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사항 결정하는 이사회 역시 ‘형식적 운영’ 지적

지역 문화예술 분야 정책개발의 싱크탱크가 돼야 할 (재)익산문화재단이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단 운영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마저 예산과 구조에 예속돼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단 규정에 따르면, 15명 이내로 구성된 이사회는 재단의 사업계획 및 기본방침과 예산 및 결산 등 주요 사항을 논의해 결정한다. 현재는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비롯해 14명의 이사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정관에 따라 시장이 이사장을 맡고 상임이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면한다. 또 익산시 문화산업국장이 당연직 이사가 되며 나머지 이사들은 공모를 거쳐 시장이 위촉한다.

구성 자체가 익산시의 영향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문화재단 운영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정부 공모사업이나 익산시 위탁사업에 의존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 선별적 사업추진에 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사회 역시 문화재단 운영과 관련해 대안이나 개선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추진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사회와 재단 내부에서조차 문화재단이 시 출연재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문화관광과 하부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자율성을 가지고 주요사항을 결정하며 재단을 운영해 나가야 할 이사들 역시 공모를 거치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시장에 의해 위촉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게다가 지역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면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관련 기관·단체를 배제한 채 시청 국장만을 당연직 이사로 하고, 직원 근무평가에 시 문화관광과장이 일정 부분 참여하게 하는 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외에도 이사장을 보좌하며 재단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상임이사에 시청 국장 출신의 인사가 임명된 것도 낙하산 논란을 부른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A이사는 “전임 이사장 때에 비하면 이사장과 이사들 간 관계가 어느 정도 봉합된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살림살이에 필요한 예산을 시에서 받아온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약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짜여진 예산 안에서 운영을 해야 하는 사정을 뻔히 아는데,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피력했다.

또 “상임이사를 이사들 중에서 호선하지 않고 이사장인 시장이 임명하는 것은 문화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B이사는 “문화재단이 시에서 위탁하는 사업에 의존하게 되면서 자기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 문화단체·기관들에게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주는 공급처 역할만을 하고 있는 꼴”이라며 “취지에 맞지 않는 애먼 사업들만 하면서 정작 본연의 역할은 못하고, 업무는 업무대로 많아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직 C이사는 “이사회 구성 자체가 절차가 까다롭고 지역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역 내 문화예술 분야의 학식과 덕망이 있는 인사들로 인력풀을 구성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관계자는 “전임 이사장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많이 바뀌어 이사회를 통해 재단 운영과 관련해 많은 부분에 걸쳐 다양한 의견제시와 개선요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재단 운영과 관련해 구조적으로 완전한 독립은 불가능하고 자율성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