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동안의 22대 총선 선거 일정 중 12일째를 맞았다. 돌아보면 21대 총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선을 거쳐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리스크를 줄이는 데 집중했고, 판세를 뒤집어야 했던 비민주당 후보들은 공세적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을 재확인한 양상이다.
선거 초입부터 며칠 동안 오락가락했던 비는 유리한 고지를 지키는 쪽에겐 여유를 안겨줬지만, 탈환하려는 쪽에겐 조급증을 유발했다. 익산 갑의 경우 최소 3회의 본선 토론회를 제안하는 전권희(진보당) 후보 쪽과 1회의 법정토론회에만 참여하겠다는 이춘석(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의 신경전이 그 한 단면이다.
본 선거에 뛰어든 비민주당 후보들이 마주하는 장벽은 견고하다. 뜻밖이기도 하다. 민주당 경선 전에 접했던 바닥 민심과는 사뭇 다른 철벽을 체감하는 중이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쉽게 승리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당선된 이후에도 시민을 경시하는 1당 독식 정치의 오만에 피로도가 높았던 바닥 민심이었다.
하지만 ‘인물론’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투표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민심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목전에 둔 비민주당 후보들은 조국 혁신당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이 바닥 표층을 일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2대 총선 익산시 갑에는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춘석(더불어민주당, 61세, 변호사), 김민서(국민의 힘, 57세, 싱글벙글 실버복지센터 센터장), 신재용(새로운미래, 29세, 대학원생), 전권희(진보당, 53세, 정당인) 등이다. 익산시 을에는 한병도(더불어민주당, 56세, 국회의원), 문용회(국민의힘, 67세, 회사원), 이은재(자유통일당, 64세, 목사) 등 3명이 출마했다.
이번 선거는 변수가 있었다. 현행 선거법상 1석 유지 기준인 인구 상한선에 미달되는 익산시 갑의 기준 충족을 위해 영등 2동과 삼기면(인구 1만3,900명)을 익산시 갑 선거구로 편입했다. 대신 웅포·성당· 용안· 망성· 용동면은 익산시 을 선거구로 재편됐다. 이는 비민주당 후보들로부터 ‘깜깜이 선거 유발’이라는 반발을 불렀다.
지난 2일 오후 2시의 22대 총선 익산시 갑 법정 토론회(KBS)에서 4인의 후보들은 인구 급감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익산의 현실을 한목소리로 걱정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청년 일자리 부족을 들었고, 각각 다양한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민생 파탄과 윤석열 정권의 책임을 공통과제로 삼았다.
“익산에 구원투수가 필요해”
후보들의 핵심 공약을 보면, 이춘석 후보는 제2혁신도시 조성·공공기관 5개 유치, 익산· 용산 직통 50분 KTX 하루 5회 증편, 홀로그램실증지원센터 유치· 미래산업 육성, 경노당 냉난방비와 운영비 통합운영관리 등을 내놨다.
이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 불이 꺼지고 소멸 위기에 놓여있는 익산에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며 “능력 있는 사람이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관련해 “공장개념을 탈피해 익산시 전체가 식품단지화해야 한다”며 “국내 최초의 식품박물관과 요리전문학교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익산지역에는 연봉이 2천만원 이하인 일자리가 49%에 달한다”며 “평균 연봉이 4,200만원이 넘는 양질의 일자리를 몇 개 만드느냐가 해법인데, 기술창업 등의 대책이 익산시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금 인구 가지고는 4년 뒤 선거구획정 시 전북이 10석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도시와 농촌을 분리하는 지역선거구제 도입 등 전면적 선거구 개편이 필요하고, 상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지론을 폈다.
“오만한 정치, 이번엔 바꿔야”
전권희 후보의 공약은, 검찰청 해체· 기소청 설립, 먹거리엑스포 개최 추진,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출이자 탕감, 농민기본법 제정, 청년 1만원 아파트 공급, 라면 축제 추진 등이다.
전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민생파탄, 굴욕외교, 검찰독재 정권을 심판하고, 오만, 무사 안일한 익산의 정책을 바꿔 농업수도 익산을 만들겠다”며 민생회복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식품산업은 새 전략이 필요한데,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하림 닭과 삼양라면 중심의 먹거리 엑스포를 개최하고, 라면 먹거리 문화 특구를 조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출생률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렵다”며 “방문·체류를 포함한 생활형 인구를 늘리고, 지방청년 특별법을 만들어 청년 안착을 추진해야 하다”고 주창했다.
그는 이와 함께 선거기간 중 미디어형 후보자 검증 기회가 부족했던 점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오만하고 무사 안일한 익산 정치를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좋은 공기업 유치가 답이다”
김민서 후보의 공약은, 한국마사회 본사 익산 이전, 아시아문화거리 조성(청년창업 임차료 무상지원), 국립환경테마파크 조성, 친환경 대중골프장 유치, 새만금 메가시티 건설 등이다.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2011년 LH 본사를 경남 진주에 뺏긴 것은 큰 손실이다”며 “한국마사회 본사를 익산으로 이전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30년 전 호남 3대도시였던 익산시가 지금은 11위다”며 “익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한국마사회 본사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도시가 관건이다”
신재용 후보의 공약은, 익산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설립을 통한 단계적 코딩 제공, 오산 스마트 팜 혁신단지 지정· 농업자동화 추진, 함라 워케이션· 웰니스 사업단지 지정 추진, 미래산업· 차세대 일자리 창출 등이다.
신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33년 전 33만5천명이었던 익산시 인구가 27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초유의 사태이고, 이는 산업기반이 붕괴되어 청년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스마트 익산을 통한 청년 창업기회 제공”을 30만 복귀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나는 스마트 기업에 정통한 사람”이라며 “식품산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만큼, 선도역할을 할 대기업 유치로 참여기업을 대거 들어오게 하고, 스마트팜 조성과 원가 및 물류비 절감 등 종합적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치적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양당 기득권 정치를 깨고 제 3지대 정치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구태정치를 상대로 엎어치기 한판승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