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성과 이윤 균형 잡고 자생력 길러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일궈
2명 직원에 연간 예산 3천만원 시설, 160명에 40억 기업으로 성장 
"사회적기업의 성패는 '균형'에 달려있습니다" '사랑의 손길 새소망'의 황의성 이사장(43세)이 들려주는 성공비결이다. 사회적기업 육성은 정부가 지난 2007년에 시행했는데, '사회적 일자리'와 '수익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겨냥한 제도의 산물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최근 독자적 가치를 상실하고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아우루는 사회적경제의 일부로 편제됐다. 일선 사회적기업들이 이윤과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나머지 자생력을 기르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사회적기업은 글자 그대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공공성 51%와 기업가 정신 49%의 균형이 깨지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우리나라가 도입한 사회적기업은 미국형과 영국형을 결합한 것인데 대개 일시적으로 성공하면 기업가 마인드가 커지고 내부갈등이 생겨 무너집니다. 반대로 사회서비스 제공에 치우치다 보면 점차 의존도가 커져서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실로 기적을 이룬 사람의 말이다. 고작 직원 2명과 연간 3천만원으로 운영되던 장애인이용시설 '새소망'을 제도 시행 첫 해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고, 6년 만에 160명의 직원과 연간 40억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시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사회에 공헌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지표다. 황의성은 전라북도 1호 사회적기업을 익산에서 인증받았다. 정보부재와 정부가 원하는 수익구조에 터무니없게 미달되는 시설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들어갔다. 그가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힘은 열정과 선견지명이었다. 그는 노동부 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이 제도의 진정한 목적이 뭐냐"고 반문했다.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심의라면 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수익구조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저는 그런 구조는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지역형 풀뿌리 사회적기업은 바랄수도 없고 사회적기업은 수도권에 편중돼 또다른 지역불균형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오직 사회적기업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고 거기에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수익창출은 방법이 돼야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는, 황의성의 역설이 심의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는 "사회적기업 인증 확정은 처음 심사에 임하는 심의위원들의 순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다"라고 겸손을 잊지 않으며 "처음은 두드려 보고 도전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은 뿌리부터 사회복지 활동가인 황의성과 같은 케이스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판매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였지만,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경우는 수도권과 지방을 통틀어 극미한 수준이었다. 사회적 기업의 인프라나 재원이 미미하고 시장성이 없는 게 가장 큰 원이이다. 그러나 황의성에게는 다른 눈이 있다. 취약계층이 원하는게 뭔지가 보인다. 그래서 그의 사업 아이템은 항상 앞서간다. 지난 2008년에는 노인장기요양병원을 전국에서 다섯번 째로 개원했는데, 건강보험공단이 노인돌봄 수가를 지원했다. 지금은 요양중인 노인이 200명을 넘었다. 이로 인해 노인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면서 수익 구조를 맞출 수 있었다. 일반 기업과 단체, 개인을 상대로 도시락을 제조해 배달하는 사업인 '푸드 엔 정'도, 안정적인 먹을 것을 바라는 노인들의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바우처(복지상품권제도)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황의성은 이 사업을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주변사람이 필요한 것이 보인다고 한다. 그것은 또, 모두가 기피하는 것들(돈이 안되고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기회로 만드는 힘이다. 그는 이렇게 여러모로 익산지역의 사회복지 선구자다. 지난 2004년에 처음 개최해 지금은 1만여명이 참가하는 대한민국의 중요 대회로 자리매김한 '사랑의 거북이 전국 마라톤대회'도 그의 선구자적 기질에서 비롯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란 말에 대한 개념이 익산지역에 사실상 없었을 때 처음 그 씨앗을 뿌렸고 탁월한 경영으로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사랑의 손길 새소망'의 인지도는 황의성에게 전국사회적기업협회장과 전라북도 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이라는 영예도 안겼다. 그렇지만 그는 또다시 선구자의 길을 간다. 노동부에서 100명분의 4대보험료를 매년 1억씩 4년 동안 받아가라는 것을 거절했다. 사업개발비로 매년 1억씩 2년 동안 준다는 것도 마다했다. 후발주자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 우선 걸렸다. 무엇보다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지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종합복지센터를 건립한다는 꿈이 영글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 해서 성공한 인생
그렇지만 아직도 배가 고파요 황의성은 '오늘'을 어릴적 꿈이 현실이 된 지점이라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즐겁겠느냐"면서, 자신의 삶의 지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할머니의 말에 담겨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 교황이 신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모두 반대했는데, 할머니가 뜻대로 하라면서 그러나 "재미 없으며 돌아와라"고 당부했다는 말이다. 또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에게 할머니가 사람이 죽어서 입는 수의(주머니가 없다)를 주면서 "세상에서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게 없다"고 한 말이다. "저는 재미있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는 성공한 인생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아버지'라고 말하기를 망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과 야망을 가진 이들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중소도시 익산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필생의 천직으로, 삶의 의미와 보람으로 여겨온 황의성은 "아직도 배고프다"고 말한다. 평생교육사업이나 학력인증 장애인 학교 등을 포함한 사업 이이템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300명의 직원들의 삶터를 만드는 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가며 뒤에 오는 이를 위해 통로를 여는 역할을 하는 사람. 그래서 내 앞에 있는 황의성은 눈부신 오늘을 일궜지만,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의 성취감과 자족에서 비롯하는 행복감은, 낡은 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으려고 할 때 쏟아지는 비난과 냉소를 묵묵히 돌파하는 힘이며, 동시에 그것을 통해 얻어내는 삶의 가치일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삶이란 아마도 고독과 행복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