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없더라도 한 바퀴 돌아야 개운합니다”

이웃을 걱정하는 것으로 치면 오지랖이 넓을 만큼 넓은 김선교(62세) 도우리 대표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신이 돌봐야 할 사람들과 사무실, 일터, 농토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법무사 일이 주업인 김선교 대표는, 회원들과 함께 익산 구석구석에 거주하는 홀몸 노인들을 찾아다니느라 직업을 거의 잊고 산다. 노인들을 씻기고, 맛사지하고, 노래와 춤을 버무린 공연으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식사대접을 하는 눈코 뜰 새 없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주업을 소화하다보니 이제는 봉사활동이 주업이 되고 직업이 부업이 된 것 같다.

그러던 중에도 '도우리'는 매월 세차례씩 익산시 자원봉사센터의 심부름을 맡고 있다. 빵배달과 연탄배달, 농촌 순회공연 봉사가 그것이다. '도우리' 회원 80여명은 또 익산시 자원봉사센터 119에 소속되어 있고 김선교는 그 단장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모이고 현장에 투입 되어서는 복구활동에 힘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익산시 자원봉사센터가 '도우리'를 믿고 의지하며 뭐라도 더 지원할 게 없나를 찾는 이유다. 회원들이 이런 봉사활동에 힘들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과중해서 포기하고 싶은 때도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회장 입장에서는 솔선수범하지 않고 회원들을 이끌 수 없기 때문에 이대로 잠들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때가 많지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김회장의 표정에 그가 어쩔 수 없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가 떠올랐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신기할 정도로 멀쩡해집니다. 우리 때문에 누군가 산다는 자긍심 때문일까. 힘이 불끈 불끈 솟는 겁니다" 그래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산다. 김회장 자신도 그렇지만, 회원들을 보면 봉사에 미친 사람들 같다. 길 가다가도 폐지가 있으면 주워 모은다. 행사장이나 하천, 저수지 등의 주변에서 정화활동을 하다보면 재활용 쓰레기들이 수집되고 이것들은 돈이 된다. 지난해만 해도 폐지 등을 팔아 130만원을 벌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또, 회원들은 매년 국화축제장 주변에서 붕어빵을 구워 파는 수익사업을 벌인다.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150만원을 벌어 100만원은 익산자원봉사센터에 장학금 몫으로 기부하고 50만원은 망년회 때 썼다.

이런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샘솟는 것일까. 33년을 법원에서 근무했던 그는 정년을 앞두고 남은 삶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보낼까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나 후세들이 본받을 일을 구상했다. 그래서 김선교가 한 일 보다 김선교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세상이 어려운 사람들의 웃음으로 환해질 일을 찾았다.

그런 마음에는 고갈되지 않는 힘과 열정의 샘이 있는 것일까. "항상 편안하고 뿌듯합니다" 남을 도우면서 갖게 된 김선교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또 하늘에 닿는 것일까. 그가 정년퇴직을 한 직후 아내 김옥임(58세)이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모든 기억이 지워졌고 24시간 간병인을 붙여야만 했다.

그렇게 7년 세월이 흘렀다. 김선교는 봉사활동에 묻혀 살았다. 4년 전 부터 아내의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내는 최근 마침내 기억을 거의 되찾았다. 서울대 병원 의사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기적이라고 말했다. 실증주의자였던 김선교가 교회에 다니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느님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섰기 때문이었다. 김선교는 아내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며 하느님께 보답하고 싶다. 석암동에 사는 친구이자 홀몸노인 심여순(62세)의 신장투석을 5년 동안 수발해 오는 것도 그 일환이다. 매주 월·수·금 세차례 시내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 4시간 걸리는 신장투석을 받게 하고 귀가 시키는 일을 단 한 번도 거른적이 없다.

김선교는 이렇게 몸으로 말한다. "봉사활동은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고, 절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을 밝히는 것"이라고.

그는 사업 목적이 있는 사람이 봉사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극구 만류한다. "기왕이면 서로서로 회원을 돕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은 금방 탈퇴하고 다른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을 해치기 십상입니다"

그는 또 "세상에는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해도 성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거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김선교는 세상에 도움을 줘야 할 사람이 도움을 바라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손길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이 또 안타깝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