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가 무엇을 할 때인가를 아는 당찬 신협맨
“억지로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절대로 생각만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늑장을 부리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더욱 잘못된 일이지요. 움직임에는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걸 동선시(動善時)라고 하는데, 그게 제 좌우명입니다.” 무려 36년 5개월. 올해로 58세가 된 그에게는 삶의 전부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세월이다. 지난달 26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한 곳만 바라보다 평생 몸담아 왔던 직장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리신협의 장광숙 전 상임이사를 만났다. 아직 시원섭섭한 기색이 가시지 않은 눈치다. 말끔한 차림에 곱게 맨 타이가 영락없는 금융인이다. 반듯한 자세와 말투에 적절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대를 대하는 모습에서 정갈한 기운이 전해진다. 평생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주위를 대했던 습관이 몸에 밴 것일 터. 이리상고(현 전북제일고)를 졸업하고 1979년 8월 21세의 어린 나이로 입사해 이리신협을 평생의 보금자리처럼 여겨온 그다. 그가 입사할 당시인 1979년도 말 4억2,000만원이었던 이리신협의 총 자산은 36년이 지난 현재 1,700억원에 이른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 해도 엄청난 수치다.그 과정 곳곳에 장광숙이 있었다. 당시 시장상인들이나 소규모 점포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출납 업무가 그의 첫 임무였다. 그는 이리신협이 당시의 자그마한 가게와 함께 성장해 온 것이라 지난날을 돌이킨다. 별도의 종업원을 두기 어려운 점포 형편상 업주들이 직접 신협을 내방하는 게 어려워, 그는 수년 동안 그들의 손발이 됐다.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직접 보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들도 일찌감치 알게 됐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어린 나이에 일찍 배웠죠. 하루가 이틀이 되고, 날이 지날수록 시장 곳곳 가게마다 가정사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듣는 게 일이었어요.” 그의 온화한 낯빛과 기운은, 푸성귀 팔아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손을 부여잡으며 살아왔던 과거의 일상에 기인하는 듯하다. 이후, 내근을 하게 된 경위도 남다르다. 모두가 꺼려하는 채권회수 업무를 자청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누가 시켜서 하는 수동적인 것보다 먼저 나서 극복하고 개척하는 것이 굳게 믿고 있는 바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5년여 채권회수 업무 이후에도 그는 대출, 예금, 총무 등 전 분야에 걸쳐 고루 경험을 쌓았다. 1986년 과장 때는 당시 신협슈퍼 매장관리를 맡기도 했다. 일일 매출이 1,000만원 정도, 명절 때는 5,000만원에 달할 때도 있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모든 일에 때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매사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 후회를 남기지 않고, 인간이기에 드는 불평불만을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성취감이나 편안함으로 인한 내면의 한 단계 성장은 물론, 주위와의 원만한 인관관계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라오게 되는 것은 덤이다. 시장상인들이나 신협이나 모두 어려웠던 시절부터, 돈보다 사람 중심의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그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싶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지금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은 돈 없고 힘 없는 우리네 서민들이 같이 잘 사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라온 신협이 지역 내에서 금융기관을 넘어 사회적인 역할을 보다 많이 펼쳐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이러한 마음 때문이다. 오는 이리신협 이사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이리신협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 직원들도 단순히 금융 업무를 보는 월급쟁이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경제적이든 문화적이든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이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는 바도 있다. 금융기관이기에 기본적으로 신뢰를 최우선가치로 삼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신협이 되는 것과, 안정적인 재무상태 유지가 그 첫 번째다. 또 말로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주인인 신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효도관광이나 장수사진 촬영, 산악회 운영, 사랑방 조성 등의 소통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내부고객인 직원들을 위해서는 많은 월급도 좋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금전적인 측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폭 넓은 권한위임을 통해 자율을 보장하는 한편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질서를 바로세우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자기가 무엇을 할 때인가를 알고 있는 장광숙. 그래서 누구보다 당차게 자신의 포부를 허심탄회하게 전하는 장광숙. 평생을 몸담았던 곳에서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 그에게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갈 이리신협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