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를 지키며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다박소나무’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세상 살기는 점점 더 막막해집니다. 그렇다고 급히 간다면 무엇이라도 하나 놓치게 되기 마련이지요. 쉬지 말되 서두르지 않는다는 게 평소 살아가는 데 있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필요한 곳에 인력을 공급하는 전문용역업체를 20여년 가까이 꾸려가며, 서로 돕고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보탬이 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는 (주)천지인서비스 황권익(56) 대표이사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평했다. 좋은 얘기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얘기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벌이를 뒤로하고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나, 친구와의 의리를 위해 평소 꿈꿔왔던 정치인으로서의 중요한 기로에서 과감하게 한 발 물러서는 결정을 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한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그마한 습관 한 가지. 매일 시간대별로 빼곡히 일정이 적혀있는 수첩의 메모가 그 비결이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휴대폰 통화목록을 들여다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혹시라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 섬세하고 꼼꼼한 그의 평소 모습이다. 이 꼼꼼함은 믿음과 신뢰로 되돌아온다.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로 뛰어들어 도내 굴지의 전문용역업체로 성장한 업체의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그는 한 번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을 흐트러트린 적이 없다. “너는 누구를 닮았는지, 소 장사 해야겠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숱하게 듣고 자란 그다. 부지런함이 소와 비견될 정도였기 때문.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불 때고 마당 쓸고 쇠죽 끓이고 하면, 아버지는 언제나 소 장사꾼 얘기를 하셨다. 그는, 지금도 6시면 눈을 떠 이른 아침 7시부터 업체관리를 시작한다. 오전 새, 기존 업체들의 관리가 일단락되면, 오후에는 발로 뛰는 영업에 더욱 분주하다. 정읍, 고창, 임실 할 것 없이 어디든 수요만 있다면 달려가는 그의 발걸음에, 현재 천지인서비스가 관리하는 업체만 해도 70여 군데에 이른다. 공개입찰에 참여해 관리하는 6곳을 빼고는 전부 황권익의 발로 만들어낸 결과다. 워낙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품에 업무의 특성상 영업이 생명이라는 마음가짐의 발로다. 이제는 성공적인 대표로 자리를 잡은 그는, 사실 정치에 뜻을 품었었다. 1987년도 이협 전 국회의원을 만나면서부터다. 이협 의원의 수행비서를 시작으로 지역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게 정치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의 현역 시·도의원들이 대부분 동료나 선·후배들이다. 2004년도 당시 민주당 익산을 지구당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지역의 우수기업 중 한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동양제철화학(OCI) 익산공장 총무과장으로 근무했던 이력과 경험을 높이 사 경기도 평택 사업장의 전문CEO를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익산을 잠시 떠났다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CEO라는 자리를 뒤로 하고 그는 다시 익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현실이 아이러니했다. 자신의 후임이자 친구인 김연근 사무국장이 유력 후보로 대두됐다. 한솥밥을 먹던 친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친구에 대한 믿음과 의리가 이유였다. 김연근 의원은 이후 선거에 나서 도의회에 입성했고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황권익의 사람에 대한 신의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동양화학 입사 3년차까지 그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있을 즈음, 당시 모 계장이 그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잡아줬다. 덕분에 순탄하게 회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의 황권익이 있을 수 있게 한 이 인연을, 그는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작고하기 전까지 정년퇴직한 그 선배의 월급을, 탄탄한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6년간 지원했다. 정의파, 의리파란 수식어가 그의 이름에 붙는 이유다. 다양한 이력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전라북도 비보이협회 회장이라는 이력도 그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시인이자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이요섭 씨와 작사가 김순곤 씨가 그의 친구이자 비보이협회의 초창기 멤버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이들의 제안에 선뜻 응한 것이 눈에 띄는 이력의 원인이다. 다박소나무. 깊은 산 속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를 뜻하며 끈기와 인내를 의미하는 이 말은, 고등학교 때 그의 은사가 그를 부르던 말이다. 흙이 아닌 바위 틈새에서 뿌리는 내리고 우뚝 솟은 것처럼, 누구보다도 끈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무엇을 하든지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올 때까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소한 주 2~3회 이상 치는 테니스는 물론이고, 티칭프로 수준의 실력으로 지역 내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가 된 골프, 300점에 달하는 당구수지, 즐겨두는 바둑과 장기, 서예 등 다방면에 걸쳐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같이 사는 훈훈한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는다. 현재 익산시테니스연합회장을 비롯해 익산시자원봉사종합센터 후원회원, 익산경찰서 청소년 지도위원, 청운라이온스클럽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사)하늘자원봉사단의 국수봉사에도 매달 참여하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일정에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어떻게 따느냐는 질문에 “역시 선물공세”라며 웃는 그는, 지금도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하고 시간을 내 오붓한 여행을 계획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인(人)’이라는 글자처럼 사람들은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그. 큰 결심으로 회사를 세우면서도 하늘과 땅 사이의 사람들을 생각하겠다면서 ‘천지인’이라는 이름을 지은 그. 매사 믿음과 신뢰, 의리를 강조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살고 있는 그에게서 좋은 기운이 감돈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과는 달리, 기분 좋은 사람 냄새가 난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