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살면서도 자신은 한낱 세상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회적 직분보다 자신이 나눔에 쓰이는 일이 더 소중한 사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우리는 순천자(順天者)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익산시 지역사회복지실무협의체 위원장인 김혁중(56세) 서강교회 담임목사를 만나면 누구나 거기에 동의할 것이다. 그의 삶은 곧 하늘의 뜻과 사람의 도리에 순응하며 조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인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나눌 때 가장 행복한 것입니다" 그는 교인들에게 "조그마한 것이라도 이웃을 위해서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지역을 향해 스며들어 가야 합니다. 사회 속에 들어가 함께하지 않으면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그가 목회를 막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이기도 하다. 베품, 나눔, 실습을 개척마인드로 삼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든 크든 지역사회를 위해서 할 일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했다. 16년 동안의 농촌교회 개척활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한 그가 부송동으로 옮긴 뒤 오랫동안 구상했던 것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 바로 아동센터 설치·운영이었다. 지금은 29명의 아동을 육성하고 있는 '서강지역아동센터'는 김혁중의 남다른 철학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인성입니다" "공부해서 남을 주자. 돈 벌어서 베푸는 사람이 되자. 꿀벌 같이 살자"는 그가 날마다 누누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서강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부터 귀가할 때까지 아이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자기주도 학습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구성 아동 가운데, 30%의 일반 아동을 제외한 70%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가정·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이지만, 모두 구김살없고 자심감이 등등한 학교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은 학(學)을 30%로 하고 습(習)을 70%로 하는 서강지역아동센터의 커리큘럼에서 비롯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센터로 오면 곧바로 하는 일이 오늘 한 일과 할 일을 적고 한 일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오늘 받은 학교 수업을 핵심노트에 정리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점검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가 배운 것을 선생님에게 가르칩니다. 상상력을 키워주는 거지요. 이것이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덕분인지 센터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평균 학업성적은 96점을 상회한다. 학습방식은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맡겨져 있다. 책을 펼쳐 놓고 EBS를 보면서 자기 헤드셋으로 듣고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등 각자 자기방식대로 자유롭게 공부한다. 방학 때는 이 주도적 학습방식이 더 강화된다. "올 겨울방학에도 매일 그룹토의를 펼치고,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어 돌아가면서 교과를 지도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세우는 계획의 항목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감사 일기와 칭찬 일기가 눈길을 끈다. 요컨데 하루 일과중에서 다섯가지의 감사할 것과 칭찬할 일을 쓰는 것이다. "감사와 칭찬의 대상이 사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물 또는 모든 상황이 포함됩니다. 아이들은 감사와 칭찬을 통해 존중과 예의를 배우고 사소한 것도 소중하게 여기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소통과 상생을 통한 조화롭고 균형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김혁중은 익산지역아동센터를 아우르는 연합회장으로서 아동복지에 기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연합회장은 명령하기보다, 부지런히 돌아다녀 후원을 많이 받는 것이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아동복지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규모있게 지원해 온 개인이 운영하는 '우리홈마트', '다사랑', '동우화인켐'등에 대한 감사 메시지 전달과 사후관리도 그의 몫이다. "올 겨울방학에는 후원해 준 업체에 아이들과 함께 붕어빵 기계를 가지고 가서 직원들에게 붕어빵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감사를 표하려는 것입니다" 김혁중은 또 처음 목회를 시작해 마음먹은 대로 교회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동네 문해교육이나 교인들이 양대 명절과 성탄절에 모은 쌀 기부, 김장김치 담그고 나누기, 후원의 밤에 답지한 성금품을 동네에 나눠주기 등이 그 일환이다.
그는 '도움받았기에 되돌려주는 것'이라는 자신의 목회철학에 따라 주어진 일에 진력하고, 장차 방갈로가 있고 낚시할 수 있는 호수 등이 딸린 전원교회를 지어 노인들은 물론 누구든지 쉴 수 있는 종합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꿈이다. 또, 민간이 70% 정부가 30%를 지원하는 민간주도형 복지체계를 구축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나가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순천자는 하늘을 알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역동의 나침판인 양심을 지닌다. 김혁중의 그 양심이 민들레 포자처럼 세상에 두루두루 뿌리내렸으면 한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