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호소하며 정밀역학조사 및 비료공장 폐쇄 요청

함라 장점마을 주민들이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환경부 정밀역학조사와 민관 공동대책기구 구성, 인근 비료공장 폐쇄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익산시청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재철)는 “현재 장점마을은 온통 불안에 떨고 있으며, 주민들은 정말 절박한 심정”이라며 “현 상태는 재난상황에 해당하므로, 이에 맞는 특단의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행정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만 증폭될 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대책위는 ▲환경부 정밀역학조사 실시 ▲익산시 3명, 주민대표 3명, 시지정 검사기관 위원 2명, 주민지정 검사기관 위원 2명 등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대책기구 구성 ▲인근 비료공장 즉각 폐쇄 ▲재난상황에 따른 재난기금 편성으로 환경 기초조사 연구용역 실시 ▲비료공장 인근 5개 마을(장점, 장고재, 입남, 소룡, 왈인) 주민의 모발검사 실시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2001년 인근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2005년부터 암 환자가 발생했고 2012년 이후에는 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까지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12명이며, 암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이 10명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국 평균의 50배가 넘는 수치다.

주민들은 이 같은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인근의 비료공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이 업체가 들어선 이후 주민들은 심한 악취로 고생했으며, 인근 저수지에 방류된 폐수는 마을로 흐르는 하천으로 유입돼 지하수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요인이 됐다”면서 “2010년 9월에는 저수지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익산시에 조사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업체는 2009년부터 연초박과 피마자박으로 폐기물 처리 변경을 했는데, 연초박은 담배를 제조하면서 나오는 폐기물로 니켈, 벤젠, 비소 등 93종의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마자박은 청산가리보다 6,000배의 독성을 가진 리신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익산시 행정은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방출되는 것을 철저히 지도·감독해야 하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도점검 내역을 보면 ‘적정 운영’되고 있다고 표기돼 있다”면서 안이한 행정행태를 지적했다.

이어 “2016년 9월 이후가 돼서야 경고, 고발, 과태료, 조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졌다”면서 “업체 설립 초기부터 발생한 극심한 악취와 폐수 등은 계속해서 마을주민들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고 있었을 텐데 14년이 지나서야 모든 적발이 한꺼번에 이뤄졌다는 것을 보면 행정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