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다루는 기술자가 곧 보석이다
공방거리와 산업, 수출 기업의 3박자

익산시의 전통산업으로 섬유와 석재산업, 그리고 보석관련 산업을 꼽을 수 있다. 현재는 식품산업과 관광산업 및 첨단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항상 전통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석’은 과거 영광의 시대를 거치면서 익산시를 전국 유일의 ‘보석의 도시’로 불릴 수 있게 만들며 익산시의 가치를 높인 브랜드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익산시의 보석산업은 과거의 경쟁력을 잃고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익산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왕궁보석테마관광지와 유턴기업 유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익산시의 보석 산업 육성에 대한 노력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석 산업의 현장의 이야기를 모아 새로운 보석 산업의 길을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봤다.                                            <편집자주>

◇ 변화의 바람

익산시의 보석 산업은 변화의 물결에 맞닥뜨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익산시는 낡은 생산시설을 왕궁면 보석클러스터로 옮겨 집적화단지로 그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한편 보석을 테마로 조성한 관광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삼기면 제3산업단지에 유치 중인 유턴기업 주얼리산단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패션주얼리 수출기업으로서의 익산의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보석 산업이 완성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제1공단 내의 보석관련 업체들 역시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낡은 산업단지에서 퇴출될 날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당당히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움직임이다.
먼저 보석업체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생산과 판매를 직접 개척해나가면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낡은 산업단지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에 새로운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발맞춰 최근 익산비지니스센터가 건립됐고 호텔컨벤션 센터도 건립이 추진되는 등 보석 산단에 활력이 돋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익산시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된 일이다. 낡은 산단의 업체들을 왕궁면으로 옮겨 집적화하겠다는 게 익산시의 추진 방향이었으니 말이다.

◇ 보석박물관의 위치에 대해

지금의 변화를 보면 처음 익산시가 보석박물관을 비롯한 테마관광지를 계획할 당시 현재 위치인 1공단 인근에 세웠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조성한 탓에 쉽사리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것은 물론 보석 관련 업체들도 생산과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주얼팰리스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판로를 확보한 것도 아닌 것은 물론 그마저도 가격 경쟁력도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익산주얼리협동조합 박상권 이사장이 익산의 보석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익산주얼리협동조합(IJC) 박상권 이사장은 이런 선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 이사장은 “당장은 힘들지만 멀리 내다보면 차라리 다행이다. 박물관을 끼고 집적화센터와 디자인센터를 넣어 시너지효과를 주는 것인데 결국에는 정원로드형 주얼리매장이 들어간 보석마을(주얼리파크)이 조성돼는 것이 완성된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과 인근에 왕궁물류센터 등이 들어오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보석산업이 한 몫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 강소기업의 육성 필요

보석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금품을 직접 다루고 거래하는 특수 분야로서 대기업이 손을 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만만한 산업이 아니다. 노하우와 기술력을 비롯해 보석에 대한 끈질긴 가치 창조와 발굴 노력이 밑받침돼야 한다. 마치 오랜 전통을 지닌 이탈리아 명품회사들처럼 작은 영세기업으로 출발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하는 그런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1공단 내에 보유하고 있는 보석관련 기업들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런 기업들 모두가 장차 명품 브랜드로 성장해 익산의 보석 산업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익산시의 정책대로 왕궁으로 옮겨간다면 아무런 비전 없이 내몰리는 경우다. 기업을 육성도 하지 않고 한 곳에 뭉뚱그려 놓으면 다 잘 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다. 보석 산업의 역사를 만들어온 1공단 쪽이 사라지면 그 근본도 사라져 결국 익산의 보석산업이 가진 원동력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 공방거리로 3박자 완성

그러나 익산시가 그린 보석 산업의 청사진엔 1공단이 빠져 있다. 낡은 공단을 바라보는 익산시의 시각이 담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1공단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스스로 자생하여 성장한 기업들이 보석 산업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거리 자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익산시 보석산업의 미래를 위해 영등동 보석 공단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릴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 보석 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IJC 박상권 이사장은 “왕궁 보석클러스터를 메인으로 하고 삼기 패션단지는 수출을 담당하면서 이쪽 1공단 쪽은 역사를 지키는 공방거리 수준으로 조성돼야 한다”면서 “현재도 젊은 귀금속 기술인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니 보석 문화거리와 같은 구도심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역의 가치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방거리 조성을 위해서는 기초적인 시설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현재 주얼리 매장이 들어서고 있고 단지 내 곳곳에서도 보석 관련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상하수도와 정화조 같은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말썽이 되고 있다. 이에 익산시와 산업단지공단이 기초적인 기반시설만 투자하더라도 소규모 창업이 일어나 금방 아름다운 공방거리가 만들어질 것이 틀림없다.

◇ 보석마을이라는 꿈

일반적인 산업화는 이미 타 지자체보다 늦은 익산시다. 서울시나 대구시, 부산시 등 대도시와 비교해 익산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도심 공방거리로 시작한 보석이라는 문화는 왕궁으로 이어져 산업이 된다.
그 종착점이 보석마을이다. 정원로드형 보석마을이 조성되면 어느 도시보다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 진실로 보석도시 익산이라는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시점으로 그런 보석마을에 입주할 만한 경쟁력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타 지역의 자금력과 싸워 이겨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에 작은 업체들을 키워내는 것이 익산시가 안고 있는 과제다.
그 업체들이 성장해 왕궁에 진출해 산업적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1공단을 인큐베이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IJC 박상권 이사장은 “2단지를 떠난 기업들이 익산에 재투자 하지 않고 떠나버렸던 쓰린 기억이 있다”며 “그런 일들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러니 아예 1공단을 보석의 명소로 키워내자는 것이 내 생각이고 그게 익산의 보석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라고 역설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