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선 대표

강공언 교수

김세훈 박사

임형택 의원

함라면 장점마을이 집단 암 발병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48가구 103명이 살고 있는 이 시골의 조용한 마을에 암 공포가 찾아든 것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서다. 위암이나 폐암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재도 8명의 주민이 투병 중이다.

주민들은 2001년부터 폐기물종합재활용업을 시작한 인근의 유기질비료공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공장은 피마자박, 연초박 등을 혼합비료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5개월 동안 각종 관련규정을 위반해 9번의 행정처분을 받는 등 운영·관리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2013년에 진행된 환경조사에서는 암 발병과 비료공장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지속되고 있는 암 발병과 주민들의 불안·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밀 역학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15일 좋은정치시민넷(대표 손문선)이 마련한 함라 장점마을 관련 토론회에서는 원광보건대 보건의료학부 강공언 교수와 전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세훈 박사, 그리고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역학조사의 필요성,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근 비료공장의 운영 실태, 향후 행정의 역할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쟁점별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부 차원의 정밀 역학조사 반드시 필요

손문선 = 조용한 시골마을이 암 공포에 휩싸였다. 아직도 주민들은 나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암 발병 규명을 위해 정부역학조사를 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지난 11일 주민대책위까지 구성한 상태다.

임형택 = 2013년도에 이미 환경조사가 이뤄졌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4년이 지난 지금 두 배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했고, 또 두 배 이상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당초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대기와 악취, 폐수에 대해 계속 민원이 제기됐던 인근 비료공장을 지목하고 있다. 마을 어떤 곳에서도 집단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인과관계가 밝혀질 수 있도록 반드시 정부 차원의 정밀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강공언 = 기본적으로 마을단위에서 질병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건소에서는 이에 대해 현황이나 실태파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지역보건법에 따른 보건소 업무의 특성상 그 원인규명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전라북도 지방보건행정의 경우 복지여성보건국 내에 있는 건강안전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곳의 업무내용을 살펴보면 장점마을의 암 발생이나 환경보건문제와는 전반적으로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도 차원에서 장점마을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앙보건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행히 2003년에 암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제16조에 암발생의 원인규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렇지만 장점마을 주민들이 인근 유기질비료공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환경보건법 제15조에 따른 역학조사를 통해 건강피해를 초래하는 환경유해인자를 조사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환경관리정책의 구조적 맹점

강공언 = 기존 환경관련 업무의 특성으로 볼 때 익산시와 전라북도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환경관리정책은 대부분 수질·대기·토양과 같은 환경매체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장점마을 암 발생의 경우 환경매체가 아닌 인체의 건강피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매체 중심의 환경업무에 치중하고 있는 일선 행정부서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지목되고 있는 유기질비료공장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환경유해요인들에 대한 오염상태, 노출정도, 영향 등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지자체의 경우 현실적으로 인적·물적 인프라가 제한돼 있는 게 사실이다.

◇ 불법투성이 비료공장의 믿기 힘든 운영실태

손문선 = 익산시가 인근 비료공장에 대해 최근 5개월 동안 9번의 행정처분을 했고, 현재 대기배출시설 미신고와 폐수배출기록 미비, 벙커시유 사용 미신고 등의 이유로 고발조치하고 조업정지를 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비료공장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2001년부터 민원이 계속됐고 주민들이 고통을 많이 호소한 것은 물론 물고기 때죽음 사건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행정에서 강하게 대처를 했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하는 생각마저 든다.

임형택 = 3차례 정도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꼼꼼히 살피고 대표이사와 공장장, 팀장 등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이야기가 다 달랐다. 운영과정을 설명하는데 물이 어떻게 쓰이고 대기가 어떻게 배출되고 있고 어떤 재료를 쓰고 있는지, 그분들도 파악이 다들 제대로 안 돼 있어서 그런 건지, 이분들도 뭔가 회사의 내용을 그대로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1년부터 운영을 하긴 했지만 과거에는 기록이 없고, 개선권고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이뤄진 것은 2016년 9월부터다. 폐기물을 실외에 무단으로 보관하거나, 신고를 요하는 대기배출시설을 임의로 설치·운영하는 등을 행태를 보인 탓이다. 실외에 함부로 보관된 폐기물 때문에 비가 내리면 이게 마을 주변의 저수지 등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실제로 가서 보니 여전히 폐기물들이 노출돼 있었다. 비료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폐기물들을 다 가루로 만들어 섞는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먼지가 발생한다. 그런데 방지시설이 없어 그곳을 갔다 오면 콧속이 다 까매질 정도다.

당연히 갖춰야 할 시설들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5개월 간 9차례의 행정처분이 내려졌고, 문제가 더 불거지면서 좀 더 시설을 점검하다 보니깐 최근 폐수배출시설 일지 허위 작성이나 비료를 연료로 땔 때 나오는 가스와 먼지들 배출하기 위한 세정탑 중간에 공기조절 밸브를 신고 없이 설치한 것이 드러났다. 이건 쉽게 말하면 대기배출시설의 조작이다.

그나마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9~10년 동안은 폐수배출시설 자체가 없었고, 대기배출시설도 거의 나오는 가스를 굴뚝을 통해서 그냥 내보내고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주민분들의 여러 가지 증언들을 보면 그 당시에 검은 연기가 마을에 깔리는 것은 거의 일상다반사였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 배출된 폐수와 가스가 주민들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향후에 원인은 밝혀봐야 하겠지만, 공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감독 하지 못했다는 거에 대해서는 의원으로서 주민들에게 송구하고 우리 익산시도 지금이라도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

손문선 = 익산시가 실시한 악취 측정결과를 보니까 지난해 9월 5일에는 허용기준 500의 9배가 넘는 4,481이 나왔고, 올해 1월 1일에는 허용기준의 13배가 넘는 6,694가 검출됐다. 주민들 말씀을 들어보면 그동안 냄새 때문에 문도 못 열고 살았고, 쓰러져서 119에 두 번이나 실려 갔다는 말씀도 하시는 분도 계신다.

임형택 = 2001년부터 가동 초기부터 주민들이 호소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우리 도심의 악취가 아무리 심한 회사도 4,000을 넘기 힘들다. 4,000이나 6,000을 넘었다는 건 이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다.

강공언 = 시설물을 둘러본 결과 충분히 악취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사업장의 특성상 다량의 먼지와 악취가 발생되고 있으며, 연소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스라든지 입자상 대기오염물질 발생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악취제거를 위한 세정액이 악취성분을 포집할 수 있는 상태인가 하는 것인데, 이 시설물의 경우 세정액 자체가 재활용되면서 가스용해도 자체가 포화를 넘어 심지어 과포화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이나 악취제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이 괜찮을지 심각한 우려가 들 정도다. 따라서 방지시설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 연소열 직화, 세정수 재사용 ‘문제 없나’

손문선 = 비료 제조과정을 보면, 벙커시유를 태워 나오는 열과 가스를 건조를 위해 비료에 직접 쏘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서 폐열의 70%를 회수해 재사용하고 있고, 30%는 세정탑을 거쳐 배출구로 내보내고 있다.

김세훈 = 원료를 가지고 뭘 생산할 때는 제조 과정이 명확해야 한다. 이 공장의 건조공정은 수분건조 뿐 아니라 비료가 탈 가능성이 있고, 배출되는 가스의 농도가 시간이 갈수록 짙어져 적절치 못하다. 세정수를 재사용하는 것은 운영상의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있겠지만, 농도가 짙어진 가스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주위 대기에 환경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의과정을 통해서라도 공정과정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의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뭐가 얼마나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만 불완전연소 물질과 휘발성 물질들을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외부에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

손문선 = 현재 주민들은 정밀 역학조사를 요구하면서, 행정을 믿지 못해 자기들이 검사기관을 지정해서 의뢰하겠다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다.

임형택 = 행정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한편으론 이해는 된다. 소 잃고 외양간 짓는다는 말이 지금까지 행정 행태에 딱 맞는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이 반성해야 한다. 또 공장 측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역학조사를 통해서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역학조사를 위해 행정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 향후 행정의 역할은

손문선 =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암 발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정밀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강공언 = 역학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위험요인의 단서를 찾는 일인데, 장점마을 주민들의 성별과 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과 암발생률에 따른 정량적인 자료를 확보해 정부차원의 역학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질병발생의 원인규명을 위한 가설 설정을 위해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식생활과 거주환경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함께 지역주민의 건강상태 및 병증에 대한 자료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환경부서에서는 1차적으로 물, 공기, 토양 등 환경매체를 중심으로 한 오염실태파악과 함께 사업장 설치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행정부서의 관리방안에 대한 자료수집이 이뤄져야 하고, 도 차원의 보건당국에서는 암관리법을 토대로 정부차원의 역학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보건의료과 내에 암관리를 비롯해 환경보건문제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 또 필요할 경우 환경보건법에 따른 환경보건센터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임형택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나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의무다. 장점마을 비료공장에서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피마자막은 이미 국회에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우려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니, 당장 적극적인 조치를 위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히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

김세훈 = 인근 지하수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폐수와 굉장히 열악한 사업장의 먼지, 공장 원료와 공정과정에 대한 세부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