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개혁연대(이하 개혁연대)가 새로 선출될 수위단·종법사 등을 향해 불평등과 섭정 시비를 낳고 있는 ‘상사원’ 폐지와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내실 있게 수행하기 위한 ‘수위단원’의 보직 겸직 금지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혁연대는 수위단·종법사 선거(9월 13일)를 약 보름 앞둔 지난 10일, 부조리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상사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 종법사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원로들과 함께 동거동락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상사원은 종법사를 역임한 이가 기거하는 곳이다. 현재 상사원은 자산 전 종법사가 기거하는 익산에 1곳, 경산 전 종법사가 기거하는 남원에 1곳이 있으며 이번에 퇴임하는 전산 종법사가 기거할 상사원은 진안에 건립하는 중이다. 상사원에는 평균 4명의 교무들이 주재하면 전 종법사를 시봉하고 있다.

개혁연대 관계자는 “종법사의 임기가 6년인데, 6년 후에 선대 종법사가 돌아가시지 않는다면 상사원을 또 지어야 할 판이다”고 기형적인 퇴임 종법사 모시기 행태를 지적했다.

또 성명서는 “우리 교단의 수많은 선진님, 원로님들은 수도원 등 퇴임자가 기거하는 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중생들의 눈에는 지위고하가 있으나 원로님들의 일생을 통한 희생과 봉사와 수양은 차별로 대우할 수 없을 만큼 지고지순하다”며 “다른 어느 종교에도 이런 차별은 없다. 이는 후진이 선진을 모시는 입장에서도 올바르지 못하며, 교조의 가르침인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도 부당하다”고 논평했다.

개혁연대는 “거기에다 상사원 제도는 권력기구의 독버섯 격인 섭정의 문제까지 불거진 비난을 면치 못하는 제도다”라고 짚은 뒤 “종법사를 지내신 분이 이러한 특권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 대한 불평등의 상징으로, 원불교 역사의 오욕이다”며 신구 종법사를 향해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개혁연대는 또 “수의단은 평소에 교정의 전반을 감시·감독하고 교단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실질적 개선안을 마련하며, 출·재가 교도들의 민심을 탐색하고 수용하여 교정에 적용시키는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할 때 최고 의결기구의 역할을 내실 있게 해낼 수 있다”며 “이러한 자리에 있는 수위단원이 교구장이나 교정원 부서장, 기관장 등 상시적인 직책을 맡으면 본래 역할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위단이라는 이름만 걸치고 권세를 누리는 지도부를 원치 않는다”며 “수위단이 되실 분이나 되신 분들은 자신의 명예나 지위, 권한이 아니라 우리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 수위단의 직책과 역할에 충실하여 수위단 만을 주직으로 삼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개혁연대 관계자는 “수위단원이 보직을 겸직할 경우 각 직책의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이해충돌 문제도 일어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우리 교단은 출석일 수 2만 명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전국 500개 교당 중 교도가 10명 이하가 60%가 넘는 등 비상한 상황이다”면서 근본적인 제도개혁의 당위를 역설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