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금전 보상 가능, 오히려 공공복리 중대한 영향”

농장주·공동대책위 “묻지 마 살처분 공모” 강력 반발

<속보>AI를 이겨낸 망성면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에 반발하며 농장주가 제기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농장주와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행정기관과 법원이 ‘묻지 마 살처분’을 공모한 결과라며 강력 투쟁을 천명하고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2017년 3월 20일·27일 보도>

전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측이 익산시장을 상대로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소명자료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신청취지 기재 처분이 집행될 경우 신청인이 입게 될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집행 또는 절차를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익산시 등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집행정지 때문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산란계 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동물복지 기준(1㎡당 9마리)보다 넓은 계사(1㎡당 5.5마리)에 닭을 키워 왔다. 또 친환경 사료와 청결한 농장관리로 농식품부로부터 친환경인증과 함께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불과 2.1㎞ 떨어진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참사랑 농장은 이를 거부하고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농장주와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랜 세월 닭들과 깊은 유대를 가지고 건강하게 사육하며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해 온 농장주의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은 한국사회의 성숙도와 국민들의 동물복지 의식에 비하면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농식품부의 AI 방역실시요령은 ‘시장·군수가 살처분과 매몰 등의 조치가 모두 끝난 날부터 21일이 경과된 후 보호지역과 관리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방역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참사랑 농장은 마지막 발생 농장과 양성판정을 받은 농장의 살처분이 이뤄진 날로부터 21일이 지난 예찰지역으로 전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너무도 불합리하고 무용한 것이기 때문에 참사랑 농장 측은 즉시 항소할 것이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를 포함해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행정기관과 법원의 ‘묻지 마 살처분’ 공모를 우리나라 복지축산 정책의 포기 선언으로 간주하고 익산시에 의한 강제 살처분이 집행되지 않도록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이들은 익산시를 상대로 “살처분 명령권자인 익산시가 살처분 대집행을 하기 전에 먼저 참사랑 농장의 AI 바이러스 검사와 방역대 내 발생농장 및 예방적 살처분 농장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부터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현재 AI 관리·보호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하고, 이동제한 해제 등 사후조치에 돌입해 인근 사육농가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차단 방역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살처분 명령을 강행한다면 익산시는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