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 중단으로 인해 120억원이 넘는 국비가 반납되고 36억원이 넘는 기성금이 날아가 버리고 2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마저 진행되고 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행정이 각성하고 당장 자체감사를 실시해, 경중에 따라 즉각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산시가 2006년부터 시작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공법변경과 용역중지 및 재개를 반복하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사개시 후 민원에 따른 중단 결정’으로 인해 시민혈세·행정력 낭비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 사안이다.

이로 인해 시는 지난 1월 24일 환경부에 120억4,700만원의 국비를 반납했다.

또 지난 2014년 8월 공사 중단시까지 기성분에 대한 대금 36억5,000만원은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됐다.

여기에 시공사로부터 27억원의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돼 진행 중이다.

시공사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당장 책임규명을 위한 조치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시공사 측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는 달리,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한 국비 반납과 기성금 36억5,000만원 손해에 대한 책임규명은 당장 가능하다.

자체감사를 통해 일련의 과정을 살피고, 정책결정에 있어 책임 여하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

이처럼 10년 넘게 오락가락하며 추락한 행정 신뢰도 회복은 물론이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행·재정적 손실에 대한 명확한 책임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토론회에서 대안으로 감량화 사업 추진을 제시하면서 시는 관련 공무원 구상권 청구 입장을 밝혔지만,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익산시는 법률에 따른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비가 투입된 공사를 중단했다는 이유로, 2015년 정부합동감사 결과 기관경고와 함께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훈계 조치를 통보받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구상권 청구대상은 2014년 8월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 중단 당시의 실무진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06년부터 시작된 사업 추진과정의 문제까지 잘못이 인정될 경우에는 구상권 청구대상 범위가 바뀌거나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정책결정은 행정의 권한이지만, 이에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은 책임”이라며 “진행 중인 소송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미 반납한 국비로 인한 행정적인 부분과 지급한 기성금에 상응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면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책임여하에 따라 신분상 조치나 재정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0년 동안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여러 번에 걸쳐 공법이 변경된 점 ▲2014년 집단민원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정책결정에 있어 사전에 주민의견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익산시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점 ▲계약해지를 하면서 의회 동의를 얻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으며 “고스란히 시민 피해로 이어지는 대형 사안에 대해 시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