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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한 일은 없습니다. 많은 것을 상인들이 해준 것입니다" 열한 번째 열린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산자부 장관상을 받은 소점호(64세, 중앙동 3길 16호) 상인회장의 굵고 짧은 소감이다. '분쟁 없는 시장, 결속력 높은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매일시장의 현 주소가 이 짧은 소감에서 선명하게 투영된다. 그 저력은 2008년부터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매일시장이 2007년 현대화된 지 1년 만에 '전국 우수시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소 회장은, 7년 전에 착수한 일명 매일시장 아케이트사업(시장 현대화)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시장 상인회를 이끌어 왔는데, 현대화 사업을 당초 정해진 일정내에 일사천리로 마무리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설계에서 자부담액 확보, 공사 준공까지 잡음 없이 매끄럽게 처리한 경우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연접한 창인시장 상인회가 설계 수정 문제 및 자부담 문제로 익산시와 갈등을 겪고, 상인회 내부에서 일어난 분열과 반목으로 2년여 동안 진통을 겪은 것에 비추면 매일시장 상인회의 응집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창인시장 상인회가 현대화 사업을 끝낸 이후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일시장 상인회는 시장환경과 조직을 새로 정비하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꿴 셈이다. 소 회장은 그렇게 값진 경험을 잘 다듬고 관리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역량을 쌓아왔다. 방법은 애향심을 높이고 견문을 넓히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 참가해 탑마루 등 지역상품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한편, 우수시장의 경영선진기법이나 상인조직력을 벤치마킹해 매일시장의 자생력을 키워 온 것이다. "우리 시장은 노점상 10곳을 포함해 67개의 점포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점포당 한 명 꼴의 사람들이 매년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박람회의 가치를 알고 있고, 지역상품 홍보대사 역을 기꺼이 맡아주고 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자부심이 상인들의 질을 높이고, 장사 잘하는 힘이 된다. 매일시장은 전국에 있는 1,400개의 시장 가운데 8.9%인 125개의 우수시장에 포함된다. "덕분에 우리 상인회에는 국비에서 급여를 지원받는 매니저가 서무관리를 맡아주고 있습니다" 상인회 사무실은 그렇게 상인들이 좋은 시장의 가치를 확인하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더 좋은 시장을 만드는 일이라면 누구든지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또 더 잘 되는 시장을 배우면 상인들이 새로워질 수 있고, 그것은 당연히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우리 시장은 불황을 타지 않습니다. 전통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중저가 메이커 의류업체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남부나 북부시장에는 장날만 의류장이 서지만, 90%가 의류 점포로 이루어진 매일시장은 사시사철 옷가게들이 문을 열어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시장에는 사람이 끓어야 한다. 소점호는 그런 관점에서 시장 주변의 다문화 가족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2011년에는 다문화예술대상 사회 봉사상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 국가에서는 옷이 귀하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시장에서는 매년 재고로 남은 새 여름 옷을 걷어 가을에 필리핀이나 미얀마에 보냅니다. 한 번에 200벌 정도 모으는데 올해에도 보낼 준비가 거의 다 되고 있습니다" 소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다문화를 보는 관점이 각별하다. 장남인 진용과 차남인 공희 두 아들 가운데 차남이 필리핀 유학중에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족을 이룬 것이다. 가족을 생각하면, 소 회장에게 아내 심이례(63세)는 그 자체가 행운이다. "74년도 부터 장사를 시작해 동생 넷을 기르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보내고 결혼 시키기까지 아내는 단 한번도 불평 불만을 한 적이 없어요. 아내 덕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항상 고맙지요" 소 회장이 활짝 웃었다. 모두 자립해서 잘 살고 있는 동생들을 볼 때마다 아내를 향한 소 회장의 애틋한 마음은 그렇게 짙은 웃음으로 배어나리라. 장사 잘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역시 그는 '신뢰'라고 답했다. 장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막상 믿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단골 손님은 그 결실이다. 단골들은 소점호가 운영하는 '이리 땅콩 상회'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그는 땅콩과 건어물을 취급하는 점포를 접고 업종을 변경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든 적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단골들 때문에 마음을 돌이키곤 했다. 그자리에 계속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믿는 단골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다. 그는 단골들의 사랑을 되새김하는 방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눔 공동체에 매월 소액이나마 기부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작은 것을 배풀고 잊어버려도 받은 사람들은 항상 기억합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억지는 안돼요. 순리대로 가야지"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