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대 학예연구관, 과거 이리 정체성

가지고 있는 익산역 활용 필요성 강조

“마한·백제의 찬연한 고대문화만으로, 고려·조선의 다양한 문화유산만으로 문화역량을 표출하기에는 숨겨진 솝리(이리·裡里)의 역사 비중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금마·왕궁 일원의 찬란한 마한·백제문화권과 익산역 구도심 일원, 춘포, 오산, 황등, 함라 등 근대 이리문화권을 양 축으로 하되 결절점인 익산역을 활용한 관광벨트를 만들어, 익산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고대와 근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문화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KTX익산역을 중심으로 역 주변의 근대문화유산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미륵사지·왕궁리유적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관광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저녁 7시 중앙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는 좋은정치시민넷(대표 손문선)과 익산시도시재생주민공동협의체(위원장 장경호)가 ‘익산역 주변, 역사문화 관광자원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승대 전라북도 학예연구관은 “2015년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기대만큼 많은 사람들이 금마나 왕궁을 방문하지 않는다”면서 “유적지 중심 관광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절점인 익산역을 활용한 관광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등재라는 선물을 통해 유적지로서의 명성을 얻었지만, 관광지로서의 자리매김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충분한 역사문화자원을 가지고 관광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익산역이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학예연구관은 나주 영산포 홍어거리의 ‘역사갤러리’를 예로 들며 “이곳에는 영산포 지명의 유래, 홍어 이야기, 영산포 역사유적, 일제 강점기 주민생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필수코스가 되고 있는데, 익산은 왜 이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익산역에 사람이 내리면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익산역에 이리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를 한눈에 보고 알려 줄 수 있는 전시관이나 관광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익산역 주변의 근대문화유산은 일제강점기 호남지역 철도·도로의 관문으로서 수탈의 전초기지였다는 아픈 기억 때문에 고대의 백제문화유산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익산역 일원의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조명과 이를 활용한 관광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근·현대 역사적 사건과 인물, 소설, 노래 등에 옷을 입히는 방식의 스토리텔링 방안으로 ▲고향 솜리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전촌민자의 이리지도(신한장 주변) ▲3·1운동과 김병수(삼산의원) ▲보리피리의 한하운(이리농림학교) ▲내 팔을 잘라도 독립은 오리라, 문용기 열사의 절규(오산면, 남부시장)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원불교 총부) ▲비 내리는 호남선과 혜공 신익희 선생(익산역) ▲잊혀진 아픔, 한국전쟁과 이리역 폭격사건(익산역) ▲이리 최대의 사건, 이리역 폭발사고와 가수 하춘화(익산역 주변, 삼남극장 자리) ▲그리운 나의 고향역 노래의 고장(황등역, 익산역) ▲잊혀진 사회주의자 김해균(함라 김안균 가옥) ▲김민기(1951년 이리 출생)의 아침이슬(일출정 거리, 裡里올래) ▲익산역 T자형 문화벨트(일출정 및 영정) 및 외연확장 문화벨트(만경강, 미륵과 메시아 등) 등을 제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수탈의 공간에 대한 상징성 부여 및 단계적 복원 ▲군산과는 차별화된 철도 중심의 전략 추진 ▲젊은이들이 익산역에 내릴 수 있는 발화점 마련 ▲역사의 흔적 보존을 위한 구술기록 확보 ▲익산시민 대상 교육을 통한 자긍심 제고 ▲익산역 앞 특징 있는 조형물 설치 ▲외부 관광객 유치에 앞서 내실 다지기 ▲익산을 대표할 수 있는 먹거리 발굴 등의 의견을 내놨다.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익산은 대한민국 어느 지방도시에도 없는 3개 철도노선이 지나는 결절역이 있고, KTX와 SRT 전북 정차역인데도 불구하고 지역관광산업으로 연계를 시키지 못하고 있고, 1년이면 수많은 대학생과 청년들이 내일로를 이용해 지역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 관광을 하고 있는데도 익산역에는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익산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익산역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근대자원을 활용해 철도관광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가 그 밑그림을 그려보고 단계적 접근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됐으면 한다”면서 “익산역 주변 근대문화유산 활용에 대해 이제 논의 단계를 지나 실행계획 단계로 넘어가야 하며, 타당성 검토와 기초조사를 통해 조성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중앙동 상가번영회, 재래시장 상인회, 좋은정치시민넷, 익산시도시재생주민공동협의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광대, 익산시, 전정희 국민의당 익산갑 지역위원장 등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열띤 주장과 토론을 펼쳤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