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중학교 수련회 중 담배를 피우던 B학생이 장애 학우의 팔을 담뱃불로 지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가해자가 없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어 사안을 미봉하려 하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장애인부모연대 익산시지회를 비롯한 익산지역 장애인단체들(이하 연대)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10일 익산 A 중학교 수련회 중에 중증 자폐 장애 학생이 일명 ‘담배빵’을 당했으나 사건을 형식적으로 대응해 온 해당 학교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규탄했다. 연대는 또 학교 측이 가해 학생도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8월 8일 학폭위를 개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사실을 우려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대 관계자는 이날 “학교 측은 학부모의 간절한 진상규명 요청에 바르게 응답하지 않고 학폭위를 열어 얼렁뚱땅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려고 한다”며 “이대로 사건이 덮이면 가해 추정 학생들은 학폭위를 우습게 알 것인데, 피해 학생들은 폭력이 묵인되는 학교 안에서 제2, 제3의 피해를 감수하거나 학교를 떠나라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다니던 피해 학생과 그 부모는 사건 발생 이후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까지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같은 달 14일에는 해당 학생이 학교 매점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을 당했다”면서 “당시에 가해 학생을 특정해 지목했고 2명의 목격자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 속에 가해 추정 학생의 ‘그런 적 없다’라는 말 한마디에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표류해 왔다”고 고발했다.
또 “사건 발생 후 명확하게 진상을 조사해 달라는 피해 학생 부모의 간절한 요청을 묵살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통보 전까지 아무런 연락조차 하지 않고, 사건 당시의 진상을 알 수 있는 통합지원반 담당 특수교사를 병가 처리한 것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것”이라며 “장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 당국의 처사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피해 학생·부모 일상 회복 지원, 학교 측 관계자 조사, 장애 학생 교육권·인권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지난 5일 “해당 사안이 학폭위를 앞두고 있고,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는 학교의 비밀유지 의무를 정하고 있어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심의 결과에 따라 교육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관련 학생의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담과 보호 등을 위한 지원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익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 6일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학폭위 개최와 관련 “학폭위는 피해 학생의 신고에 따라 개최하는 것이고 신고 내용을 심의하는 것이다”며 “담배빵 사안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조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했으며,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 지목한 학생 중 한명은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통합지원반 담당 특수교사 병가에 대해서는 해당 교사가 공황장애 증상을 보여 한 달간 병가를 낸 것이라고 해명하고, 매점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학폭위를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