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산품 애용 및 기업의 투자여건 확충이 노동과 도시 살리는 첩경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저평가되고 있는 노동의 가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양대 노총이 공동대응을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의 대동단결만이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동우화인켐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한국노총 익산시지부 제13대 의장에 선임된 전세성 의장(47)은 자신이 지향하는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설명하면서, 다른 지역과 다른 익산지역 노동운동의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가 사회구성원들 모두에게 중요한 영역인데도, 사회적 인식이 터무니 없이 낮고 노동을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 "사실 병원 의사나 교수들 같은 지식인들도 다같은 노동자인데, 스스로 노동자들을 하위 계층으로 분류하고 하대 하다보니, 노동운동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겁니다. 그들은 피고용자이면서도, 자기부정 때문에 노동자의 지위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보태지 못하는 거죠" 전세성은 그것이 사회 기층에 깔린 왜곡된 의식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유럽 같은 곳에서는 초중고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위원장을 뽑고 대의원들을 뽑아 노조활동을 체험하도록 합니다. 사회에 나갔을 때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에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없애는 거죠" "고용주와 정부, 노동자들 모두가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런 교육체계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전세성은 자신도 복잡다단한 노사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노사 양측의 피해를 최소하하는 해법을 찾기 위한 학습에 진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물론 각계의 노동관련 교육이나 세미나를 신발이 닳도록 쫓아다닌다는 그는 요즘 비정규직 문제에 골몰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익산지역의 비정규직은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미만에 불과합니다. 자기보호 장치가 없는 노동자들이 9천명 이상에 이르는 거죠. 이 사람들에게는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해고될 수 있는 약점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결성하고 활동하는 것에 결정적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노동 3권은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이자 항상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알려 줄 통로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전세성은 그래서 요즘 열심히 지역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익산시 의회의 도움이라도 받아 '비정규직 상담소'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에서다. 비정규직들이 자기의 정당한 권리에 눈을 뜨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쟁취하는 데 상담소를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그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고용불안에 떨며,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들은 노동의 가치를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게 전세성의 생각이다. 전세성은 최근 노동계의 최대 쟁점인 근로시간 단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조정하는 대신 200%였던 휴일 근무수당을 15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 실질적인 근로조건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노동의 대가를 상향 조정하고자 할 때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위축되고 있는 거죠. 이 상태로 가면 비정규직은 양산되고 정규직은 대물림되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입니다. 주요 대기업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더구나 한국사회 산업 전반이 침체기를 걷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익산지역 제조업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전세성은 "경영위기에 처한 옥시, 삼양라면, 오리온 같은 지역기업들의 생산품을 시민들이 애용해 주기를 희망한다"면서, "양대 노총에서도 익산에 입점해 있는 롯데마트나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에 지역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이 이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위원장들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아가 촉구 시위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지역 내 기업들의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자 고급 인력들의 역외 유출이 심각하다. "더구나 민선 6기는 과도하게 친환경·안전도시 정책을 추진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익산시 전반의 산업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자치단체가 기업들에 투자여건을 만들어주고 투자하는 기업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줘도 모자랄 판입니다. 의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합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