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평균 간담회 비용 16만2,217원, 회식비는 32만2,300원
익산시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위탁해 ‘일벌백계’ 경종 울려야
회당 50만원 미만은 명단 첨부 생략, 법령 정비 꼭 필요해

익산시의회 강경숙 기획행정위원장이 특정 기간에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사용해 의혹을 샀다. 그러나 의회에는 비정상적인 업무추진비 사용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의장단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기관에 감사를 의뢰해서라도 경종을 울리지 않으면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백태를 양산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경숙 의원은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이던 2023년 10월 28일 장경호 기획행정위원장의 사퇴에 따른 기획행정위원장직을 승계했다. 장경호 위원장은 앞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2023년 8월 10일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이후 업무추진비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경숙 기회행정위원장은 10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60일동안 전임 위원장이 남긴 업무추진비 5백81만3,200원 전부를 소진했다.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주로 간담회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기획행정위원들과 직원들을 격려하는 데 쓴 카드사용 내역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60일 동안 업무추진비를 27회 사용했다. 휴일(16일)을 제외하면 평일이 44일인데, 이틀에 한 번꼴로 간담회 등을 개최한 것이다.

강 위원장이 주최한 간담회는 하루에 두 번씩도 열렸다. 2023년 11월 3일 익산시 솜리근대역사 문화공간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고, 같은 날 익산시 시세 감면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11월 9일에는 익산시 함라 한옥체험단지 관리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고, 익산시 시세 감면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12월 4일에는 원활한 운영과 각종 안건 심사에 수고하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회식을 가졌다. 강 의원은 같은 날 2023 공모사업 추진 현황 보고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12월 21일에는 익산시 고도·보존 육성 및 주민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고, 같은 날 익산시 인구증가 시책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관련 안건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강 위원장의 카드 사용 내역 중 특이한 점은 간담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추진비 집행이 기획행정위원회의 회식에 집중되어 있고, 12월 한 달 동안 회식이 잦았으며, 회식비 규모가 간담회 경비 규모보다 많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12월 4일에는 원활한 운영과 각종 안건 심사에 수고하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회식에 6만5백원을 썼고, 12월 8일에는 원활한 운영과 각종 안건 심사에 수고하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과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회식에 44만3천원을 썼다.

12월 12일에는 원활한 운영과 각종 안건 심사에 수고하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회식에 44만3천원을 썼고, 12월 19일에는 원활한 운영과 각종 안건 심사에 수고하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회식에 26만8,000원을 썼다.

12월 28일에는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과 직원들을 격려하는 회식에 38만원을 썼다.

간담회에 23회에 걸쳐 총 3백73만1,000원이 집행된 것을 감안하면, 회당 평균 간담회 비용은 16만2,217원 꼴이다. 반면, 5회에 걸쳐 총 161만1,000원을 집행한 회식비는 회당 평균 32만2,300원 꼴이다.

이같이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강경숙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사실일 리 없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렀고, 전 장경호 기획행정위원장이 집행하지 않은 업무추진비를 단 2개월 만에 소진해 버린 점에서 도덕성 논란을 불렀으며, 방만한 사용에 따른 업무추진비 사용 범위 일탈 논란도 불렀다.

그런데 업무추진비 사용 규칙에 따르면 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는 회당 50만원 이상이 사용됐을 때만 사용 내역에 참석자 명단 및 내용을 붙이도록 되어있다. 강 위원장 등 익산시의회 의장단은 회당 50만원 미만을 집행해 이 같은 법령의 통제를 피했다.

익산시의회 안팎에서는 현행 법령 아래서는 상임위원장이 업무추진비를 카드 깡 방식으로 횡령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만큼 조속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또 강 위원장의 경우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추진비를 굳이 전부 소진하면서 카드를 특정 기획행정위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양도해 주는 등 업무추진비를 나눠 먹기식으로 사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강경숙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획행정위원회가 어려움을 많이 겪어 화합을 위해 업무추진비를 같이 썼을 뿐이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익산시감사위원회에 관계자는 “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견제 장치와 관련해서는 법령이 미비한 점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의회에서 협조를 요청하면 감사위원회가 해당 사항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경호 전 기획행정위원장은 2023년 1분기(1월~3월)에 181만4,1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2분기(4월~6월)에는 4백3만6,700원을, 3분기(7월~8월 10일)에는 80만9,000원을 각각 사용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