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인구 감소규모 도내 최고 수준, 1년 동안 사망이 출생보다 130% 많아
지난해 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로 역대 최저치(2021년 0.81)를 갈아치우고 출생아 수도 24만 명대로 떨어지면서 출산율 끌어올리기가 지자체 인구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전라북도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남원과 정읍에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대상선정과 선정기준의 부적절성 때문에 이 정책 방향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전라북도의 이 같은 발표는 전주,익산, 군산, 완주등 4곳을 제외한 도내 인구 감소지역 10곳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익산시의 경우 수년 동안 인구감소 규모 면에서 도내 14개시·군 중 최악을 놓고 선두경쟁을 해왔다. 그런데도 전라북도는 익산시를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위한 수요조사 대상(인구감소지역)에서 아예 배제해 반발을 초래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말에서 2022년까지 1년 동안 전라북도 인구는 1만7,249명이 감소해 2022년 말 총 인구 176만9,606명 대비 1%에 육박하는 인구가 역외로 빠져나고, 지난 2월 말 전라북도의 2월 한 달 동안의 출생아는 568명이었던 반면 사망자는 그 곱절인 1,490명에 이른다.
또 우리나라의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비율(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1970년(4.53) 이래 합계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고,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2017년 1.05를 마지막으로 2018년 소수점 아래(0.98)로 떨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0.78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는 지방소멸을 가리키는 지표들이다. 지방소멸은 중앙정부의 위기관리 대상이 되었고, 지자체의 존립을 위협한다. 전라북도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도내 시·군에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은 인구감소 폭이 큰 지역의 가임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해당 지역 내 출생아 수와 출산율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도내 14개 시?군 중에 전주,익산, 군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상정하고 10개 시군에만 수요조사 공문을 보냈고, 지난 8일 남원과 정읍을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대상지로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14개 시·군 중 인구감소 위기의식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익산시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제외된 배경에 의구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2021년 말 27만8,113명이었던 익산시의 인구는 2022년 말까지 4,416명이 줄어든 27만3,697명을 기록했다. 1년 동안 2021년 기준 인구의 16%에 가까운 인구가 감소한 것이다.
또 같은 기간 익산시의 출생아수는 1,022명인데 사망자수는 2,733명으로 최근 1년 동안 태어난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130% 가량 많았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익산시의 인구 감소 수는 도내 14개 시·군 안에서 최고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익산시는 전주, 군산, 완주와 함께 수요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전라북도가 해당 공문을 언제 발생했는지 조차 몰랐고, 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해 경쟁 기회도 갖지 못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9일 전라북도에 익산을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 대상지에서 제외한 부당성에 대해 항의했고, 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윤 익산시 보건소장은 "도가 사업을 처음 시행하다보니 검토가 미진했을 수도 있고, 의료혜택이 부족한 시?군을 대상지로 정했을 수도 있다"며 "최근 전라북도의회에서 전라북도가 산후조리를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지방소멸기금 활용 사업 말고도 도 차원에서 모자보건사업이나 출산장려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 전라북도를 설득해서 익산에 공공산후조리원이 건립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익산지역사회의 '지방소멸론'에 따른 위기의식은 어느 지역보다 크다. 익산시의회가 3년 전부터 '익산시 공공산후조리원'건립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제기해 온 배경이다. 정헌율 시장도 지난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익산시 공공산후조리원'건립을 수차례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시민사회단체도 자치단체가 출생아 수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산시의회의 김진규 의원의 경우는 3년 전 합계출산율 0점대를 '초유의 국난'으로 규정하고, 익산시에 임산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추진을 주문하면서 그 일환으로 ‘익산시 공공산후조리원’건립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익산지역에는 현재 단 두 곳의 민간 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 두 곳의 산후조리원이 소화할 수 있는 산모 수를 보면, 단 하루의 공실이 없다고 가정해도 '1인당' 2주 기준으로 1년에 체 300명도 안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두 곳의 조리원과 연계된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지 않으면 조리원을 예약조차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렇게 익산시에서 이용할 산후조리원을 찾지 못한 출산가정은 인근의 전주,대전 등에서 원정 산후조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헌율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출산부터 돌봄까지 책임지는 맞춤형 정책으로 여성과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조성하겠다며,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성해 여성들의 건강한 출산을 돕고 임산부 건강 관리비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료 지원으로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