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익산의 성직자들과 가톨릭농민회, 기독청년협의회 등 종교단체 소속 청년, 학생들은 선봉에 서서 주도하였고 창인동성당과 몇몇 교회들은 민주화의 성지가 되었다. 86년 3월 들어 전북대 재학 중 학생운동으로 구속 수감되는 등 민주화 투쟁 경력이 있는 최갑선씨, 조정권(농민)씨 등 청년층과 민추협을 결성한 최동우 목사(베네스타교회시무), 황성근전도사, 강영진(주부)씨, 왕상희(사업)씨, 농민, 노동자들이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유인물 발행으로 선전전과 가두시위를 활발히 전개했다.

이들은 당시 폭압적 정권아래서 각 분야 민주운동 단체와 연대 또는 개별적으로 87.3월 이리역에서 KBS시청거부 투쟁, 4.3일 ‘임금투쟁보고대회’를 열면서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격렬한 가두 투쟁을 이끌었다. 86.3월 익산 제일교회에서 황성근전도사, 정웅수 익산기독청년연합회장, 최갑선(청년), 안영묵(학생), 진상해(학생)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익산기독청년협의회 주최로 한완상 서울대 교수를 초청하여 군사정권 퇴진 등 시국 토론을 하였다.

그해 4월, '성고문, 용공조작 전북대회'가 익산인권선교회, 재야, 한국기독청년 협의회, 야당인사 등의 주도로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다. 그러나 강희남 목사 등 30여명의 재야인사들은 총출동한 경찰에 의해 참가를 원천 봉쇄당한다. 미리 집회 장소에 와 있던 황성근 전도사가 경찰에게 평화집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세금을 받는 경찰이 군부독재의 하수인 노릇이 아닌, 국민을 위한 민주경찰로서 국민과 연대하여 함께 나아갈 것’을 호소하는 연설을 하다 그 자리에서 황성근씨 포함 수십명의 시위자들이 경찰서 앞마당으로 연행되었다.

경찰서에서 시위자들은 사복경찰(일명백골단) 수백명과 엉겨 붙어 격렬한 몸싸움 끝에 차량 바람을 빼고 농성을 한다.  경찰이 차량을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자 청년들이 차량 밑에 드러눕는 등 차량 진행을 저지하며 완강히 저항했으나, 동북교회 부근으로 끌려 나가자, 길거리에서 철야농성을 하였다.

2일 후 창인성당 노동청년단과 합세하여 경찰서 앞마당으로 가서 농성을 하며 경찰의 집회원천 봉쇄와 유인물 압수에 대하여 경찰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기도 했다. 전라북도 민중운동세력들은 86.4.28.전라북도민주헌법쟁취위원회를 결성하여 중앙조직과 연대하여 군사독재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 민중 생존권 확보와 평화적인 민족통일을 위한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

이렇듯 도내 운동세력들의 조직적 연대적 참여가 본격화한 가운데, 86.8월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 각 市 인권협의회,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공동주최로 이리 창인성당에서 '성고문 용공조작 폭력정권 범도민 규탄대회'가 열렸다.

수천 명의 정 사복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노동자 농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하고 대회장 주변에 수천명의 시민이 운집, 가두시위도중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이천수(전주남문교회)목사 등 상당수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으나, 시민들은 이리경찰서 앞까지 거리를 오가며 연좌농성과 수천의 시민들이 이리역 광장으로 진출하여 경찰의 최루탄에 맞서 투석전을 전개 하였다.

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노병관(전민협 회원)씨 등 6명과 백승환 전도사가 이리 경찰서 형사계로 끌려가 구타당하여 중상을 입었고 황성근전도사는 연행당하여 구류 25일을 살았다.

민주헌법쟁취항쟁 확산 민중생존권 투쟁 연대
87년도에 접어들자 앞서 선도자들이 싸운 역량을 바탕으로 원광대 학생들의 조직적 참가와 더불어 일반시민들의 합세가 점차 가열되었다.  이들은 후레아 패션 노동운동 탄압 등 군부독재가 비호하는 독점자본의 횡포, 농가부채 등 농민 노동자들의 민중생존권 투쟁과도 적극 연대한다. 87년 5월 들어 ‘호헌반대, 군사독재타도’를 기치로 전라북도 각계각층 민중운동세력과 야당정치인들이 총 결집하여 민주헌법쟁취전북연합을 결성한다.

고문으로 은명기 목사, 강희남 목사, 조용술 목사, 송상규 목사, 권영균 신부, 양민화 전북민헌도지부장, 조규완 전 국회의원, 공동위원장으로 신상석 목사, 전양권 목사, 이수현신부가 참가했다.

중앙위원으로 전북도 각 市인권선교협의회,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 가톨릭농민회전북연합, 민주헌정연구회, 전북기독교농민회, 이리지구 기독교청년협의회 등 제 사회단체 대표들이 선출되었고, 문정현신부, 이상섭신부 등이 개인자격으로 참가하였다. 민주헌법쟁취전북연합은 6월 항쟁기간 중 조직적으로  전라북도의 민주항쟁을 이끌었다 .

이리익산 민주화 열기 절정, 거리마다 시위 물결 
87.5월 이리익산인권선교협의회에서 ‘4.13호헌조치 반대, 박종철을 죽인 고문경찰 구속, 장기집권 음모 포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87.6월에는 초교파모임인 ‘이리 익산 기독교연합회’(성결교회 이진우 목사 고문 외 201명 참가)가 단식농성을 하며 나라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열어‘호헌철폐, 고문추방, 민주인사 석방, KBS 시청료 거부, 80년 11월 언론 통폐합 조치로 중단된 CBS 뉴스보도 및 논평중계, 상업방송광고 억제초치에 반대하여 CBS 기능정상화’를 위해 싸워 나간다.

이와 같이 익산에서 성직자, 일반 청년, 야당정치인, 재야세력들과 87년 5월 18일 발족한 원광대 민주화발전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선도적 투쟁으로 87년 5월18일 이후에는 거의 매일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87년 6월 들어서 이리, 익산 민주화세력이 총결집한 이리ㆍ익산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지부(위원장에 이수현 신부  김규섭 목사, 정동영 목사, 강영진 여사, 사무국장으로 정웅수씨)를 결성하여 조직적 총력투쟁으로 익산 시민들의 민주화의 열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익산, 박종철군 고문치사,  호헌철폐 국민대회 동참
이들은 대규모 공식행사 및 가두시위를 하면서 본격적인 6월 항쟁에 돌입한다. 마침내 6월10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서울 시청 등 전국에서 ‘박종철군 고문살인 및 은폐 규탄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선포하고 ‘6·10국민평화대행진’ 출정을 한다.

익산 또한  익산 가톨릭 농민회, 농민회, 원광 대학생, 기독청년협의회,재야, 야당정치인 일반시민들이 총 참가하여 ‘국민평화대행진’에 들어간다. 원광대학생 5천여명은 오후 1시 쯤 가정관 앞 광장에 집결, 출정식을 갖고 투쟁선언문을 낭독하고 단과대학별로 시내에 진출, 평화대행진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2백-3백여명씩 대열을 지어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이다 4시쯤 이도백화점 앞에 1천여 명의 시민 학생들이 집결하여 대중 집회를 가졌다.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이리 경찰서 앞으로 진출을 시도했으나 전경들의 최루탄 난사로 흩어졌다. 학생들은 오후 6시쯤 모현아파트 앞 도로상에 다시 2천여 명이 모여 ‘박종철군 고문은폐 조작사건 및 직선제 민주헌법쟁취 이리시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어 6시 30분쯤  행진에 들어가 이도백화점→이리경찰서→상업은행→중앙시장→창인동성당 앞으로 나아갔다. 7시15분쯤 시민들은 창인동성당에서 이리경찰서쪽으로 다시 진출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완강한 저지로 5천여명이 창인동 성당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며 2차 규탄대회를 가졌다. 시위대는 7시 50분 다시 행진을 시작 교육보험 빌딩을 거쳐 8시 15분 시청 앞에 집결하여 공무원에 대한 규탄을 한 뒤, 8시 40분 쯤 이리 수출자유지역공단으로 향했다.

9시쯤 시위대는 공단 안으로 들어가 “노동삼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9시 5분쯤 다시 행진에 들어가 북부시장을 지나 9시45분쯤 배산로타리에서 시내 진출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최루탄 난사로 흩어지고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연행됐다. 시위학생들은 10시50분  북일 파출소를 습격한 뒤 11시쯤 학교로 돌아가 평가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원광대생 선도, 시위대-경찰 투석전 격렬
18일에는 학생 시민, 재야인사 등 3천여 명이 창인동 성당에서‘최루탄 추방궐기대회’를 가졌다. 대회를 마친 시민 학생들은 가두로 진출, 밤 11시30분까지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였다. 또 이날 낮 12시쯤에는 원불교 김경일 교무 등 2백39명이‘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주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4.13조치 철회를 주장했다.

19일 학생 3천여명은 오후 4시쯤 시내 뉴타운백화점 앞에 집결,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며 밤 11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중 학생 2백여명은 창인동성당에 들어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20일 오후 1시 40분쯤 3천여 명의 시민, 학생들은 뉴타운 백화점 앞에 집결, 평화적으로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5시 30분에는 창인동성당 앞에서 ‘최루탄 추방과 경찰폭력에 항의하는 범 이리 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시민학생들은 새벽 1시 30분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학생 150여명은 창인동성당에서 이틀째 철야농성을 계속했다. 이날 시위로 역전파출소 노동부 이리지방사무소, 시청 및 이리세무서 유리창 1백여 장이 깨졌으며 이리 시청이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또한 경찰 오토바이 1대가 전소되었고 익산군청 통근버스도 파손됐다.

21일 시위는 대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4시 이리 중앙교회에서는 이리, 익산기독교연합주최로 ‘나라를 위한 연합기도’가 교회신도 및 시민, 학생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또한 경찰 오토바이 1대가 전소되었고 익산군청 통근버스도 파손됐다.

6.26일, 4만 시민 참가, 뉴스위크 등 취재보도
교회 내 행사가 끝난 뒤 5시쯤 시민학생들은 평화행진에 들어가 역전 앞 →모현아파트 사거리→시청 앞→기독교방송국으로 향했다. 이때 참여한 시민들의 수는 무려 3만여명에 이르렀다.
시민, 교회신자 및 목회자들은 8시 30분쯤 기독교방송국에 도착, 고문폭력추방, 민주인사석방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기도문을 채택하고 자진 해산했다.

한편 학생들은 별도로 시청 앞에서 시민 1만여 명과 함께 독자적인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리 후레아 패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다국적기업의 횡포와 부당해고 사례를 폭로했다.

집회를 끝낸 학생들은 시위에 들어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새벽 2시까지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이날 사복경찰들은 헬멧을 벗고 시위 시민으로 가장하여 같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 옆에 있다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 흩어지는 시민, 학생들을 쫓아가 연행하기도 했다. 이날 학생 1백여명은 창인동성당에서 연 사흘째 철야농성을 벌였다.

22일에도 학생 1천여명은 뉴타운 백화점 앞에 집결, 투석전을 전개하여 격렬하게 가두시위를 벌이다 새벽 1시 45분쯤 해산했다, 이날 시위로 역전파출소 및 평화동파출소가 파괴됐다.

23일에는 밤 12시 30분쯤 경찰의 최루탄 발사 자제약속을 믿고 이수현신부가 농성학생들과 함께 성당 앞을 청소하다 전경 10여명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력현장에 있던 이리경찰서 정보과장은 “더 봉변당하기 전에 빨리 가라”는 등의 폭언을 했다. 이신부는 온몸에 멍이 들고 몸을 가눌 수 없어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이 사건은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원광 대학생 5천여 명은 이날 오후 6시 15분 쯤  창인동 성당에 집결, 새벽 1시까지 시내 곳곳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25일 오후 7시부터 창인동성당에서는 성직자 집단폭행 및 최루탄행사 규탄대회가 1만여 명의 시민, 신자,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신부들을 선두로 시가행진에 들어가 이리경찰서→이리역→모현아파트 4거리→한일은행 4거리로 나아갔다. 학생들은 새벽 3시까지 시위를 하면서 시청, 이리세무서 일부를 불태우고 역전, 마동, 평화동파출소를 불태웠다.

익산시민, 군부독재 종식
8월 항쟁 절정에 달한 26일, 익산 지역의 국민평화대행진은 4만여 명의 시민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는 평화대행진으로 발전했다. 경찰은 전경 1백여 명을 동원 4시 30분부터 집결 장소인 창인동성당을 봉쇄했다.

그러나 5시 50분 쯤  시민 50여명은 사복경찰의 제지를 물리치고 창인동성당에 입정했다. 이들은 창인동성당에서 국민의례와 출정식을 갖고 2차 집결지인 제일은행 4거리로 가 원광대학교 학생들과 합류했다. 집회는 국민의례, 국민운동 이리. 익산지부 공동위원장 인사말, 고문, 자문위원, 중앙위원소개, 성명서낭독 , 연설로 이어졌다.

집회가 끝난 뒤 시민, 학생들은 평화대행진에 들어갔다. 8시 10분 쯤에는 신광교회 앞에서 전북은행 사거리까지 약 900미터에 4만여 시민이 운집해 거리를 가득 메웠다.8시 30분 쯤 2차 대중 집회가 이리 도서관과 이리여고 뒤편 도로에서 1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고, 9시 20분쯤에는 역 앞 로터리에서 2만여명의 시민이 대중정치집회를 개최했다.

집회행사가 끝나자, 국민운동 이리. 익산지부 공동위원장인 정동영 목사는 일단 평화대행진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시위는 계속되어 9시 50분 쯤 민정당사 앞 중앙로에서는 5천여 명의 시위대가 전투경찰과 대치하여 시위를 벌였고, 10시 20분쯤에는 경찰서 앞 로터리에 3천여명의 시민이 모여 연좌 농성을 했다.

시위대는 새벽 2시까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평화동, 역전, 남중동 파출소를 공격하고 시청, 노동청, 세무서 등에 화염병을 던졌다.

27일에는 제일은행 4거리에서 오후 6시 2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학생, 시민 5백-6백여 명이 시국토론회를 열고 해산했다
6월 항쟁 중 이리 익산의 시위대열에는 정권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인도주변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며 역전과 중앙시장 주변 상인들이 음료수와 먹을 것을 들고 나와 청년 학생들에게 권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열기는 군사정권의 6.29선언을 받아내 군정종식을 이끄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익산지역은 박정희 정권이후 오랜 지역차별의 피해자인 시민들의 분노와 맞물려 더욱 강경하고 격렬하게 ‘호헌철폐, 군부독재 타도’ 저항을 하였다.익산시민들의 이러한 열기는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권력유지를  전 시민의 역량으로 저지시켜, 6.29선언을 받아내고 직선제 개헌을 관철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6월 민주항쟁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숨통이 트이고, 군사문화 추방과 사회 각 부문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억압당한 열망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것을 용인하는 진정한 민주화 시대를 향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이금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