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포위돼 이전이 불가피한 삼양라면·오리온·하이트, 익산시가 외면해
제1·2산단 악취관리구역따른 환경규제로 신규 업종은 들어 올 수 없는 구조

익산시가 오는 2029년을 완공 목표로 약 330만㎡(100만평) 규모의 제5익산일반산업단지(이하 5산단)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익산시는 총 6,300억가량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공사비 4,000억을 비롯해 보상비 1,700억, 설계비 및 부담금 600억 등이다.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비는 사업시행 기관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상태가 열악한 익산시는 사업비(6,300억) 일체를 부채로 충당해야 한다.
지난 2013년 6월 30일 준공한 제3산단(면적 279만6천㎥, 사업비 2,283억)의 분양 기간이 12년이나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5산단 조성사업비 회수 기간 동안의 민생예산 편성이 장기간 크게 위축될 게 뻔하다.
특히 지난 2016년 익산시장 재선거 과정에서 정헌율 후보는 “정부의 지자체 파산제가 도입되면 익산시가 가장 먼저 파산 지자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익산시 재정파산대책본부’를 발족했는데, 이때 정헌율 후보가 자의적으로 부풀려 발표한 부채가 6,593억(2013년 말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익산시는 제5산단 조성사업으로 다시 파산에 직면하는 도시가 된다.
사실, 익산시의 당시 공식 부채는 3,379억이었는데, 정헌율 후보는 자신이 재정전문가라며 BTL/BTO 시설 사용기간에 지출하는 운영비 2,973억과 기타항목 240억원을 포함해 6,593억을 부채로 규정했었다.
익산시는 최근 새 청사를 지으면서 지방채 457억을 발행했다. 여기에 5산단 조성사업비 6,300억을 더하면 익산시가 안게 되는 부채는 6,757억으로, 정헌율 시장이 ‘파산도시’ 부채 기준으로 내세웠던 2013년 말의 부채 6,593억을 초과하게 된다. 
이처럼 정헌율 시장의 기준으로도 파산이 확실한 부채를 안게 되는 것에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익산시는 ‘절차와 공사기간 등 산단 조성기간이 7년 이상 소요되고, 도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기반시설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원론적 요구에 기대어 5산단 조성사업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집토끼를 놓치면서 산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부른다. 지난 8년 정헌율 시장 체제의 익산시는 전례 없는 인구 유출을 경험했다. 그 가장 큰 원인이 일자리 부족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익산시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기업 유치를 비롯해 각종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기업들의 조업 여건과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시장적 지위 변화에 둔감하고, 생산 및 시장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 일로에 있는 기업과 협력?대응하는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익산시가 비용의 효율보다는 선심성 기업지원 정책과 형식적 행정행위에 치중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본란은 익산지역 기업 일반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지방자치가 바라는 지자체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담론의 장에 올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때를 놓치다

익산지역내 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익산시가 보여주기식 기업정책의 틀에 머물면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공업단지 공동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도태의 기로에 있는 향토 기업을 외면, 기업이 지역에서 버티며 소생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속이 빈 기업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삼양라면, 오리온, 하이트 공장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때를 놓쳤다'고 말합니다. 우리들 뇌리에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은 이 공장들은 본래 외딴 곳에 있었지만 지금은 주택단지에 포위되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얼마나 버티느냐의 고민에 빠져있고, 공장 폐쇄나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시점을 놓고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라는 것입니다"
한국노총 익산시지부 전세성 의장이 전하는 지역 기업들의 현주소와 그에 따른 정서다.
전세성 의장은 이와 관련 "지역기업들의 처지가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익산시가 정말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 이들 기업의 애로를 진즉에 알았을 것이고, 개별입지에 있는 이들 기업이 지역내 산업단지로 옮겨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전 의장에 따르면 해당 3사의 경우 노후된 생산 공정과 노동 집약적인 낡은 기술탓에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그래서 이들 공장들이 개별입지에서 벗어나 산업단지로 이전하면, 기존 입지(도심) 주변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생산공정을 개선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안타까움의 배경이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로 삼양라면(익산대로 21길 1-12)을 들었다. 삼양라면은 지난 수년 동안 현 부지를 매각한 뒤 관내 산업단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어 헐값에도 매각이 어려웠고, 매각이 성사 되더라도 매각 대금으로는 공장 이전비용을 충당 할 수 없었다.
전 의장은 "삼양라면은 익산공장을 가동하되 수명이 다하면 폐업처리 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신 경상남도 함양에 같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같은 규모의 공장을 지었고, 익산공장보다 60%가량 생산성이 향상된 이 함양공장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삼양라면 익산공장과 연접한 모인공원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익산시가 도시공원개발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면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모인공원 70%를 해제하고 여기에 아파트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전 의장은 이에 대해 "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공장 설립 당시에는 벌판이었던 곳이 주택에 에워싸이게 된 것은 익산시가 새롭게 수립한 도시계획에 따른 것이다. 결국 삼양라면, 오리온, 하이트 공장 부지는 본래 용도를 상실했고, 새로운 용도를 갖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지역에서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우리지역 자본을 역외로 빼가는 건설업체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고 오랫동안 시민들의 생계터를 내어준 향토기업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 결과는 무엇이겠냐"며  해당 기업들이 3~4년 안에 철수 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공정 자체가 노후됐는데 기존 입지에서는 첨단 설비 도입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꽉 막히다

익산 1·2산단 기업들은 익산시의 기업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익산시가 악취를 잡겠다면서 신흥·영등·어양동 일대 제1산단과 팔봉·용제·석암동 및 춘포면 일대 제2산단 등 4천645㎡에 대한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전라북도에 신청했고, 도는 2014년 1월 이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산단 내 섬유 제조업체, 화학물 제조사 등 6개 업종, 40개 업체가 중점 관리 대상이 됐고, 이들 업체는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했다. 또 1·2산단내 약 140여 곳의 업체들도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따라 강화된 악취배출 허용기준을 적용받게 됐는데, 기존 공업지역 희석배수 1천이 500으로 강화됐다.
또 악취관리지역내 업체들은 배출 허용치를 초과하면 형사고발은 물론 시설 사용중지(폐쇄) 명령까지 받는 등 엄격한 관리체계 안에 들어갔다. 이같은 규제와 익산시 및 기업들의 노력은 몇년 내에 공단 관련 악취민원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등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2020년 9월 익산상공회의소가 “제1·2산업단지 악취관리구역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환경부와 전북도 등 관계기관에 요청한 것은 그 같은 규제의 효과를 충분히 거뒀고, 그간 구축한 악취방지체계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에 기반한 것이었다.
익산상의는 “기업들이 악취저감 관련 시설과 인력투자 등 자정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산단 악취는 많이 감소됐고, 시민들이 신고하는 악취관련 앱에도 분뇨냄새·하수관 악취·하수처리시설 악취 등이 주요 악취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태”라며 “지나친 환경규제로 인한 사업장 폐업 및 타 지역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도 다수다”고 호소했다.
상의 관계자는 “익산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산활동을 했던 기업들의 폐업 및 타 지역 이전 가속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게 되면 실업률 증가는 물론 계속적인 인구감소로 호남 3대 도시의 위상도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후 4년가까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규제는 계속되고 있다.
전세성 의장은 “악취관리구역에 따른 환경규제로 제1·2산업단지내의 업체들은 배출허용 총량규제를 받고있다"며 "이로인해 1·2산단내에는 기존 공장허가가 나있는 화학업종 외에는 신규업종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단내에 반도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이 들어와야 도시가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며 “그런데 조금이라도 배출기준치가 오버되면 조업정지를 당하는 산단에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은 고사하고 신규 설비업체가 들어올 수 있겠느냐, 기존 업종 말고는 박스공장이나 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타 지역에는 이런 규제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자치단체가 아니면 의회가 나서 해제하고 있는 추세다"며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현장의 고통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의 익산시 체제는 한계를 드런낸 것 같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