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단계서 타당성 없다며 불용 처리

스스로 부실행정 인정.. 웃음거리 자초

익산시가 무턱대고 예산을 편성해 놓고 나서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판단, 집행 단계에서 해당 예산을 불용 처리한다고 밝히면서 ‘어설픈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해당 예산이 특혜 의혹을 낳자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세운 잘못과 특혜 의혹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예산은 모현동 롯데슈퍼 옆 도로개설(길이 96m, 폭 8m).

이 사업은 최근 3~4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민 간 갈등을 야기했고,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에서도 2015년 본예산 심의시 상임위에서 삭감, 2016년 본예산 심의시 예결위에서 삭감 등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장 시급하지도 않을뿐더러, 도로개설로 인해 인근 땅값이 오르면 토지주 및 인근 건물주들만 이득을 보게 돼 특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해당 토지주가 길말뚝(볼라드)을 설치해 통행을 가로막고 길말뚝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4억원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올해 본예산에 2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특혜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불거지자 익산시는 정헌율 시장의 지시로 자체 조사를 벌였고, 담당 부서는 결국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불용처리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할 판에, 행정이 특혜 의혹을 부르는 사업을 추진하려다 발목이 잡혔고 스스로 그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외에도 같은 이유로 지적을 받고 있는 예산이 또 있다. 모현동 롯데마트 옆 도로개설과 마찬가지로 신규 도시개발 사업 일환으로 편성된 용안면 한양식당 앞 도로개설 2억원과 어양동 함지박 옆 가각부 개선공사 1억원이다.

이들 예산 모두 불요불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는 게 담당부서의 해명이지만, 그렇게 세운 예산을 불용 처리하는 자기부정 행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올해 미불용지 보상금(원불교 외 13건) 예산은 불과 1억원에 그치면서, 형평성 논란마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헌율 시장은 “예산편성 과정에서 다소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집행 과정에서 별도의 거름 장치가 있기 때문에, 사업추진을 통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와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이 누군지 등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매번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민원 현황, 시급성, 지역적 안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면서 “모현동의 경우 예산 편성 후에 형평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불용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