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재청 발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8월부터 익산 쌍릉 대왕묘를 발굴한다는 언론 기사가 났다. 필자는 익산 여산이 고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익산 시내를 숱하게 오갈 때마다 도로변의 ‘익산 쌍릉’이라는 표지판을 무심코 보아 넘겨 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쌍릉의 주인은 누구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2015년 7월 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백제문화유적지로서의 익산의 위상이 정립된 마당에 무왕과 선화공주 능으로 알려진 쌍릉의 이름이 왜 아직도 ‘익산 쌍릉’으로만 남아있어야 하나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익산 쌍릉은 백제말기 굴식 돌방무덤으로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87호로 지정되었다. 마한의 무강왕과 그 왕비의 능이라고도 하며, 백제 무왕과 선화비의 능이라고 전하기도 한다. 고려 충숙왕 때 도굴된 기사가 있고, 1917년 일제강점기 일본인 야쓰이 세이이치가 고적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쌍릉을 발굴하였다. 발굴 결과 그 구조는 원분으로 부여 능산리에 있는 백제 왕릉과 동일 형식에 속하는 판석제 굴식돌방으로 밝혀졌는데, 야쓰이 세이이치가 남긴 발굴 당시 사진도록과 그의 사후 제자가 남긴 발굴결과 보고서에 의해 위의 내용들은 학술적으로 뒷받침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금마에 위치한 마한관 전시 자료에 의하면 마한은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5~6세기까지 익산지역에 존재했던 정치세력이다. 5세기 중엽에서 후엽 경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모현동 묵동유적에서 마한의 전통을 이은 흙무지무덤(분구묘)을 조성하고 무덤 안에 고배 등 백제 토기를 넣은 것이 확인되었고, 이를 통해 익산지역이 백제로 흡수되면서 백제문화가 유입되었지만 묘제에서는 마한의 전통을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록 백제에 흡수되었지만 마한 사람들은 장례절차는 백제가 아닌 자신들의 옛 전통을 따랐던 것이다.

익산 쌍릉(대왕묘)이 조성시기로 보나 조성 방식으로 보나 능의 주인은 백제 사람이 분명해 보이고 후대 사람들이 볼 때는 마한이나 백제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마한을 백제로 보아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최초의 도굴 기록인 고려 충숙왕 이전에 이미 발굴이 전혀 없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면, 7세기 전반에 도굴이 이미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도굴자의 토기가 우연히 유입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역사의 가정일 뿐이지만 1917년 발굴된 부장품이 알려진 바와 다르게 존재하고 있었고 일본 어디에선가 보관되고 있는 것을 밝혀내기만 한다면, 이렇게 능의 이름을 찾고자 후손들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고 곱씹어 보게 된다.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백제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2015년 ‘왕궁리유적지’와 ‘미륵사지’”가 백제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때 일본혼슈 나고야 지역 방송사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익산을 방문 취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 100년만의 재발굴의 의의는 크나 부장품 발견 가능성이 적어 능 주인을 밝히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발굴과 병행하여 일본 현지에도 방송사 홍보를 통하여 양심 있는 일본인의 동참을 이끌어 내어 일본 현지에서 익산 쌍릉의 부장품이 발견되는 기적이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번 발굴을 통해 반드시 ‘무왕·선화공주 능’이라는 이름을 찾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