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겨낸 망성면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다. 이상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법령을 이유로 살처분 명령이 내려지면서, 방역이 뚫리면 살처분 외에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행정당국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망성면에서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며 산란계 5,000수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지난 10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애지중지 자식같이 건강하게 키워온 닭들을 모조리 살처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

이는 인근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농식품부의 지시에 따라 익산시가 내린 조치다. 관련법령은 ‘가축전염병이 퍼지거나 퍼질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에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지체 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장주 A씨는 닭들이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는데다 최근 실시된 AI간이검사와 정밀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이 같은 예방적 살처분 명령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이 농장은 일반 농장과 달리 닭을 방목해 사육한다.

실제 5만수 정도를 키울 수 있는 면적이지만,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00수만을 키우고 있다. 농장주에 따르면 밀집사육장에서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이는 것과 달리 이곳의 닭들은 친환경사료와 영양제를 먹고 자란다.

게다가 사료와 물에 면역력을 강화하는 첨가제를 사용하고 암모니아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특허출원 중인 첨가제를 닭에게 먹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명령이 내려지자, 농장주는 “너무나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닭들을 어떻게 살처분 할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농장 입구를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놓고 밤을 지새운 지가 벌써 20여일이 넘었다.

지난 13일 전북도에 제기한 행정심판은 하루 만에 기각 판정을 받았고, 이와 함께 제기한 살처분 명령 중지 가처분 소송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미 정부 방침에 따라 살처분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농장의 학교급식 유정란 공급도 제한했다.

이에 대해 농장주 A씨는 “언제든지 와서 AI 감염여부를 확인해도 좋다. AI 잠복기 21일을 지나 3월 25일 우리농장 닭들에게서 감염여부를 조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AI가 매년 발생해 수천억원의 피해를 주지만 제대로 된 동물복지농장에서는 이제껏 단 한번의 AI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AI가 왜 동물복지농장에서는 발생하지 않는지를 이번 기회에 조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시청 홈페이지에도 동물애호가들과 시민들의 반발 의견이 거세게 올라오고 있다.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이 능사는 아니며,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이라는 명분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예방적 살처분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처분 소송 결과를 봐야겠지만, 살처분 거부에 따른 고발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