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박감과 억압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학교 프로젝트 견인차 
"일과 가족 모두 저에게 행복을 줍니다. 저는 조금 늦게 결혼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두고 있지요. 바라만 봐도 행복합니다. 또, 제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인데 눈 높이가 아이들과 같아져서 좋아요. 제 교육관이 학부모에 맞게 변하고 있지요. 아이를 통해 교육방법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거예요. 제 남편은 이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저의 카운셀러랍니다. 저와는 다르게 학부모 입장과 교직원들 입장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있어요. 제가 오류를 줄이고 학교를 이끌어 나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지요" 행복을 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를 만들겠다는데, 본인은 어떠냐는 질문에 한숙경 낭산초등학교장(49세)은 봄을 맞이한 노고지리와 흡사했다. 그보다 먼저 꿈꾸듯 반짝이는 눈빛이 느긋한 미소 위에서 "내 얼굴을 보고도 모르겠소?"라고 반문하고 있었다. 한숙경의 행복수업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비롯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어린이들 행복지수가 매년 꼴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질은 풍요로운데도 삶의 만족도에서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결핍지수도 가장 높은 거지요" 그는 어린이 교육 일선에 있는 교육학박사로서 이런 물질과 정신의 과도한 불균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요한 원인이 경쟁주의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어린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행복수업 커리큘럼 개발은 오랜 시간 매달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한숙경 교장이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발견한 것은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였다. "문제집이 없는 유일한 교과서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가 개발한 거예요. 행복을 누가 만드는지, 행복은 무엇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행복은 어떻게 만드는지, 학생들이 일상 생활에서 행복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거지요. 맹신이 아닌, 철저하게 검증된 지식만 가지고 만든 책을 제가 드디어 만나게 된 거예요" 그는 첫 교장 부임지인 남원용성초등학교에서 곧바로 행복수업 시범학교를 운영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부임한 낭산초등학교에서도 행복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는 스스로 행복수업 전문가가 되기 위해 행복수업 기초연수를 비롯해 3차에 걸친 심화연수와 워크숍을 모두 수료했다. 겨울방학에는 선생님들이 행복수업 기초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지난번 기초연수에는 400여명의 교사들이 왔어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뜻이겟지요" 그런데 이 행복수업은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원용성초등학교의 경험을 돌아보면, 선생님들이 힐링을 체험하고 행복해졌어요. 행복수업은 마음만 다스리는게 아니고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같은 환경이라도 달리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선생님들도 바뀔 수 밖에 도리가 없는 거지요" 그는 이 행복수업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사례발표를 주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행복바이러스의 진화를 위해서다. "사랑하는 자녀나 제자에게 물려줄 것이 있다면, 유형의 재산도 좋겠지만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행복수업은 학교폭력예방을 뛰어넘는 아주 좋은 인성교육이기도 합니다" 한숙경 교장은 교장실을 상담실로 개방했다. "낭산초등학교 학생들 총원은 41명이고 유치원생들까지 다 합쳐도 46명입니다. 숫자가 적어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똑깥이 올라가기 때문에 관계가 한번 흐트러지면 복잡해집니다. 언제나 즐겁게 힘써 나아가자는 뜻의 상락정진(常樂精進)이 저희 집 가훈인데, 아이들이 맺힌 마음을 풀고 저처럼 즐겁게 열심히 살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는 학생들의 수가 작아서 행복지수가 계속 높아질 것 같다. 주어진 일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고 모두에게 혜택이 바로바로 가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바이올린 연주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이올린 구입비 등의 내년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번잡한 절차 없이 바로 결정됐다. 건물 외벽에 도색된 알록달록한 색도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했다. 그는 또, 내년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주 1회씩 책을 읽어줄 계획이다. 그에게는 근복적으로 어린이 한명 한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그의 멘토인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양친는 모두 교육자였다. '한국 교육자 대상'을 수상한 아버지는 물론이고, 평교사였던 어머니가 퇴직하려 하자 당시 교장선생님이 "유선생님은 아이들 곁에 있기만 해도 배움을 주시는 분"이라고 만류하였다는 일화를 늘 마음에 새기고 산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아이들 곁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