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농의 아들과 법조인... 노동투사... 국가원수
청문회 스타의 소신과 대통령 노무현의 자존심
그의 '자존심'과 권위주의와의 싸움은 끝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도의 도덕성을 기조로 했던 그의 삶은 '부도덕성'과 만나 죽음이라는 결말을 선택했다.
6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은 파란만장한 한편의 서사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투사의 삶을 살았다.
또한, 부럼의 법조인의 삶은 민주화의 숨길과 희비가 엇갈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노무현의 원칙과 지역주의에 항거하는 정신 때문에 좌절을 맛보다 '소신'을 힘으로 최고의 권좌에 올랐지만 퇴임 후의 삶은 전직 대통령과 다름없이 초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6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비상한 두뇌를 지니고 학업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가난 때문에 부산상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그는 법조계의 문을 두드린다.
대학을 다니지도 않은 그의 삶은 투철한 정신과 함께 수차례의 고배에도 불구하고 서른살의 나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게 된다. 잠시나마 안정되었던 그는 판사의 길을 접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다. 인권변호사. 그가 선택한 정치계에 입문하게된 첫발이다. 인권변호사의 길은 가시밭길이었고, 1981년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삶은 노동자와 학생들의 편에 서서 군사정권에 저항했다. 1987년 9월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 사건에 의해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다.
사인규명에 나선 그는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되었고 그의 활동을 눈여겨 본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 측의 권유로 1988년 13대 총선에 출마하였다.
5공 실세인 허삼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초선의원은 1988년 5공 청문회를 통해 한국 국민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그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 저명 인사들에 대한 그의 논리정연한 질문은 그를 '청문회 스타'로 부상시켰다.
김영삼 정권의 19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그의 정치 인생은 비주류로 물러나게된다. 비주류인 그의 정치적 '소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게되고 대통령의 길로 이끌게 된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힘으로 서울 종로에서 금배지를 달고, 2000년 총선 당시 고향 부산에서는 고배를 마신다.
한나라당으로부터의 패배는 그의 정치행보에 힘을 더해준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와 함께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이인제 대세론'을 침몰시키면서 전라도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는 경상도 출신 후보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 정몽준 대표와의 후보단일화 철회에도 불구하고 그의 뚝심은 정면돌파로 이어진다. 그 뚝심이야말로 노무현이 태통령이 되어 청와대 입성 승리의 역사를 만들게 한 힘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으로서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법조계, 언론계 등과의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는 그의 행보는 노동투사와 다름없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발의되었지만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한나라당의 독주를 걸고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얻어냈다.
그의 대북관계의 무모함, 충격발언 등은 자충수가 되어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참패를 당한다. 그의 재임 중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한 것은 대북관계의 큰 업적으로 꼽힌다.
대통령 퇴임.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그의 약속은 실현되는 듯 보였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친형 노건평의 뇌물사건에 이은 부인 권양숙씨에 대한 수뢰혐의 등 박연차 뇌물게이트에 대한 검찰과 이명박 정부의 쉴틈없는 공세는 그의 도덕성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는 결국 벼랑으로 몰려 이 세상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고 생을 마감한다.
386세대의 지지와 문민정부를 거친 참여정부의 수장. 소신과 승부사적 기질을 뒤로하고 '자존심'을 선택하여 구차한 삶보다는 최후까지 정치인의 삶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삼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