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만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사는 맛이 납니다. 제가 여기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추곡이 실려 들어오는 걸 보면 제 배가 다 부르고 신명이 납니다”

지난 26일 익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만난 김병옥 조합장은 약간 상기 된 얼굴로 “매일 힘들겠다”는 질문에 강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답했다. “이제는 제가 보이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찾습니다. 조합 업무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을라 치면 전화를 걸어 왜 안 나오느냐고 묻습니다”

김 조합장이 이곳 금강동 미곡종합처리장의 추곡수매 현장에서 작업반장을 시작한지 올해로 8년째. 추곡을 가득 실은 차량이 들어오면 입고 전 검수를 하고 차량들을 교통정리 하는 것 못지않게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일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대풍인 줄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개화기에 비가 와서 수정이 잘 안됐지요. 설상가상으로 쌀값까지 폭락했습니다. 조합원들 얼굴이 어두울 수밖에 없지요. 예부터 농사란 하늘과 동업을 잘해야 한다는데, 그게 잘 안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런데요. 농민들은 절대 좌절하지 않습니다. 걱정하는 저한테 그러십니다. ‘어쩔 수 없지. 내년에 잘 지어야지.’ 흙에 사는 농민들은 그렇게 지고지순하고 긍정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톤백에 홈 대를 찔러 낱알을 꺼내 살피고 명부를 확인한 후 매직펜으로 입고자 이름을 적어 넣는 등 분주한 김병옥 조합장의 얼굴이 또 환해졌다. 조합원 의 안부와 근황을 묻고 조합원의 말에 귀를 세웠다.

김 조합장의 이 같은 사전 검수는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개선했다 조합원들의 추곡을 제외한 외지나 타 계약 물량이 들어오는 경우가 사라지고 수매 공정성도 한층 제고됐다. 김병옥 조합장이 작업반장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절반에 가까운 외지 쌀이 반입되던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올해 익산농협 추곡수매는 공공비축미, 계약재배, 기업맞춤형 등으로 나눠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계획 수매량은 40kg 30만개에서 최대 35만개이지만, 농가별 작황이 당초 계획과 다르더라도 일단 들어오는 벼는 조합원들이 고생해서 수확한 것인 만큼 전량 수매한다는 방침이다.

김 조합장은 “협동조합의 존립 이유는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라며, “쌀값 폭락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조합원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제값에 쌀을 수매하고, 안정적인 쌀 판로 확대는 물론, 지역산 쌀 수요를 높이기 위해 익산농협의 모든 구성원들이 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대박을 치면서 강원도‧경기도 사람들까지 사러 오는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이 위기에 놓인 지역 농가를 구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익산농협 떡 방앗간을 최대한 확장하고 판로를 넓혀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각종 홈쇼핑이나 전국의 백화점, 배달앱 등에서 입점이나 제휴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익산농협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