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장의 “우리 예산 안들어가” 허위이면 선거법 위반·사실이면 명백한 업무상 배임

‘익산시 신청사 건립비 선투자’ 책임을 이행하지 않던 LH가 지난 7월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헌율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1,000억 원대 업무상 배임 및 직무유기 등의 처벌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담당자 등은 ‘청사 신축 비용은 지자체가 전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조직을 허위사실 날조에 동원한 정헌율 시장의 직권남용을 곧바로 가리킨다.

정헌율 시장은 2018년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가 공모한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에 선정돼 익산시는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신청사를 짓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익산시가 작성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LH가 선투자해 익산시 청사를 신축하고, 시 소유의 노후공공건축물 개발(공동주택 등)을 통한 이익금으로 신청사 재원을 충당하는 구조의 국가공모사업이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익산시민 숙원사업 풀었다. 익산시 신청사 건립을 위한 큰 발걸음!’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국가공모사업 선정 소식은 현수막으로 제작돼 익산시 전 지역에 나붙었다.

정 시장은 그 이틀 뒤인 4일부터 17일까지 10일 동안 읍면동을 순회하는 ‘시장과 주민과의 대화’에 ‘신청사 TF팀’을 동원해 신청사 건립 소식을 전하며 국가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받게 된 ‘시 돈을 들이지 않는 특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 시장은 다음 달 5일 한 지역 언론사에 “시민의 세금으로 하려니 몇십 년을 두고도 못 지은 것을 당장 세금 한 푼 안 걷고,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도 않는다”며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건축비 부담 탓에 그냥 미루고만 있었다”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정 시장은 그리고 다음 달 10일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축사에 나선 조배숙 국회의원이 수천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시청사 신축은 국비지원을 받아서 짓는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나 이를 바로잡지 않고 방조했다.

정 시장은 이어 6.13지방선거를 2개월 앞둔 2018년 4월 배포된 선거공보에 ‘중앙인맥을 활용해 국비 사업인 신청사 공모사업(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 선정’이라는 허위사실을 기재했다. 또한 우측에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3차 선도사업과 관련된 LH 업무협약식 사진을 게재해 해당 허위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익산시는 2023년 최종 확정된 신청사 건립비 1,110억원 전액을 자체 재원과 부채로 마련해 투입해 왔다. 게다가 파트너였던 LH는 지난 7월 9일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종결 의사를 익산시에 통보했고, 예비타당성조사 용역비를 익산시에 반환했다. 국가공모사업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LH는 청사 신축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고, 개발행위도 일절 하지 않았다. 신청사 1단계(업무시설)는 지난 8월 준공했고 이달 14일 입주를 마무리했으며, 구청사 철거 등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있다.

최근 전·현직 신청사 TF팀 담당자들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청사 건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액 투입해야 한다. 법상 지방청사는 순수 지방사무 공간이기 때문에 국비지원이 없는 사업이다. 또 국토부의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 공모요강을 보면, 이 사업은 노후공공건축물을 LH가 위탁받아 개발하고, 소유권과 임대수입(분양)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며, 지방자치단체가 개발비용을 장기간 LH에 상환하는 방식의 개발사업이다. 세금 한 푼 안 걷고 공유재산 개발이익으로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청사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는 정 시장의 주장은 원천적으로 허위 날조다.

전·현직 신청사 TF팀 담당자들은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은 예산 절감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불황 등 외부여건의 변화 때문에 LH가 사업을 종결하게 된 것이다. 또 사업은 100% 예측할 수 없다.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것이다. 보편적인 상식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그런 위험부담을 사업 초기나 시행과정에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업 초기에 발표했던 국가공모사업의 보장성과 담보력을 내세워 왔다.

이를 놓고 보면 익산시나 정헌율 시장은 처음부터 신청사를 전액 시민의 혈세로 짓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익산시는 신청사 재원 계획과 이행 여부를 지금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의회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헌율 시장의 허위사실 공표행위를 익산시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부른다.

특히 정헌율 시장은 최근까지도 익산시의회의 시정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본 사업은 국책사업이니 중도 포기 걱정 없고, 예비타당성조사는 반드시 통과될 것이며, LH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추진과 개발이익을 남겨 반드시 신청사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청사가 완공되면서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 협약 유효기간도 끝났다. 정 시장의 주장이 허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LH는 지난 7월 9일 해당 사업은 리뉴얼사업으로 진행시 예타통과를 위한 경제성 및 재무성 기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리뉴얼사업 종결’ 의사를 익산시에 통보했다. 또 익산시 담당자에 따르면 LH는 익산시로부터 비용을 받아 수행하던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중단하고 비용을 반납하면서 파트너 자격을 일방 파기했다.

허위사실 공표 양태와 목적 달성

정헌율 시장은 2017년 9월 21. ‘정헌율 시장 현안사업 기자간담회’와 다음날인 22일 ‘31만 익산시민 자존심 신청사 건립 해결하겠습니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익산시 청사는 1970년 준공된 노후 건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는바, 익산시는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청사 건립에 애로를 겪어 왔다”며 “익산시는 예산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3가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공모사업인 ‘노후청사 복합개발사업’을 통해 국비로 청사를 건립하는 방안과 국비확보와 더불어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신청사를 건립하는 방안,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KTX 익산 선상 역사에 신청사를 증축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에 한 지역 일간지는 2017년 9월 22일 기사를 통해 ‘익산시청 신축방식과 향후 파장, 재정부담 해법이 정헌율 시장 재선 가도 좌우’라고 논평했다. 취임 후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던, 정헌율 시장이 이끄는 익산시가 국비 지원사업인 ‘노후청사 복합개발사업’을 통해 시의 재정부담 없이 신청사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시민들이 크게 술렁이자 나온 기사다.

하지만 익산시는 2017년 8월 29일에 국비로 청사를 건립한다던 ‘노후청사 복합개발사업’에 응모했으나 탈락했고, 같은 해 11월 28일에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응모해 2018년 1월 2일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3차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정 시장은 “이번 공모사업 선정은 중앙 부처 및 LH 등 관련기관과 협업체제 구축, 정치권과의 공조 등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이루어낸 쾌거”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같은 언론홍보와 플래카드 게시 등 대대적인 홍보 활동 전개로 시민들은 리뉴얼사업 선정을 정 시장의 탁월한 업적으로 인지하게 이르렀다.

정헌율 시장은 결국 6. 13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김영배, 민주당)를 3.8%차로 이겨 익산시장에 당선됐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