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재단이 새로운 리더를 만났다. 익산시가 익산문화재단의 공백을 메울 상임이사에 공무원과 정치인을 배제하고자 한 것은 문화예술 전문가의 역량이 익산문화재단을 정상화하는데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공모가 진행됐고 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를 뚫고 현재 한국예총 익산시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영규 회장이 새로운 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익산문화재단이 새로운 출발과 도약의 기회로 보는 눈들이 많다. 책임 없는 비상근 상임이사 체제를 책임 대표이사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익산문화재단이 스스로 일어설 만큼의 여력이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대표이사 체제로 가는 길은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익산시로부터 예산의 독립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사회가 구성돼 있고 상임이사 체제로 운영되면서도 여태까지 행정조직의 하부조직 노릇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상임이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설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지금껏 위기 속에서 성장해온 익산문화재단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갈 것인지에 모든 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익산문화재단의 행보에 따라 익산시 문화정책을 비롯한 생활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익산문화재단을 이끌 소임을 맡게 된 소감은.

▶ 한 마디로 익산시민과 문화예술인의 소망이 일순간에 이루어진 느낌이다. 사실 익산문화재단의 상임이사를 순수 예술인이나 단체에서 맡아야 된다고 표현한 정헌율 이사장(익산시장)의 발표에도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사장님의 발표대로 추진됐고 이렇게 이뤄지고 보니 익산의 문화예술인을 대신해 그 결단에 감사를 드리면서 앞으로도 조직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원한다.

아울러 공모에 함께한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도 모두 문화재단을 이끌 역량이 충분한 훌륭한 분들이며 앞으로 익산의 문화예술을 창달하는데 함께 힘을 모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앞으로 익산문화재단의 상임이사의 소임에 진정을 다할 것이며 익산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역문화를 계승 발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예술인답게 모든 업무를 기존의 틀에 국한되지 않는 독창성을 발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하여 익산의 문화 융성을 위한 일에 매진하도록 하겠다.

“익산시민과 문화예술인의 소망이 일순간에 이루어진 느낌이다”

▷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익산지부 회장으로 역임 중이어서 익산문화재단과 예총으로서의 역할이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역할에 어떤 차이가있으며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말해 달라.

▶ 익산시 조례에 의해 2009년 설립된 재단은 실제 활동기간이 8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지역문화예술의 진흥 및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며 이제는 익산의 역사와 문화관광 분야까지 개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문화예술인 및 단체와 갈등과 마찰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50년 역사를 지닌 지역 예총 소속 900여 전문예술인들의 협조와 이해가 그만큼 중요한 실정이다. 역할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임무와 방향이 분명한 만큼 윈윈(Win Win)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익산문화재단을 시민이 바라는 모습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역량을 발굴하고 문화적 무대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생활문화 정착 등 다양한 임무가 막중하다. 이에 예총의 업무는 근시일 안에 더욱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께 맡기고 익산문화재단의 임무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을 도모할 것”

▷ 그동안 익산문화재단의 이사로 활동해왔던 만큼 익산문화재단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문화재단으로 성장하기 힘든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말해 달라.

▶ 아직은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 익산문화재단은 설립 목적에 반하는 사업과 상급기관-익산시의 즉흥적 요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익산시 고유의 특색에 맞는 정통성과 정체성을 발굴하는데 특히 미흡한 상태다.

특히 문화재단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상임이사의 역할과 권한이 결여돼 있는 부분은 익히 지적돼온 바 있다. 비상근 상임이사체제의 한계를 비롯해 적정 근무인원을 충당하지 못하는 부분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으며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그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계획인가.

▶ 지역문화예술 진흥과 정책 수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유도해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익산시청 직원이 파견돼 근무하는 만큼 문화재단과 익산시의 업무에 관한 부분에 선을 확실히 긋도록 할 것이며 이와 함께 익산시의 문화정책과도 호흡을 맞추기 위한 소통의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특히 문화관광 개발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며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과 권한을 부여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 누구보다 익산시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익산시 문화의 특징과 앞으로 살려나가거나 복원해야할 것들이 있다면.

▶ 나는 익산이 고향이며 화가가 되어 다시 익산에 내려와서 작품 활동을 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이제는 예술인단체에 속해 익산의 문화에 대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일인 사람이다. 때문에 익산의 변천사를 지켜보며 익산의 문화가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익산이라는 도시의 문화는 ‘사람’이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그 기저에는 고대 역사와 문화가 깔려 있는 모양이다. 역세권 형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발달한 도시로서의 익산과 고대 백제시대 문화가 융성했던 문화가 함께 공존한 도시라는 얘기다. 그러한 복합적 특징을 가진 익산시 문화를 독창적으로 발굴해 알리는 것이 문화재단의 임무라고 본다.

▷ 익산의 문화는 어떤 그림으로 완성돼야 한다고 보나.

▶ 빠른 시간 내에 상징적으로 아홉수를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재단 설립 9년, 99회 전국체육대회 등 당면해 있는 것들과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그동안 문화재단에 쏠린 짐들을 벗어내고 과감히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재단 설립 10주년을 맞는 2019년에는 31만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화재단이 되는 그림을 이제부터 밑그림을 그리려 한다.

▷ 익산문화재단에 대해 여러 지적들이 많다. 서동축제 위탁기관으로서의 적절성, 공모사업에 치중한 사업들, 문화예술인들과의 거리감 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익산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 우선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입장과 애로사항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문화재단이 설립 목적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재단 정원을 적절히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문화재단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런 기반을 닦은 다음 문화재단에 쏠리는 관심과 우려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축제운영 주체에 대한 고민에 대해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공모사업의 경우엔 무분별하지 않도록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절하게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과 협력은 내가 문화재단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그런 과정을 거쳐 문화재단이 익산 문화예술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것이다.

“문화재단이 익산 문화예술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것”

▷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문화정책이 있다면.

▶ 익산문화재단의 명칭에 대한 고민이 있다. 역사문화와 관광재단의 내용을 명칭에 담아 익산의 오랜 역사의 정통성을 알리는 것이다. 또한 익산의 문화라는 정체성을 발굴함과 동시에 문화관광을 상품화해서 연결시키는 구상이 준비돼 있다. 업무를 수행하며 직접 보여드리고 시민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 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

▶ 익산문화재단은 시민들이 함께 공존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펼쳐나가는 동시에 시민들이 원하는 아이템들은 제보를 통해 받아들일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사장과 상임이사, 재단 직원들 간 삼박자를 잘 맞춰 나가 만족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앞으로 익산문화재단이 제 구실을 잘 할 수 있도록 채찍과 박수를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