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비소에 오염된 143만톤 중 5년 동안 1%(5만t) 처리
우범성 높은 폐석산지 관리‧활용방안 마련하고 건강지표 만들어야

익산시가 근래에 쓴 가장 큰 오명은 ‘오염 도시’다. 악취와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고 폐석산지에 매립된 쓰레기로 인해 토양과 하천, 지하수 등의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악취나 미세먼지는 집중적인 관리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낭산면의 폐석산지에 묻힌 발암물질 재처리 율은 현재까지 고작 1%에 그치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주 책임주체인 환경부가 처리비용을 찔끔찔끔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처리비용 편성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민선 8기 익산시장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편집자 주>

폐기물 관리 부실이 낳은 ‘참사’

2016년 6월 24일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 익산시 낭산면에 소재한 한 폐석산지의 일반폐기물매립장으로 지정폐기물인 비소(맹독성 1급 발암물질) 3만8,928톤이 반입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맹독성 폐기물이 익산으로 불법 반입되게 한 책임은 1차적으로 환경부에 있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전산시스템 ‘올바로’를 조작해 지정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둔갑시켜 수도권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이 수년 전부터 폐기물매립장을 관리하는 익산시장에게 ‘인근 하천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변 토양의 풀이 무더기로 말라죽는’ 등의 현장 민원을 계속 제기 해왔지만, 익산시의 실무자들이 이를 묵살 할 수 있었던 근거도 ‘일반폐기물이 아니면 ‘올바로’를 통과해 익산으로 반입 될 수 없다’는 전제 때문이었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발표 직후 불법매립지의 침출수 시료를 분석했는데, 법정기준치의 53배가 넘는 비소(맹독성 1급 발암물질)가 검출되면서 주변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또 이 침출수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은 기준치의 120.4배,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기준치의 12.26배 초과됐으며, 페놀 함량이 기준치의 7배를 초과하는 것을 비롯해 암모니아성질소, 무기성질소, 총인 등 25가지 검사항목 중 8가지가 법정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초기에 확인 된 지정폐기물 매립량 3만8,928톤을 15톤 덤프트럭 대수로 환산하면 2,595대가 넘는 분량이고, 최종 확인 된 지정폐기물 매립량은 20만톤(15톤 덤프트럭 1만3,333대 분량)인데, 이 지정폐기물은 143만톤(15톤 덤프트럭 9만5,333대 분량)의 일반폐기물 매립장에 섞여 폐기물 전체가 비소에 오염됐다.

익산시 및 환경부, 전라북도는 이 143만톤을 ‘지정폐기물 매립장’으로 옮겨 처리(대집행)하기로 하고, 처리비용은 환경부 70%, 전라북도 15%, 익산시 15% 비율로 부담하기로 했다.

1차 대집행은 맹독성 발암물질의 매립사실이 밝혀진지 5년 만인 2021년에야 이루어졌다. 1차 대집행 처리량은 5만t인데 이는 총량 중 1%에 불과했다. 5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91억5천만원)의 처리비용을 확보하는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2022년에는 2021년과 대동소이한 110억원의 처리비용이 확보됐고, 익산시는 전라북도의 원가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대집행 처리 속도로 보면, 25년 이상이 걸려야 불법폐기물을 치리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집행 처리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익산시와 정치권이 환경부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당위다.      

익산시는 폐석산지 문제 뿐만 아니라, 함라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로도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쳤고, 이 같은 익산시의 ‘부실한 환경유해시설 관리감독’ 실태를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행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특히 문제의 폐석산지 주변 수질과 토양 오염 의혹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수사가 있기 이전에도 수년 동안 해당지역 주민들로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익산시는 주변 하천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풀과 벼가 말라죽었다는 민원을 접수 받고도 상황이 종료 될 즈음에 현장에 나오는 등 문제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수사 발표 직후 업체와 익산시 공무원들간의 유착 의혹이 주민들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되었던 이유다. 익산시가 주민들의 민원을 묵살하던 중, 수사 발표가 있기 2년 전인 2014년 9월 주민들의 요청을 받은 도의회 이현숙 의원이 전북보건환경연구원에 해당 업체 침출수 11곳에 대한 성분검사를 의뢰했고, 이중 7곳에서 비소성분이 검출 된 것을 확인했다.

익산시는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10일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해당 업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고, 2015년 익산시 자체적으로 실시한 토양오염실태조사 결과 해당 폐석산 매립장 주변에서 비소가 검출됐으나 원인분석이나 역학조사 등 가장 기본적인 책무도 외면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주민들은 이 시스템 구조상의 문제나 업무상 과실 정도로 문제를 덮지 말고 조직적으로 은폐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를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도의적인 책임만 인정하는 선에서 부실행정을 봉합했었다.

폐석산매림장에 대한 관리‧감독 매뉴얼을 정하고, 담당부서 공무원들의 책임 조건을 강화하는 조례를 마련해야 하는 당위다. 근본적으로는 우범성이 큰 폐석산지 관리와 활용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장에는 낭산면 전역을 비롯한 북부권 일원의 지하수 오염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전면 공개해 시민들로 하여금 지하수 사용지표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