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의 생각을 몸으로 행하고 있는 것일 뿐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이제는 주위도 살펴보고 뒤도 돌아다보려 합니다.” 익산CC 및 태인CC 관리부장, 크럽900CC 공사부장을 거쳐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그라운드 조성관리분야 자문위원 및 사후관리 자문위원, 전주시 설계 자문위원, 전라북도 육상경기연맹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도내에서 손꼽히는 잔디전문가로 알려진 (유)티앤지조경 이희섭(58) 대표이사.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가 꺼낸 첫 마디다. 어린이와 같은 잔디에 매달린 세월이 이미 반평생을 훌쩍 넘었다. 아이 돌보듯 쉼 없이 잔디를 지켜보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던 그의 눈은, 이제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듯 했다. “항상 알면서도 몸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지요. 처음엔 혼자라서 쑥스럽고 조금이라서 창피한 듯 하고 해서 주위를 둘러볼 엄두를 못 냈지요.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부딪히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조금씩이나마 실천하기 시작한 것을 좋게 봐주신 듯해요. 일부 재벌들 빼고는 다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사라져가는 말이 됐지만, 다 이웃사촌들입니다. 십시일반 모아 주위를 둘러보고 같이 더불어 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난 10월 김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라북도 노숙인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이리자선원 시설 현대화에 도움을 준 점을 인정받아 전북도지사 표창을 받고 나서는 그가 전하는 얘기다. 지금의 이리자선원 김영주 원장이 삼정원에 있을 당시, 환경개선사업에 일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원불교 교도이기도하지만, 굳이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잔디를 포함해 조경식재 공사나 조경시설물 설치공사를 주로 하는 그는 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 편안함을 삼정원이나 자선원 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을 뿐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자.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길이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다”라는 평소 마음가짐도 한몫을 했다. 말로 하기는 쉬워도 실제 행하기는 어려운 진리다. 그는 그것을 행하고 있는 셈이다. 비단 삼정원이나 자선원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새싹장학회에는 그런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명 내외의 사람들로 구성된 새싹장학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지역 내 소년소녀가장 5~10명과 밥을 먹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꿈을 잃지 않도록 돌본다는 취지다. 용돈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기 위해 적금도 붓고 있다. 하루하루 현장을 누비는 발걸음 덕에 까맣게 탄 얼굴이어도, 바라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하는 기분 좋은 인상이라는 말에 “조금이라도 베풀 수 있는 마음가짐이 못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웃는 그다. 누구라도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고 뒤를 돌아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조금씩이라도 베풀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하루를 시작하는 그. 이희섭의 그 온화한 미소가 주위를 타고 널리 퍼져, 아웅다웅 살고 있는 이들의 입가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본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