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에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결정 촉구

AI를 이겨낸 망성면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에 거세게 반발하며 법정다툼에 나선 가운데, 16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한 법리적인 절차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동물보호법 측면에서 과도한 살처분이 갖는 문제점까지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농장주가 제기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책위는 “모든 생명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그동안 대책위는 방역의 실효성도 낮고 생명경시 풍조만 조장하는 ‘예방적 살처분’ 제도의 개선을 요구해 왔고, 이번 재판에서 동물복지농장의 예방적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결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재판은 전국적으로 첨예한 논란을 빚었던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첫 소송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우리나라는 확산 예방을 이유로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 3km 내의 가금류들을 살처분 해왔고, 그 결과 이번 사태로 3,5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AI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살처분으로 죽어간 가금류가 대부분”이라며 “지금처럼 농가들이 밀집해 있고 한 농가당 사육마릿수가 수십만 마리에 달해 바이러스를 철저히 제거하는 완벽한 방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실시되는 ‘예방적’ 살처분은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들을 죽이는 대량 동물학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역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바이러스 확산의 우려마저 있는 묻지 마 식 ‘예방적’ 살처분은 정부의 전시행정이며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면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농가만 살처분하고, 나머지 인근 농장은 철저한 이동제한 등 차단 방역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긴급 방역지침을 개정해야 하며 동물복지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방사장이 기준 면적보다 넓고, 친환경사료와 청결한 농장관리로 친환경인증을 여러 개 받은 농장이다. 농장주의 꼼꼼한 관리와 정성이 더해져 닭들의 건강상태도 아주 좋을뿐더러, AI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21일이 훌쩍 지나도록 아무런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참사랑 농장 주변 16개 농장에서 닭 85만 마리를 살처분 했음에도 불구하고 7~8km 떨어진 케이지식(공장식) 사육 농장 두 곳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AI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사람이나 사료 차량의 이동제한이나 금지 등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살처분 대신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을 확대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동물을 물건처럼 다뤘던 정부의 공장식 축산방식이 불러온 재앙”이라며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살처분 집행정지 판결을 통해 생명을 보듬는 따뜻한 원칙으로 동물도 권리를 인정받는 새로운 대한민국, 품격 있는 동물복지의 단초를 놔주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편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에는 동물자유연대, 기독교환경연대, 노동당, 녹색당, 녹색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명랑고양이협동조합, 불교환경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북환경운동연합, 한국동물보호연합, 환경운동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