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축산단지는 새만금담수호와 연결된 만경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새만금수질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궁축산단지의 현 분뇨처리장은, 애초 폐수의 BOD농도를 1,200ppm으로 예상하고 건설되었지만, 실제 단지 내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BOD농도는 5,000ppm을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져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축산폐수의 정화처리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축분뇨처리사업소 관계자는, “자연유화방식에 의해 축산폐수와 생활하수가 한꺼번에 뒤섞여 처리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BOD농도가 현저하게 올라가게 된 것이며, 현 시스템으로는 그 같은 폐수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기능보강공사를 통해 2011년 6월부터 축산폐수와 생활하수의 분리수거를 위한 시설을 시험가동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된 시설이 환경오염을 100% 해결해 준다는 보장이 확실치 않고,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앞으로 최소 2년 이상의 기간 동안은 지금의 행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왕궁축산단지 내에 거주하는 세대수는 약1,100세대 정도이고, 이 중 한센인은 약800세대로 집계되었다.

또한, 축산단지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하루 2,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하루 2,00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축산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극심한 악취를 풍기며 새만금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왕궁축산단지 내에서 축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제로 이주당한 한센인들이며, 한센인 정착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이들의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가축우리와 사람들이 거하는 방이 달라붙어 마치, 가축과 사람이 한데 엉켜 사는 것 같은 모습의 세대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이같이 강제이주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열악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센인들에게 공권력을 행사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왕궁축산단지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국비2,700억원의 자금 중, 현재까지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언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어, 익산시민에게 닥친 환경재앙은 피할 길이 없으며, 힘들게 유치한‘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한 전문가는, “왕궁축산단지의 축산폐수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는 현재로선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왕궁축산단지의 악취는 동쪽에 연접한 삼례지역에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접경지역에 우석대학교가 위치한 탓에, 각 지역에서 운집한 학생들에게 왕궁은 혐오스러운 익산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완주군 시의원들과 도위원들이 전라북도와 도의회에 지속적으로 왕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익산의 환경문제는 이제 전라북도의 공통과제로 떠 올랐다.  하지만 정작 익산시는 왕궁이 공권력의 사각지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곽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