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연대 ‘소통포럼’- Ⅰ질문을 시작하다

익산시민들 몇이 마주 앉았다. 희망을 함께 말하고 싶어서였다. 지역공동체의 결핍을 채워나갈 저마다의 복안을 공유하고 싶었다. 2024년 7월 2일은 그 첫 만남이었다. 강익현 한의원장, 권태홍 협동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송헌승 YMCA 사무총장, 정경호 제석교회 목사 등은 더 나은 내일에 한 알의 밀알이 되는 대안 연대를 구상했다. 그들은 희망한다. ‘소통포럼’이 지속가능한 연대가 발아하고 번성하는 공간이 되기를.
2024년 7월 19일의 첫 번째 ‘소통포럼’은 몇 차례 갖게 될 워밍업 중 하나였다. 송헌승 사무총장이 이날 자체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섰다. 그 내용 중 일부는 ‘왜 소통포럼을 시작했나’를 설명해 준다.
“우리의 도시는 맹목적 소비를 중심으로 한 타율적 공간으로 전락했으며, 우리는 그 공간 안에서 피동적 대상으로 살게 된 지 오래되었다. 일상의 고락을 나누던 골목과 품앗이나 두레 같은 아름답고 다양한 공동체 문화는 그런 도시 확장의 와류에 휩쓸려 자취를 감췄다. 자본의 광기와 현실적 욕망이 밀집된 천박한 도시공간은 고독하고 절망하는 개인들을 양산했다. 그럴수록 개인은 서로 이야기하고 토로하고, 서로 부대끼며 기댈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공간 즉, 인간적 가치를 내면화하기 위한 공동체적 유·무형의 공간을 갈급하게 되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 서로의 신뢰를 쌓고 여백을 함께하는 정자와 평상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편집자 주>

지역공동체가 펼쳐온 문화운동은 일정 정도 성과를 냈고 주민자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으나 경직된 행정이 개입하면서 지역공동체 문화는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성 존중을 기반으로 여론을 통합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며 행정을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는 건강한 자치문화연대가 지속가능한 공동체 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소통포럼’의 첫 번째 자체 토론회는 지난달 19일 ‘카페보소’에서 열렸다. 송헌승 사무총장이 ‘익산과 공동체 문화’를 발제하고, 정경호 목사가 좌장을 맡았다. 이날 초청된 이한수 전 익산시장과 박형창 교수 및 권태홍 협동사회경제연구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송헌승 총장은 “지자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좋은 동네 만들기’ 등 공동체운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축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역축제는 당초에 추구했던 가치를 상실했다. 축제는 자본에 포섭됐으며, 시민들은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송총장은 또 “이런 일탈은 축제를 주도하는 행정에서 비롯한다. 행정은 관광객 유입이나 경제효과 같은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축제를 시스템화한다. 이런 행정의 속성은 주민자치의 공동체성이 담보하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역사적 정체성’과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전승하는 공동체 문화를 해체한다”고 진단했다.
토론에 나선 이한수 전 시장은 “자치시대의 행정은 단체장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슈라는 것 역시 특정한 목적에 의해 가공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인식하고 진실을 가려내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고 받았다.
이 전 시장은 이어 “공리를 따르는 단체장은 고독하다. 여러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공의로운 방향에 몸을 바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응원해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이유다”며 “공동체 문화의 가치는 환원구조 속에서 복원될 수 있을 것 같다. 환원구조 구축이 바로 ‘소통포럼’이 해야 할 일 아닌가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권태홍 소장은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와 건강한 주민 주도의 자치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정치든 경제 든 독점이 문제다. 조직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보수화한다. 단체장은 물론 ‘소통포럼’도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해야만 신뢰받는 공동체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이어 “정부, 시장, 시민사회 각각 존재의 특수함이 있고, 각각의 영역에서 균형 잡아줘야 리얼 유토피아를 이룩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석학 ‘에릭 올린 나이트’의 설파를 인용하며 “외줄을 탈 때 뻣뻣하면 떨어진다. 흔들어야 중심을 잡아갈 수 있다. 다양한 상상, 다원적인 존재간의 균형이 ‘소통포럼’을 지탱한다면 그 가치와 비전 먼 훗날에도 호흡할 것이다” 제언했다.
박형창 교수는 “행정 주도의 축제가 자본문화로 퇴색되었다지만, 지금으로서는 행정이 나서지 않고는 문화를 앞서서 선도할 주체가 없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때까지 행정이 깃발을 들어야 한다. 카니발이 그런 사례다. 행정이 앞장서다 주민들에게 맡긴 것이다. 다만 행정이 축제 추진위원들을 시민으로 구성하고 최대한 많이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등 시민들의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동체 문화란 농경사회의 두레와 같은 협업이 필요한 시대의 단위 조직과 거기에서 비롯하는 즐길 거리일 것이다. 지금은 여러 변혁기를 거쳐 게임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4차산업 혁명시대다. 잠재력 있는 익산만의 공동체 문화를 발굴해서 각 층위의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