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 갖춘 거버넌스 협의체 시급.. 허송세월 하다간  졸솔 통합 우려 커"

익산·군산 시의회 의장단이 초 광역도시 탄생을 예고하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지난 22일 양 시 의장단은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 구축의 당위와 그에 따른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양쪽 정치권 일방의 정치적 구호에 그칠 공산이 높다. 실행력이 있는 양쪽 행정기관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고, 이날 이후에도 의회와 집행부 간의 통합논의가 연계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특히, 양 시의회의 논의는 통합적 관점이 아닌 개별적 관점에서 비롯해 오히려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날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론의 출발이 군산-익산을 단선으로 연결하는 청사진일 뿐인 데서 비롯했다. 새만금 3개 시·군(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중 김제시와 부안군을 배제하고는 새만금 권역 밖의 익산을 포함하는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 안(案)은 실현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런데 김제시의 경우는 새만금 메가시티 구축이 대세로 떠오른 최근에도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 결정 없이는 새만금 메가시티 추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김제시는 또 ‘김제-전주-완주 통합’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으며 최근까지 바꾸지 않고 있다. 

‘흡수 통합’이 아닌 ‘체계적이고 가치 집약적인 새만금 개발’과 ‘개발 수혜 균점’이라는 기치 아래 선제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기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한수 전 익산시장은 지난 31일 “새만금은 입지나 규모 면에서 손색없는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의 견인차인데, 권역 내 각 시·군들의 관할권분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바람에 자구적인 노력으로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구간을 벗어났다”며 “새만금 권역 내 시·군, 전북특별자치도 및 익산시 등의 각계 대표자들로 구성된 구속력과 실행력을 갖춘 거버넌스 협의체 마련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새만금 메가시키 구축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1호 대선 공약이다. 이에 따라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이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광역 거점이 되도록 새만금 3개 시·군과 익산을 포함하는 새만금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이하 개발청)은 새만금 메가시티 내의 도시들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을 연계·육성하고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기업의 가치사슬을 집적화할 계획이다. ‘새만금 메가시티 기본계획 재수립 연구용역’ 착수는 그 일환이다. 새 기본계획은 권역 내 도시뿐만 아니라 전북 도내 관련 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향성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 구상안에는 3대 허브 조성안이 담겨있는데, 이 중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보유한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식품허브’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 허브는 새만금 트라이포트(공항·항만·철도)와 농생명용지, 익산의 식품클러스터를 연계하는 식품가공·수출단지다.

개발청은 이 허브 조성을 위해 국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새만금의 경쟁력있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아시아·태평양 식품시장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를 추진한다.

현주소

새만금사업은 방조제 축조에 착수한 이래 30년이 지났고, 제방이 완공된 이래 항만건설, 공항건설, 내부 십자로개통, 내부개발과 기업 유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까지 마무리될 새만금 기본계획(MP) 재수립의 기본 과업은 최근 변화된 새만금의 여건을 반영하고, 조기에 개발이 가능한 지역 우선 매립 및 권역 체계 변경 등이다.

이는 그동안 지속되어 온 새만금 권역 내 도시들의 갈등 해소를 전제하고 있다. 3개 시·군이 관할권 다툼과 개발 수혜 최대 확보 등에 사활을 건다면 기본계획 재수립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를 기본계획 재수립 전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 전 단계인 논의 기구 구성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회의론이 새만금 전선을 지배하고 있다.

군산시의회가 지난달 14일 개발청에 새만금 메가시티 구축을 기본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22일에는 익산·군산시의회 의장단이 간담회를 열어 새만금 3개 시·군과 익산을 아우르는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론에 불을 지폈지만, 김제시는 같은 날 개발청을 방문해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 결정 없이는 새만금 메가시티 추진은 불가하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지역 재계의 한 인사는 “이 같은 난맥상은 전라북도의 조정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새만금이 대단위 메가시티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만큼, 초광역적인 새만금 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에라도 전라북도가 전력을 기울여 그동안의 공백을 만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군산시·익산시 집행부와 의회가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와 관련해 큰 온도 차이를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2026년을 목표로 ‘대구경북 메가시티’ 구축에 돌입하면서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새만금 권역체계 변경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가 되고 있다”며 “기왕에 새만금 통합 메가시티가 불가피하다면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을 전후한 시간을 허송한 뒤에 졸속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