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소리꾼 200여명 명품 판소리대회 자리매김.. 공정한 운영 ‘높은 평가’

익산의 국악 널리 알리는 전국 무대.. 익산국악원의 피와 땀이 일궈낸 결과

2017년 9월 3일, 국창 정정렬 추모 및 제17회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001년부터 개최를 시작한 익산 판소리대회는 근세 5명창 중 한분인 정정렬 선생을 추모하고 기리는 한편 그분을 낳은 익산이라는 도시가 판소리의 고장으로서의 위상을 널리 떨치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소리꾼들은 익산 대회에 대한 꾸준한 신뢰를 나타내며 올해에만 200여 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대회와 함께 각양각색의 국악을 즐길 수 있는 추모 공연이 함께 열리기 때문에 매해 2,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모여들어 국악 진흥을 위한 훌륭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 익산 국악발전의 태동

익산시가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는 계기인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시작된 것은 17년 전인 2001년이다. 당시만 해도 익산시는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던 시절이었다. 익산시나 협회 차원의 변변한 지원이 없었지만 익산을 국악의 성지로 여기며 어렵게 익산의 국악을 지켜가던 국악인들은 수두룩했다.

그러나 익산에는 국악을 전수할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었고 국악을 배우는 후학들이 나설 무대조차 없는 불모지였다. 이에 익산의 소리꾼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경연대회에 참가해야만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대회가 정당한 실력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 입맛대로 이뤄지는 곳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르치거나 친분에 의해 수상자가 결정되는 대회들에서 다수의 국악인들은 들러리가 되기 십상이었다.

이에 뜻있는 익산의 국악인들이 뭉쳤다. 익산에서 대회를 개최하되 공정하고 깨끗한 대회로 만들자는 결심이었다. 그것이 우리 국악의 발전을 위한 길이며 익산이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되찾는 길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국악인들의 노력이 담겨 2001년 5월 제1회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당시 시청 건너편에 있었던 익산시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운초 오정숙 명창 등 여러 유명 국악인들이 대회 발전을 기원하는 축하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 비약적인 발전

당초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두고 여러 말들도 많았으나 17년을 이어오면서 그런 우려가 기우였을 뿐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당시 대회 개최가 계획된 5월에는 전주 대사습과 남원 판소리대회가 열리는 시즌이어서 타 대회에 밀려 수준 낮은 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신생 대회라는 점에서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익산 대회를 찾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에 검토 끝에 제2회 대회부터는 가을로 개최 시기를 옮겼으며 장소도 솜리문화예술회관으로 옮겼다.

그렇게 미약한 출발이었지만 익산대회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대회 운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른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익산지역 내에서 참가한 소리꾼들은 수상을 배제하는 원칙도 세웠다.

대회 참가자들만의 행사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변화를 꾀했다. 국악인들의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한마당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제5회 대회부터 국창 정정렬 선생에 대한 추모공연을 함께 열었다. 이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대회를 참관하고 공연도 즐기는 한바탕 국악무대로 성장했다.

이에 해마다 익산을 찾는 소리꾼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전주 대사습의 경우 대회운영 비리가 적발되며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지만 익산 대회는 200명이나 되는 소리꾼이 찾아와 성대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 익산국악원의 땀의 결정체

익산시가 국악의 도시, 판소리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재의 성과 뒤에는 익산국악원(원장 임화영)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국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익산시에서 허름한 건물에 의지해 후학 양성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으며 익산시에서 전국대회 개최하고 이를 유명 대회로 성장시키며 익산시라는 도시에 판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익산국악원은 현재까지도 사무국 직원 1명도 없이 운영되는 열악한 상황 그대로다. 익산시의 지원 없이도 임화영 원장을 비롯한 강사진이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후학 양성을 비롯해 매해 전국대회 운영까지 해내고 있다. 후학들의 판소리 완창 발표회, 어린이 국악단 운영, 익산예술제 공연 등 익산 국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모든 행사에 익산국악원의 숨겨진 땀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어 익산국악원 구성원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 익산의 국악의 위상은 이뤄낼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임화영 원장은 “익산이라는 도시가 국악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분들의 애정으로 인해 국악도시의 위상을 되찾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국악원 이사님들이 봉사정신으로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며 앞으로도 익산의 국악발전을 위해 성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