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예산 삭감되자.. 민간위탁금 안에 숨겨 편성

위탁업체 발주처로 내세우고 수의계약 통해 진행

익산시가 소각장 민간위탁기관인 (주)우주엔비텍을 내세워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익산시 신재생자원센터 활성화방안 분석 용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역 완료일을 보름 앞둔 지난 16일 열린 두 번째 중간보고회에서는 부실투성이인 보고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익산시도 지적사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며 기일 내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체상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법적 의무 사항도 아닌 용역을 2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데 따른 의혹이 제기된다.

내년 중순 이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야적 압축쓰레기 대신 현재 용역업체가 대안으로 제시한 대로 타 지역 폐기물을 가져와 태우는 것은 환경상 문제와 주민민원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결국 시민혈세로 소각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용역

당초 이 용역의 시작은 201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익산시는 아무 이상 없이 운영되고 있는 소각장의 기술진단을 하겠다며 2015년도 본예산에 2억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야적된 압축쓰레기를 모두 소각한 뒤 대체할 쓰레기를 개발하거나 다른 쓰레기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당시 익산시가 내세운 기술진단의 이유였다. 멀쩡한 시설을 두고 향후 더 태울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명목으로, 무려 2억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특별히 보완할 만한 부분이 없는 최신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술진단을 한다는 것은, 박경철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소각장해체 및 이전을 염두에 두고 편성한 낭비성 예산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자 익산시는 2015년 1차 추경에서 항목을 별도로 세우지 않고 해마다 민간위탁기관에게 지급하는 위탁금 안에 관련예산을 꼼수로 편성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10일부터 15일까지 5일간의 1차 입찰공고와 3월 15일부터 22일까지 7일간의 2차 공고가 유찰되자 현재의 용역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용역추진 당시의 국장, 과장, 계장 등 실무라인은 현재 전부 바뀐 상태이며, 용역 납품을 보름 앞두고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익산시는 부실한 보고서 상태를 인정하며 보완을 요구하고 기일 내 미보완시 지체상금 부과 입장을 밝혔다.

◇ 발주처 아닌 익산시, 지체상금 부과 어떻게?

하지만 용역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익산시가 어떻게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기존 위탁업체로서 용역을 발주했던 (주)우주엔비텍은 위탁기간 만료로 인해 현재는 (주)티에스케이워터로 위탁기관이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용역의 상대방이 없는 상황이다.

익산시는 이에 대해 “익산시신재생자원센터 위·수탁 관리운영 협약서에 따라 위탁업체가 운영·관리에 관한 기술검토 및 자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주처가 될 수 있다”면서 “위탁업체의 결산보고시 고정비용과 정산비용이 있는데, 최종적인 정산 승인권한을 익산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탁업체가 발주한 경우라 할지라도 결국 익산시가 최종적인 납품을 받는 셈”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존 위탁업체인 우주엔비텍의 지위를 현 티에스케이워터가 그대로 승계하기 때문에,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익산시가 티에스케이워터를 통해 용역업체 측에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용역과정

지난 16일 2차 중간보고회에 앞서 2월 7일 진행된 1차 중간보고회에서는 현재 소각장에 들어오는 쓰레기와 야적돼 있는 압축쓰레기에 대한 성상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지적은 한 달여 후에 진행된 2차 보고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됐다.

소각장 활성화방안을 모색하는 용역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쓰레기 성상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부송동 소각장에서 태우는 야적 압축쓰레기의 경우 성상분리가 돼 있지 않아 소각잔재량이 당초 계획보다 5% 가량 높게 나오는 결과를 낳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불필요한 용역에 2억원 넘는 혈세 투입.. 감사 착수

익산시는 불필요한 소각장 활성화 용역을 추진한 데 따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2일 긴급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꼼수로 용역비를 편성하고 익산시가 아닌 민간위탁업체를 발주처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수의계약을 맺고 용역을 진행한 데 따른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