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른자위 땅에 민간사업자가 초고층 오피스텔과 공동주택, 대규모 호텔 등을 짓고 있다.

노후 산단 구조고도화라는 명목 하에 1,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업을 위해 급조된 업체나 관련부문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고, 당초 사업타당성 검토가 민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의존해 이뤄지는가 하면, 산단공 익산지사가 사업진행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게 납득할 수 없는 혜택을 주거나, 사업시행 이후 당초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초래되도 이를 제재한 효과적인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민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만 믿고 ‘덜컥’

산업단지 근로자 정주환경 제공이라는 취지로 어양동 513-41번지(어양동 중앙체육공원 건너편)에 짓고 있는 센트럴파크는 총 686억원을 들여 지상26층의 오피스텔(136실)과 지상24층의 공동주택(123실)을 건립하는 민간대행사업이다.

이를 위해 2015년 1월 설립된 (주)동서는 3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산업단지공단의 공모에 응했고, 6월에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위해 2016년 3월 31일자로 당초 산업시설구역이었던 부지를 지원시설로 변경하고, 신규로 센트럴파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계획변경을 승인해 고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주거시설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단공 익산지사 측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나 별도의 사업타당성 검토는 없다.

민간대행사업자로 나선 (주)동서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와 심의가 이뤄졌을 뿐이다.

그마저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본사 차원의 전문가 위원회가 사전에 사업계획서를 받아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심의위원회에서 15분간의 프레젠테이션과 25분간의 질의·응답이 전부다.

현재 근로자 중 입주희망자나 향후 입주예정 기업 또는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파악이 전혀 없이, 민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만 믿고 덜컥 노른자위 땅에 민간사업자가 초고층 주거공간을 짓도록 허락해 준 셈이다.

결국 사업공모를 3개월 앞둔 2015년 1월에 급조돼 단독으로 공모에 응한 (주)동서는 대행사업자 자격을 따냈다.

문제는 또 있다. 민간사업자가 지역 노른자위 땅에 초고층 오피스텔과 공동주택을 짓고 일반분양을 한다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단지공단 익산지사가 (주)동서가 맺은 협약상 ‘입주업체 또는 입주 근로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해 정주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총론적 조항 외에 별다른 사항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조항을 민간사업자가 어길 경우 산단공 측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단공 익산지사는 “분양공고 전에 협의를 해 그럴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이후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추궁하자 익산지사는 “고발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이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사업전반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문가 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연히 익산지사가 해야 할 부분일 뿐이고, 권고나 경고 외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 납득키 어려운 특혜에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 뿐 

산업부 환경개선펀드를 활용하는 호텔컨벤션·지식산업센터 건립은 영등동 191-1번지(약촌오거리 인근)에 정부가 22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사업자가 10%인 22억원을 출자하는 등 총 530억원을 투입해 지하1층 지상11층의 호텔컨벤션센터(컨벤션 및 객실 161실)과 지하1층 지상5층의 지식산업센터(108실)를 짓는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을 지원받아 추진되는 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가 (유)웨스턴라이프 단 한 곳뿐이며, 그마저도 호텔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자로 낙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 민간업체의 대표이사는 당초 센트럴파크를 짓는 민간대행사업자 (주)동서의 대표이사였다가, 호텔컨벤션·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식이 열린 날 전격 사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사업부지 소유주인 산업단지공단 익산지사는 부지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멸실신고를 하고 철거에 나섰다.

약 8,000여㎡의 부지에는 이전에 보석가공업체들이 사용했던 공장 11개소가 있었는데, 원래 상태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가 아니라 건물이 철거된 후 토지만을 감정해 매각할 경우 민간사업자가 그만큼의 혜택을 받게 된다.

1979년 비슷한 규모의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의 경우 8,200㎡의 건물가액이 32억원으로 산정돼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철거된 건물로 인해 발생하는 차액이 30억원 가량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산시에 따르면 공공자산을 매각할 경우 대부분 현재 상태로 감정평가를 통해 금액을 산정하고, 특히 행정재산은 건물과 토지가격을 과표에 따라 관리하기 때문에 건물을 철거할 경우 시의회 동의를 얻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단공 익산지사는 감정평가 도중 건물 철거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아직 매매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민간사업자는 이미 부지 경계를 둘러 울타리를 치고 공사 준비에 나서는 등 부지 활용에 대한 특혜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제기되는 우려와 의혹에도 산업단지공단 익산지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만을 내놓고 있다.

김호범 지사장은 “정부가 출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단 입장에서는 민간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전가시키면 안 된다”고 해명하고 “특혜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물 철거 비용을 업체가 부담토록 한 점에 대해서는 “민간이 아니라 공단이 나서서 하게 되면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