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공직문화 천명 불구.. 부조리 행태 후속조치도 전무

출범 1년이 된 정헌율 호가 당면한 대형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조리 행태에 즉각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민선6기 시정운영 난맥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래성장을 위한 공약 중 중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현안들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행정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역량 발휘가 요구된다.

지난해 4월 재선거로 시청에 입성한 정헌율 시장이 2년여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하지만 민선6기 초기부터 불거진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등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주요 대형현안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또 취임 후 불거진 낭산 폐석산 지정폐기물 불법매립 사태, 부적법 석산허가, 함라 장점마을 비료공장 관리감독 부실 등 부조리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야심차게 내세운 공약 중 미래의 성장동력이 돼야 할 주요 사업들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역부족 양상은, 정 시장이 다음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 탓에 가시화된 성과 위주의 시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또 이견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정 시장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고 있는 “시민의 뜻에 따른다”는 원칙이나, 공조직 불법행위에 대해 감사 지시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모습 역시 결정권자로서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재선거 탓에 2년이라는 짧은 임기의 한계가 있겠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국가식품클러스터 본격화, KTX 개통 등 새로운 성장동력들이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각성이 촉구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하루속히 주워 담고, 눈앞의 성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성장동력 사업의 추진에 진력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아울러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을 직접 천명했다는 점에서, 불법이 드러난 조직행태에 대한 단호한 조치도 함께 요구된다.

당면현안에 대한 대안제시, 부조리 행태 척결, 가시화된 성과 외에 미래를 위한 대비 등은 반환점 이후의 정헌율 호의 모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숙제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고 규모가 큰 대형현안 중 하나인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는 120억4,700만원의 국비가 반납되고 36억5,000만원의 기성금이 날아가 버리고 2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마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행정 신뢰도 추락과 행정력 낭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행·재정적 손실을 입은 셈이다.

하지만 행정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 손해가 특정된 기성금 부분에 대한 책임규명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아무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감량화 사업 추진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지난해 10월 토론회 당시 환경부 국비 확보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한발 물러서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모현 우남아파트 역시 2014년 9월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지 31개월이 지났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제시가 없어 아파트가 아니라 주민들의 재산권과 행정신뢰만 무너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들이 먹는 수돗물을 가지고 오락가락했던 광역상수도 전환 문제는 정헌율 시장 취임 이후 ‘백지상태에서 시작’ 입장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시민협의체를 꾸렸지만,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보름 만에 시민협의체가 해체되는 등 어설픈 행정의 전형을 보이면서 결국 ‘긁어 부스럼’이 됐다.

◇ 백제문화관광특구, 국식클 지역농업 연계, 혁신교육특구, 웅포관광지 조성 등 매력 있는 도시 만들기 위한 공약 ‘지지부진’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을 통해 관광특구 지정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공약은 여전히 보상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관광특구 지정을 위해서는 연간 1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관광지 조성 후 연차별 목표조차 세워져 있지 않은 셈이다.

시는 현재 85% 수준의 토지 보상과 문화재조사(시굴, 발굴), 상가 1동 신축에 대한 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안에 관광지 조성을 위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10년 넘게 보상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이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책사업인 국식클을 활용해 지역농업의 발전을 꾀해야 할 연계체제 구축은 입주기업에 대한 정보부족과 지역의 미온적인 관심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6대 기업지원시설이 들어서면서 청신호가 켜진 상태지만, 150여개에 달하는 식품 전문기업과 10개의 연구소가 필요로 하는 원·부재료들의 공급하는 체계 구축은 여전히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는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원재료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2019년에 거점공급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양질의 지역 농산물 공급을 통해 국식클의 천문학적인 기대효과를 익산이 온전히 누리고 지역농업 발전을 꾀하기에는 대응이 너무 늦다는 지적과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 교육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구유입 및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익산 혁신교육특구 사업은 기존과 대동소이한 세부사업들과 미흡한 홍보 등이 지적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총 14억원(익산시 10억원, 도교육청 4억원)이 투입돼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의 교육만족도 향상에 기여해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익산만의 특색 있는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와 붐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를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시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익산 혁신교육특구 사업이 익산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채 2년의 기간이 허송세월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희대의 사기극이라 불렸던 웅포관광지 조성은 새로운 민간사업자 모집 입장을 밝힌 지난 2015년 1월 이후 3년 넘게 제자리걸음 상태다.

당초 시는 공공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헐값에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임야였던 부지를 체육시설 등의 관광부지로 만들기 위해 국토변경 등 행정적인 조치에 직접 나섰지만, 사업자인 웅포관광개발이 골프장만을 조성하고 파산위기에 처하자 2015년 2월 웅포관광개발에게 사업종료를 선언하고 자본력 1,000억원대(최소 710억원)의 새 사업자를 모집해 조성사업에 대한 사업권을 양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말뿐,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처럼 시가 수백억원대 자본력을 보유한 민간투자자를 새로 유치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것은 웅포관광개발의 무책임한 사업 미완료와 이를 묵인한 익산시의 합작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