었다. 돌이켜보면 신용사업이든 경제사업이든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뚫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밀어붙였던 것 같다.

이번에 입점하게 된 원광대학교병원은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다. 물론 조합장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온 임직원이 한마음이 돼 지원하고 노력해 얻은 소중한 결과다.

원광대학교병원은 호남 최대의 양·한방 협진 의료기관이다. 그동안 긴밀한 교섭 끝에 1금융권인 국민은행 출장소 위치에 익산농협 지점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 새 지점이 하나 늘어남으로써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손익분기점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지.

일단 통상의 지점 개설과는 달리 지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본 시설이 구비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큰 비용은 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직원도 최소화해 운영할 예정이다.

병원 내 지점은 큰 편차 없이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빠르면 당장 올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병원 내방객 및 환자 여러분들께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와 함께 우리지역에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전시·판매함으로써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 떡 방앗간은 어떤 취지인가.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

수도작이 대부분인 익산농협의 조합원들은 가을만 되면 쌀값 걱정에 시름이 늘어난다. 소농이든 대농이든 직불금을 받아도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게 조합원들의 하나된 목소리다.

보다 많은 수매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 젖소를 통해 치즈를 만들고 깨를 이용해 기름을 짜내는 것처럼 가공유통 분야의 사업개발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체작물의 재배가 필요하다고 판단, 수많은 고민 끝에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질 좋은 쌀과 쑥 재배를 연계해 양질의 쑥떡을 만들면 익산농협의 전략사업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남 강진에 5,000평 쑥 재배를 하는 귀농부부가 있는데, 고추농사에 비해 2~3배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요즘은 제초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쑥을 캘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익산농협 차원에서 조합원들을 독려해 쑥을 재배하고 기존 질 좋은 쌀과 결합하면 손쉽게 간편 건강식을 만들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쌀의 판로도 확보되고 조합원의 소득도 증대되면서 조합 차원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사업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일단 소규모로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있다. 개인재산이 아니라 소중한 조합원들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달 안에 문을 열게 되는 떡 방앗간은 익산농협 본점 바로 뒤 부지에 80여평 건물 규모로 공사비 2억원을 포함해 총 4억원이 투입됐다.

◇ 지역의 떡 가공업체들과 관련 골목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떡 방앗간을 준비하면서 지역의 떡 가공협회의 입장도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역 업체들과 경쟁을 해 조합이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익산농협의 이름을 내건 쌀과 쑥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가공제품(쑥떡, 냉동제품 등)을 만들어 전국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익산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청 사업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보리를 활용해 엿기름을 만들고 꿀보다 좋은 조청을 쑥떡 등과 함께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 얘기를 듣다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 같다. 원천이 무엇인가.

원체 의욕이 많다. 그리고 7,000명 조합원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누구보다 부지런히 조합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사에 임하고 있다. 그렇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들이 정말 많다. 그럴 때마다 메모하고 샘플을 구해오고 우리 조합에 적합한지 직원들과 함께 검토한다. 다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조합의 존재이유는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형농기계 보조사업이 눈에 띈다. 추곡수매 방식을 기존 선착순 방식에서 전 조합원 수요조사 후 소농가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과 같은 취지인가.

그렇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농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이다. 추곡수매나 농기계 보조나 기존에는 주로 대농가 위주로 사업이 추진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농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조합원들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동력살분무기 구입비용 중 50%를 보조했는데 신청자가 100명이던 것이 올해 318명으로 늘어났다. 이번에는 충전식분무기 비용 50%를 지원하는데 벌써 신청자가 1,200명에 달해 예산범위 안에서 하반기에 지원하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지원할 예정이다.

모쪼록 보다 많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과 시민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협동조합이라는 게 다수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합장은 조합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매년 새로운 봄에 무일푼으로 시작하는 것이 조합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면서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아갈 수 있도록 진력하도록 하겠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