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자세로 실패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가슴을 얻은 사람 
"힘들었죠. 하지만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아픔을 겪지 않았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6년의 긴 공백기를 극복하고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황현(55세) 3선 전라북도의원의 회고담이다. 재선 도의원이던 그는 18대 총선에 익산 을 지역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인 조배숙과 일전을 겨루기 위해선 탈당이 불가피했고, 다시 당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황현은 그 험로 위에서 소외된 지점들을 더 선명하게 보는 눈을 얻었고, 실패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가슴을 갖게 됐다. "30년 전 이협 전 의원 휘하에 들어간 이래 나름의 성공가도를 달려오다 실족한 뒤 낙선한 사람들을 종종 만나면서 뜻이 있지만 포부를 펴지 못하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자세를 낮추니 더 깊어지고 넓어진 그의 시야에는 지역공동체의 환부가 들어왔다. 공감감도 더 커져서 그는 자기가 병을 앓고 있는 양 아팠다. 특히, 국제마음수련원을 종교간 갈등으로 익산에 건립하지 못한 것은 지역 정체성의 혼란상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인정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통합의 노력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거액의 국비를 확보한 원불교가 너무 소극적이었다. "익산 시민들이 공유할 공공시설물입니다. 지역공동체 문화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극히 일부의 시비를 부담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일입니다. 원불교는 왜 그런 사실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았을까요. 이것이 기독교계에 특정 종교 지원을 반대하도록 명분을 준 것입니다" 황현은 모두에게 이로운 사안에 대해서는 집단간의 경계를 초월한 담론 구조와 실천력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계 각층의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그동안의 상처들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협치'의 도시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하는데 여기에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동력은 협력과 협치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황현이 생각하는 정치가 궁금해졌다. "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 볼 때 정치의 모든 기본은 지역발전과 보다 나은 시민생활에 기여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원칙 아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면 소통 안될 게 없고 통합 안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익산사업단지 내 기업유치를 비롯한 KTX역세권 개발,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같은 현안문제들이 경색된 지역사회 분위기에 밀려 표류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시장 한 사람이 다 감당할 수 없고, 시민들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치권이 하나가 되어 협치의 정치문화를 열어나가야 시민들도 함께 손잡고 뛰어갈 수 있을 텐데, 6.4지방선거 이후 급격하게 불통되는 관계망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리더들이 현안문제들을 논의하고 갈등의 해법을 찾아가는 구심점이 될 가칭 '시민회의' 구성을 제안합니다" 다양화된 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는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빛을 볼 수 없다는 강조가 뒤따랐다. 시민들이 신명이 나서 내는 힘이야 말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올바른 방향성도 거듭 강조했다. 황현은 도의회에서 부의장에 당선됐고, 그가 초·재선때 활동했던 교육위원이 됐다. 의정활동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아무리 좋은 뜻도 원외에서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랬던 만큼 더 답답했습니다.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지요. 주어지는 무슨 일이든 매순간 제 힘을 온전히 쏟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실사구시의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하려고 합니다"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겠지요. 교육기관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곳이니까요. 저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초·중·고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진력하려고 합니다" 그는 세월호사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안전불감증이 온 나라에 만연한 것은, 질서의식이나 안전의식, 정의감 또는 준법정신 등이 의식 속에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그런 의식이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성장 이후에는 교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황현은 광역의원으로서, 사회약자들이 희망이 있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교육위원으로서는, 성장중심의 획일적인 통제와 감시체제를 타파하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몸바치고 싶다. 부인 정옥정(53세) 여사와의 사이에 대학을 다니는 솔과 정 등 두 아들을 둔 그는, 가족의 문제를 전혀 걱정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다. 의사소통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그의 몸짓과 숙련된 열정을 발산하는 그의 눈빛에서 그가 걸어갈 새길이 발견된다. 흔들림없이 오래 오래 그 길을 가 주기를 그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바랄 것이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